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새끼 거북이 몸속 관통…바닷속 흉기 된 낚싯줄

입력 2024.02.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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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폐그물에 걸렸다가 구조된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 낚싯줄이 몸에 들어가 항문으로 빠져나온 모습(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제공)지난 4일 폐그물에 걸렸다가 구조된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 낚싯줄이 몸에 들어가 항문으로 빠져나온 모습(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제공)

얼마 전 제주에서 낚싯줄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낚싯줄에 의해 몸통이 관통된 새끼 거북이가 발견돼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된 건 그제(4일) 오후.

서귀포시 운진항 인근 수심 16m 수중에서 다이빙하던 잠수부가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던 어린 거북이를 발견해 구조한 겁니다. 몸길이 42cm, 서너 살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였습니다.

구조된 거북이를 자세히 보면 꼬리에 무언가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낚싯줄'입니다. 거북이가 입으로 삼킨 낚싯줄이 몸속을 관통해 항문으로 빠져나온 겁니다.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받고 있는 푸른바다거북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받고 있는 푸른바다거북

잠수부는 거북이를 구조하고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넘겼습니다.

당시 잠수부로부터 거북이를 인계받은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은 "잠수부가 칼로 줄을 끊어서 수면 위로 올렸더니 항문 쪽에 낚싯줄이 길게 나와 있었다"며 "낚싯줄을 당기니까 거북이 목이 움찔거렸다. 바늘이 기도 부근에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버려진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먹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받고 있는 푸른바다거북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받고 있는 푸른바다거북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바늘이 있는지 등을 검사하고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폐렴이나 감염성 여부 등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먹이를 먹이게 되면 낚싯줄이 장에서 말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장이 괴사 되는 상황도 올 수 있어 수액 처치를 하며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술을 해도 낚싯줄과 바늘 위치에 따라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21년 제주시 애월읍 해상에서 폐어구에 의해 다리가 잘린 붉은바다거북2021년 제주시 애월읍 해상에서 폐어구에 의해 다리가 잘린 붉은바다거북

어린 푸른바다거북이 치료받고 있는 인근 수족관에는 2021년 낚싯줄에 의해 다리를 잃은 붉은바다거북이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이 거북이는 야생으로 돌아갈 경우 생존이 어려워 지금까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대 돌고래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바다에서 구조가 필요한 상태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100마리가 넘습니다.

2021년 해경이 바다거북의 몸을 옭아매고 있던 폐어구를 끊어내 제거하는 모습(제주해양경찰서 제공)2021년 해경이 바다거북의 몸을 옭아매고 있던 폐어구를 끊어내 제거하는 모습(제주해양경찰서 제공)

이 가운데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에 옮겨져 치료받은 바다거북은 10여 마리에 이릅니다. 대부분 낚싯줄과 버려진 그물에 걸려 다친 상태였습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수중에서 폐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바다거북이 폐어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람이 쓰다 버린 어구가 바닷속 흉기로 변해 해양생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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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새끼 거북이 몸속 관통…바닷속 흉기 된 낚싯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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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폐그물에 걸렸다가 구조된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 낚싯줄이 몸에 들어가 항문으로 빠져나온 모습(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제공)
얼마 전 제주에서 낚싯줄에 걸린 새끼 남방큰돌고래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낚싯줄에 의해 몸통이 관통된 새끼 거북이가 발견돼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해양보호생물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된 건 그제(4일) 오후.

서귀포시 운진항 인근 수심 16m 수중에서 다이빙하던 잠수부가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던 어린 거북이를 발견해 구조한 겁니다. 몸길이 42cm, 서너 살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였습니다.

구조된 거북이를 자세히 보면 꼬리에 무언가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낚싯줄'입니다. 거북이가 입으로 삼킨 낚싯줄이 몸속을 관통해 항문으로 빠져나온 겁니다.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받고 있는 푸른바다거북
잠수부는 거북이를 구조하고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넘겼습니다.

당시 잠수부로부터 거북이를 인계받은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은 "잠수부가 칼로 줄을 끊어서 수면 위로 올렸더니 항문 쪽에 낚싯줄이 길게 나와 있었다"며 "낚싯줄을 당기니까 거북이 목이 움찔거렸다. 바늘이 기도 부근에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버려진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먹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치료받고 있는 푸른바다거북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바늘이 있는지 등을 검사하고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외에도 폐렴이나 감염성 여부 등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먹이를 먹이게 되면 낚싯줄이 장에서 말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장이 괴사 되는 상황도 올 수 있어 수액 처치를 하며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술을 해도 낚싯줄과 바늘 위치에 따라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21년 제주시 애월읍 해상에서 폐어구에 의해 다리가 잘린 붉은바다거북
어린 푸른바다거북이 치료받고 있는 인근 수족관에는 2021년 낚싯줄에 의해 다리를 잃은 붉은바다거북이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이 거북이는 야생으로 돌아갈 경우 생존이 어려워 지금까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대 돌고래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바다에서 구조가 필요한 상태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100마리가 넘습니다.

2021년 해경이 바다거북의 몸을 옭아매고 있던 폐어구를 끊어내 제거하는 모습(제주해양경찰서 제공)
이 가운데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에 옮겨져 치료받은 바다거북은 10여 마리에 이릅니다. 대부분 낚싯줄과 버려진 그물에 걸려 다친 상태였습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수중에서 폐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바다거북이 폐어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람이 쓰다 버린 어구가 바닷속 흉기로 변해 해양생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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