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아껴 보탰다’…화상 입은 고려인에 1억 성금

입력 2024.0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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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가족이 화마로 전 재산을 잃고 치료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려인 3세 신라이사 씨(41) 가족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KBS가 신 씨의 어려움을 보도했는데 이틀 만에 성금 1억 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신 씨 가족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신라이사 씨(좌)와 딸 알리나 양(우)신라이사 씨(좌)와 딸 알리나 양(우)

■ 5개월 만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

신라이사. 41살. 고려인 3세. 카자흐스탄에 태어나 줄곳 4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코리안 드림'을 꿈구며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신 씨가 살던 상가 주택에 큰불이 났습니다.

지난해 12월, 화재 당시 사진.지난해 12월, 화재 당시 사진.

이 불로 신 씨와 큰 딸 12살 알리나 양이 전신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모녀 모두 8번의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문제는 신 씨에게 치료비가 없었다는 것. 전 재산을 이주 비용에 썼기 때문입니다. 치료비는 무려 6,000만 원이었습니다.

신라이사 씨는 "수술을 다 끝내고 정신을 차리니 치료비 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면서 우리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당혹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신라이사 씨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신라이사 씨

신 씨는 고려인이지만 외국인이라 행정 지원을 받기 힘들었고 입국 5개월째에 사고가 발생해 외국인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KBS는 경북 경주시청에 성금 모금용 계좌 개설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계좌를 기사에 적어 시민들에게 성금 모금 사실을 알렸습니다.

KBS뉴스 홈페이지(2024.01.27.)KBS뉴스 홈페이지(2024.01.27.)

■ '점심값 아껴 성금 보탭니다'…기적이 일어났다

지난주 해당 기사를 쓰면서 사실 걱정이 컸습니다. 얼마나 성금이 모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000만 원 정도 모이면 많이 모이는 걸까'…조바심에 기자도 곧바로 성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던 겁니다.

신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돕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점심값을 아껴 성금을 보냈다거나 사춘기 자녀를 생각하며 상처 치유를 기도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댓글 다수가 아주 구체적으로 본인의 후원한 금액을 써주시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사가 나간 뒤 월요일에 곧바로 경주시청에 전화해 후원 금액을 확인했습니다.


경주시청을 비롯해 무려 1,600명이 성금 9,50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시민이 도와주실 줄은 몰랐다"면서 아직 우리 사회가 너무 따뜻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최상문 씨.성형외과 전문의 최상문 씨.

■ '흉터 치료 도와주겠다' 나선 의사도

특히 반가운 댓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모녀의 흉터 치료를 돕고 싶다며 연락을 해달라고 쓴 겁니다.

병원에 연락해 보니 본인이 쓴 게 맞다고 했습니다. 반갑고, 또 고마웠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최상문 씨였습니다.

최 씨는 "고려인 동포께서 한국에서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연락드렸다"면서 "제 의술로 그분들이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사춘기 소녀 알리나 양이 얼굴 흉터 때문에 힘들어할까 봐 걱정된다며 본인이 신경을 잘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라이사 씨신라이사 씨

■ 다시 찾은 미소…'한국인들께 감사드립니다'

후원금이 모인 소식을 들고 다시 신 씨를 찾았습니다. 신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눈가엔 눈물이 맺혔습니다.

신라이사/고려인 3세
"시민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돈이 모여 놀랐습니다. 이 후원금은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정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큰딸 알리나 양에게는 서울에서 얼굴 흉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도 알렸습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던 알리나 양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 씨의 남편 강유리 씨는 본인들이 고려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이 도움을 준 사실에 감격한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유리/신라이사 씨 남편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한국에서 잘 살겠습니다."

