케네디·오바마는 없다…미 대선은 왜 ‘올드보이’ 전쟁이 됐나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입력 2024.02.04 (07:00) 수정 2024.0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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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디·클린턴·오바마…'미국의 젊음' 상징하던 후보는 없다

"미국 국민 여러분,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십시오.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당신을 위해 뭘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우리가 함께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되물어 보십시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통령 중 하나인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1961년 취임 연설입니다. 취임 당시 케네디의 나이는 만 43세 6개월. 미국 역사에서 공식 선거를 거쳐 대권을 잡은 최연소 대통령입니다.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TV 시대 맞춤형 연설의 달인, 달 착륙 사업에 착수하고 쿠바 핵전쟁 위기를 극복한 업적 등이 그의 젊음, 패기와 겹쳐지며 암살 이후 '케네디 신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재임 당시의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위)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아래)     (사진=AP, 백악관 아카이브)재임 당시의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위)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아래) (사진=AP, 백악관 아카이브)

굳이 1960년대로 돌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도전하는 젊음, 힘 있는 패기를 무기 삼았던 미국 대통령은 우리 동시대에도 적지 않습니다.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당시 46세),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당시 47세) 등 젊은 대통령들은 세계 최강 미국의 역동적 파워를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는 좀 다릅니다. '올드보이'들의 장벽을 젊은 정치인들이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요즘 여든은 옛날 마흔" vs "80대 후보, 두 명일 필요 있나"

올해 미국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은 1942년생, 재선에 성공한다면 83세에 임기 2기를 시작해 끝낼 때는 86세가 됩니다. 재임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6년생, 77세로 당선돼 임기를 마치면 80대가 됩니다.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의 평균 나이는 50대로, 이들 두 대선 후보와 약 25살 안팎의 차이가 납니다. 시대가 흐르며 평균 연령이 상승한 결과라고 하기엔 "트럼프와 바이든 직전의 대통령 평균 나이도 이보다는 훨씬 낮았다"는 게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카타리나 부크홀츠의 분석 결과입니다. 오히려 1841년 취임한 윌리엄 해리슨(당시 68세)이나 1857년 취임한 제임스 뷰캐넌(당시 65세) 등 지난 세기의 대통령들이 고령인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의 연령을 나타낸 그래프.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정식 선거가 아닌 전임 대통령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자연 승계한 경우로, 그의 취임 당시 나이는 42세 11개월이었다.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의 연령을 나타낸 그래프.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정식 선거가 아닌 전임 대통령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자연 승계한 경우로, 그의 취임 당시 나이는 42세 11개월이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미국인들이 꼽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나이 역시 50대입니다. 고령 정치인의 경륜을 장점으로 보기보다 나이로 인한 건강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겁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세 사람 중 두 명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 CBS 뉴스·유고브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 44%는 "건강 문제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해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백악관은 "요새 여든은 옛날 마흔이다"란 말까지 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방어막을 쳤지만 잘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29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응답자 48%가 "공직을 맡기엔 나이가 많다"고 답한 거로 나타났습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 관계인 50대 니키 헤일리 후보는 "80대 후보가 두 명일 필요가 있느냐. 그렇게는 강한 미국을 만들 수 없다"며 고령의 후보,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에 날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6월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넘어진 뒤 부축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좌). 고령 때문이 아닌 모래주머니에 걸렸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우) 역시 바이든 정부를 오바마 정부라고 말하거나 2016년 선거전의 상대를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오바마”라고 말하는 실수들을 했다. (사진=AP)지난해 6월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넘어진 뒤 부축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좌). 고령 때문이 아닌 모래주머니에 걸렸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우) 역시 바이든 정부를 오바마 정부라고 말하거나 2016년 선거전의 상대를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오바마”라고 말하는 실수들을 했다. (사진=AP)

■ 미국 정치는 왜 '올드보이'로 채워졌나…'밀레니얼' 꺾은 '베이비 부머'

미국 정치의 고령화는 사실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73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81세, 하원의장 출신으로 이번에 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낸시 펠로시는 83세입니다.

미국 ABC뉴스는 고령의 후보들이 자꾸 선택받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인구 구조를 들었습니다. 나이 많은 유권자들일수록 투표에 많이 참여하고,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후보를 부담 없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선 젊은 세대 유권자 수가 5~6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비붐 세대(2차대전 이후 1946~1964년 출생자)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드디어 이 숫자를 따라잡았지만, 공직에 활발히 진출하기엔 아직 너무 젊다는 평갑니다.

