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하이패스 468만 원 결제…“범죄지만 수사 불가”

입력 2024.02.08 (18:02) 수정 2024.02.0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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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하이패스 카드고속도로 하이패스 카드
■ 나도 모르게 수백만 원 출금… 알고 보니 전에 쓰던 '하이패스 카드' 요금

60대 운전자인 곽한겸 씨는 지난해 11월,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5년 동안 쓰지 않은 하이패스 통행료가 열 달 동안 468만 원이나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2019년, 하이패스 카드를 꽂아둔 채 차를 팔았던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선불형으로, 잔액이 부족하면 통장에서 5만 원씩 빠져나가 자동 충전되는 카드였습니다.

5만 원씩 비교적 소액으로 돈이 결제됐고, 통장에도 'hipass'라고 영어로 내역이 찍혀 예전에 쓰던 카드인 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겁니다.

곽 씨는 "매달 보험료가 빠져나가는 줄 알았지, 하이패스 카드비가 빠져나가는 줄은 몰랐다"면서 "카드 사용 내역을 인쇄해보니 A4 용지로 22장, 수백 건이나 됐다"고 말했습니다.

곽 씨의 하이패스 카드 기간별 사용 내역곽 씨의 하이패스 카드 기간별 사용 내역
■ 경찰 "수사 불가"… 관리 미제사건으로

곽 씨는 곧바로 하이패스 카드를 정지시킨 뒤 지난해 11월 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이패스 카드 사용 내역과 차량 18대가 곽 씨의 카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담긴 문건을 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받아 경찰에 함께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서 "수사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경찰이 곽 씨가 수사를 의뢰한 지 13일 만에 한국도로공사를 압수수색했지만, 관련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소의 영상 보관 기한이 만료돼 카드를 불법으로 쓴 차량이 찍힌 CCTV 영상 등이 없었고, 그래서 차량 번호와 주인, 연락처 등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입장입니다.

해당 사건을 ‘관리 미제 사건’으로 등록한다는 경찰 통지서해당 사건을 ‘관리 미제 사건’으로 등록한다는 경찰 통지서

결국, 경찰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상당하지만, 신원을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해당 사건을 '관리 미제 사건'으로 지정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도로공사를 압수수색했지만, 남아있는 자료가 없었다"면서 "관련 증거가 나오면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경찰, "남은 증거 없어"… 피해자, "어디에 억울함 호소하나"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요금소를 오가는 차량이 찍히는 CCTV 영상 보관 기한은 영업소별로 다릅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곽 씨의 사건 수사에 필요한 영상은 '방범용'이 아니라 '요금 미납 차량 식별용'으로 설치된 CCTV의 영상이기 때문에 저장 용량이 적고, 용량이 차면 새 영상으로 덮어씌워져 이전 기록이 자동으로 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의 번호판을 촬영하는 장치도 있지만, 이 장치로 촬영한 영상 보관 기한 역시 일주일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군가 곽 씨의 하이패스 카드를 수백만 원어치나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문제의 차량을 경찰 수사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곽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이패스를 장착한 채 차를 판 건 내 잘못이지만, 수백만 원의 피해를 봤는데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면서 "도로공사에서 내가 직접 확보한 정황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 하면 어디에 억울함을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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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2-08 18: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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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하이패스 카드 ■ 나도 모르게 수백만 원 출금… 알고 보니 전에 쓰던 '하이패스 카드' 요금

60대 운전자인 곽한겸 씨는 지난해 11월,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5년 동안 쓰지 않은 하이패스 통행료가 열 달 동안 468만 원이나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2019년, 하이패스 카드를 꽂아둔 채 차를 팔았던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선불형으로, 잔액이 부족하면 통장에서 5만 원씩 빠져나가 자동 충전되는 카드였습니다.

5만 원씩 비교적 소액으로 돈이 결제됐고, 통장에도 'hipass'라고 영어로 내역이 찍혀 예전에 쓰던 카드인 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겁니다.

곽 씨는 "매달 보험료가 빠져나가는 줄 알았지, 하이패스 카드비가 빠져나가는 줄은 몰랐다"면서 "카드 사용 내역을 인쇄해보니 A4 용지로 22장, 수백 건이나 됐다"고 말했습니다.

곽 씨의 하이패스 카드 기간별 사용 내역 ■ 경찰 "수사 불가"… 관리 미제사건으로

곽 씨는 곧바로 하이패스 카드를 정지시킨 뒤 지난해 11월 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이패스 카드 사용 내역과 차량 18대가 곽 씨의 카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담긴 문건을 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받아 경찰에 함께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서 "수사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경찰이 곽 씨가 수사를 의뢰한 지 13일 만에 한국도로공사를 압수수색했지만, 관련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소의 영상 보관 기한이 만료돼 카드를 불법으로 쓴 차량이 찍힌 CCTV 영상 등이 없었고, 그래서 차량 번호와 주인, 연락처 등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입장입니다.

해당 사건을 ‘관리 미제 사건’으로 등록한다는 경찰 통지서
결국, 경찰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상당하지만, 신원을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해당 사건을 '관리 미제 사건'으로 지정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도로공사를 압수수색했지만, 남아있는 자료가 없었다"면서 "관련 증거가 나오면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경찰, "남은 증거 없어"… 피해자, "어디에 억울함 호소하나"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요금소를 오가는 차량이 찍히는 CCTV 영상 보관 기한은 영업소별로 다릅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곽 씨의 사건 수사에 필요한 영상은 '방범용'이 아니라 '요금 미납 차량 식별용'으로 설치된 CCTV의 영상이기 때문에 저장 용량이 적고, 용량이 차면 새 영상으로 덮어씌워져 이전 기록이 자동으로 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요금소를 지나는 차량의 번호판을 촬영하는 장치도 있지만, 이 장치로 촬영한 영상 보관 기한 역시 일주일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군가 곽 씨의 하이패스 카드를 수백만 원어치나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문제의 차량을 경찰 수사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곽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이패스를 장착한 채 차를 판 건 내 잘못이지만, 수백만 원의 피해를 봤는데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면서 "도로공사에서 내가 직접 확보한 정황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 하면 어디에 억울함을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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