경주시는 모인 후원금을 우선 치료비 정산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남은 돈은 생계비와 주거비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KBS는 앞으로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또 신라이사 씨와 알리나 양의 흉터 치료가 잘 됐는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들을 도와줄 의향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성금 모금용 계좌를 다시 드립니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301 - 0198 - 0267 - 71 (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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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값 아껴 보탰다’…화상 입은 고려인에 1억 성금
    • 입력 2024-02-04 09:00:35
    심층K
<strong>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가족이 화마로 전 재산을 잃고 치료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려인 3세 신라이사 씨(41) 가족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KBS가 신 씨의 어려움을 보도했는데 이틀 만에 성금 1억 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신 씨 가족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strong><br />
신라이사 씨(좌)와 딸 알리나 양(우)
■ 5개월 만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

신라이사. 41살. 고려인 3세. 카자흐스탄에 태어나 줄곳 4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코리안 드림'을 꿈구며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신 씨가 살던 상가 주택에 큰불이 났습니다.

지난해 12월, 화재 당시 사진.
이 불로 신 씨와 큰 딸 12살 알리나 양이 전신에 큰 화상을 입었습니다. 모녀 모두 8번의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문제는 신 씨에게 치료비가 없었다는 것. 전 재산을 이주 비용에 썼기 때문입니다. 치료비는 무려 6,000만 원이었습니다.

신라이사 씨는 "수술을 다 끝내고 정신을 차리니 치료비 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면서 우리는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당혹스러웠다고 했습니다.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인 신라이사 씨
신 씨는 고려인이지만 외국인이라 행정 지원을 받기 힘들었고 입국 5개월째에 사고가 발생해 외국인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KBS는 경북 경주시청에 성금 모금용 계좌 개설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계좌를 기사에 적어 시민들에게 성금 모금 사실을 알렸습니다.

KBS뉴스 홈페이지(2024.01.27.)
■ '점심값 아껴 성금 보탭니다'…기적이 일어났다

지난주 해당 기사를 쓰면서 사실 걱정이 컸습니다. 얼마나 성금이 모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000만 원 정도 모이면 많이 모이는 걸까'…조바심에 기자도 곧바로 성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나 뜨거웠던 겁니다.

신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돕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점심값을 아껴 성금을 보냈다거나 사춘기 자녀를 생각하며 상처 치유를 기도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댓글 다수가 아주 구체적으로 본인의 후원한 금액을 써주시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사가 나간 뒤 월요일에 곧바로 경주시청에 전화해 후원 금액을 확인했습니다.


경주시청을 비롯해 무려 1,600명이 성금 9,500만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경주시청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시민이 도와주실 줄은 몰랐다"면서 아직 우리 사회가 너무 따뜻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최상문 씨.
■ '흉터 치료 도와주겠다' 나선 의사도

특히 반가운 댓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모녀의 흉터 치료를 돕고 싶다며 연락을 해달라고 쓴 겁니다.

병원에 연락해 보니 본인이 쓴 게 맞다고 했습니다. 반갑고, 또 고마웠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최상문 씨였습니다.

최 씨는 "고려인 동포께서 한국에서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 연락드렸다"면서 "제 의술로 그분들이 받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사춘기 소녀 알리나 양이 얼굴 흉터 때문에 힘들어할까 봐 걱정된다며 본인이 신경을 잘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라이사 씨
■ 다시 찾은 미소…'한국인들께 감사드립니다'

후원금이 모인 소식을 들고 다시 신 씨를 찾았습니다. 신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눈가엔 눈물이 맺혔습니다.

신라이사/고려인 3세
"시민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돈이 모여 놀랐습니다. 이 후원금은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정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큰딸 알리나 양에게는 서울에서 얼굴 흉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도 알렸습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 눈물만 뚝뚝 흘리던 알리나 양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신 씨의 남편 강유리 씨는 본인들이 고려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이 도움을 준 사실에 감격한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유리/신라이사 씨 남편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한국에서 잘 살겠습니다."

경주시는 모인 후원금을 우선 치료비 정산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남은 돈은 생계비와 주거비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KBS는 앞으로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또 신라이사 씨와 알리나 양의 흉터 치료가 잘 됐는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들을 도와줄 의향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성금 모금용 계좌를 다시 드립니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301 - 0198 - 0267 - 71 (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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