미국 헌법은 하원 의원 출마 가능 나이를 25세 이상, 상원 의원은 30세 이상으로 규정하는데, 출마 전 쌓아야 할 인지도와 경력, 모아야 할 돈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란 겁니다. 그 결과 미국 의원의 거의 절반이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이들이 특정 세대를 과도하게 대표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미국 내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2022년 인구구조. 좌측(보라색)이 여성, 우측(녹색)이 남성. 60대 인구가 40대 후반 인구보다 많은 양상을 보인다. (자료: 미국 통계국, USA Facts)미국의 2022년 인구구조. 좌측(보라색)이 여성, 우측(녹색)이 남성. 60대 인구가 40대 후반 인구보다 많은 양상을 보인다. (자료: 미국 통계국, USA Facts)

미국 정치제도의 특성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정당 공천이 일반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재선 출마 여부를 대부분 후보자 본인이 결정합니다. 모금을 하는 것도 본인 몫인데, 선거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천국' 미국은 후보들의 모금 역량에 따라 선거 역량이 갈리는데, 현직 정치인들은 자금 모금에 막대한 이점을 누립니다. 특히 주를 돌며 이뤄지는 대선 경선은 인지도 높은 오랜 정치인들이 정치 신인을 일찍부터 따돌리기 좋은 시스템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KBS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예비 선거 시스템에서 지닌 엄청난 이점을 봐야 한다. 둘 다 지지자와 모금, 자원봉사자, 예비선거와 본선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른 후보들로선 따라잡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 사람 아니면 안 돼'…양극화가 낳은 두 고령 후보의 '공생'

나이가 전부는 아닙니다. 나이를 뛰어넘는 경륜과 지혜를 보여주는 노년의 정치인도 많습니다. 제이 올랸스키 등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의 공개 의료 기록을 볼 때 "정신적, 육체적 기능을 유지하고 평균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는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분석합니다.

하지만 2024년 대선에 한해선 그런 분석을 뛰어넘는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상대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필요하다'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고령 같은 핸디캡을 모두 뛰어넘는다는 겁니다. 22∼24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대선에서 같은 후보를 다시 보는 것에 지쳤으며,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이 성사되면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23일 뉴햄프셔 공화당 예비선거 결과에 환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민주당의 첫 공식 예비선거는 3일 열린다. (사진:연합뉴스)지난달 23일 뉴햄프셔 공화당 예비선거 결과에 환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민주당의 첫 공식 예비선거는 3일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는 "양당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를 이기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선거가 좋은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닌 싫은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가 되면서, '트럼프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바이든뿐', '바이든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라는 정서가 두 후보의 모든 약점을 가린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선거가 끝나면 선거 불복, 더 극심한 분열, 폭력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선거까지 9개월간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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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2-04 11: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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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디·클린턴·오바마…'미국의 젊음' 상징하던 후보는 없다

"미국 국민 여러분,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보십시오.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당신을 위해 뭘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우리가 함께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되물어 보십시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통령 중 하나인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1961년 취임 연설입니다. 취임 당시 케네디의 나이는 만 43세 6개월. 미국 역사에서 공식 선거를 거쳐 대권을 잡은 최연소 대통령입니다.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TV 시대 맞춤형 연설의 달인, 달 착륙 사업에 착수하고 쿠바 핵전쟁 위기를 극복한 업적 등이 그의 젊음, 패기와 겹쳐지며 암살 이후 '케네디 신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재임 당시의 존 F.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위)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아래)     (사진=AP, 백악관 아카이브)
굳이 1960년대로 돌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도전하는 젊음, 힘 있는 패기를 무기 삼았던 미국 대통령은 우리 동시대에도 적지 않습니다. 1993년 취임한 빌 클린턴(당시 46세),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당시 47세) 등 젊은 대통령들은 세계 최강 미국의 역동적 파워를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는 좀 다릅니다. '올드보이'들의 장벽을 젊은 정치인들이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요즘 여든은 옛날 마흔" vs "80대 후보, 두 명일 필요 있나"

올해 미국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은 1942년생, 재선에 성공한다면 83세에 임기 2기를 시작해 끝낼 때는 86세가 됩니다. 재임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6년생, 77세로 당선돼 임기를 마치면 80대가 됩니다.

현재까지 미국 대통령의 평균 나이는 50대로, 이들 두 대선 후보와 약 25살 안팎의 차이가 납니다. 시대가 흐르며 평균 연령이 상승한 결과라고 하기엔 "트럼프와 바이든 직전의 대통령 평균 나이도 이보다는 훨씬 낮았다"는 게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카타리나 부크홀츠의 분석 결과입니다. 오히려 1841년 취임한 윌리엄 해리슨(당시 68세)이나 1857년 취임한 제임스 뷰캐넌(당시 65세) 등 지난 세기의 대통령들이 고령인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의 연령을 나타낸 그래프.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정식 선거가 아닌 전임 대통령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자연 승계한 경우로, 그의 취임 당시 나이는 42세 11개월이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미국인들이 꼽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나이 역시 50대입니다. 고령 정치인의 경륜을 장점으로 보기보다 나이로 인한 건강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겁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세 사람 중 두 명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 CBS 뉴스·유고브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 44%는 "건강 문제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해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백악관은 "요새 여든은 옛날 마흔이다"란 말까지 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방어막을 쳤지만 잘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29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응답자 48%가 "공직을 맡기엔 나이가 많다"고 답한 거로 나타났습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경쟁 관계인 50대 니키 헤일리 후보는 "80대 후보가 두 명일 필요가 있느냐. 그렇게는 강한 미국을 만들 수 없다"며 고령의 후보,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에 날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6월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넘어진 뒤 부축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좌). 고령 때문이 아닌 모래주머니에 걸렸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우) 역시 바이든 정부를 오바마 정부라고 말하거나 2016년 선거전의 상대를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오바마”라고 말하는 실수들을 했다. (사진=AP)
■ 미국 정치는 왜 '올드보이'로 채워졌나…'밀레니얼' 꺾은 '베이비 부머'

미국 정치의 고령화는 사실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73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81세, 하원의장 출신으로 이번에 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낸시 펠로시는 83세입니다.

미국 ABC뉴스는 고령의 후보들이 자꾸 선택받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인구 구조를 들었습니다. 나이 많은 유권자들일수록 투표에 많이 참여하고,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후보를 부담 없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선 젊은 세대 유권자 수가 5~6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비붐 세대(2차대전 이후 1946~1964년 출생자)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드디어 이 숫자를 따라잡았지만, 공직에 활발히 진출하기엔 아직 너무 젊다는 평갑니다.

미국 헌법은 하원 의원 출마 가능 나이를 25세 이상, 상원 의원은 30세 이상으로 규정하는데, 출마 전 쌓아야 할 인지도와 경력, 모아야 할 돈을 감안하면 역부족이란 겁니다. 그 결과 미국 의원의 거의 절반이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이들이 특정 세대를 과도하게 대표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미국 내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2022년 인구구조. 좌측(보라색)이 여성, 우측(녹색)이 남성. 60대 인구가 40대 후반 인구보다 많은 양상을 보인다. (자료: 미국 통계국, USA Facts)
미국 정치제도의 특성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정당 공천이 일반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재선 출마 여부를 대부분 후보자 본인이 결정합니다. 모금을 하는 것도 본인 몫인데, 선거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천국' 미국은 후보들의 모금 역량에 따라 선거 역량이 갈리는데, 현직 정치인들은 자금 모금에 막대한 이점을 누립니다. 특히 주를 돌며 이뤄지는 대선 경선은 인지도 높은 오랜 정치인들이 정치 신인을 일찍부터 따돌리기 좋은 시스템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토드 벨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KBS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예비 선거 시스템에서 지닌 엄청난 이점을 봐야 한다. 둘 다 지지자와 모금, 자원봉사자, 예비선거와 본선에서 모두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른 후보들로선 따라잡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 사람 아니면 안 돼'…양극화가 낳은 두 고령 후보의 '공생'

나이가 전부는 아닙니다. 나이를 뛰어넘는 경륜과 지혜를 보여주는 노년의 정치인도 많습니다. 제이 올랸스키 등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의 공개 의료 기록을 볼 때 "정신적, 육체적 기능을 유지하고 평균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는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분석합니다.

하지만 2024년 대선에 한해선 그런 분석을 뛰어넘는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상대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필요하다'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고령 같은 핸디캡을 모두 뛰어넘는다는 겁니다. 22∼24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대선에서 같은 후보를 다시 보는 것에 지쳤으며, 새로운 인물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이 성사되면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23일 뉴햄프셔 공화당 예비선거 결과에 환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민주당의 첫 공식 예비선거는 3일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는 "양당 유권자들이 상대 후보를 이기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선거가 좋은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닌 싫은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한 선거가 되면서, '트럼프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바이든뿐', '바이든에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라는 정서가 두 후보의 모든 약점을 가린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선거가 끝나면 선거 불복, 더 극심한 분열, 폭력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선거까지 9개월간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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