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이지만 고체연료 로켓 발사합니다”

입력 2024.02.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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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당진시의 외진 들판에서 로켓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오버페이스'라는 한 스타트업이 쏘아 올린 '고체연료 로켓'입니다. 목표했던 거리인 3km를 날아가진 못 했지만, 460m까지는 올라갔습니다. 최대 속도 926km/h(0.75 마하)를 기록했습니다.


고체연료로켓은 액체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저장과 취급이 쉬우며, 발사 준비 기간도 짧다 보니 주로 군에서 발사 시도를 많이 합니다. 재작년 12월 30일 우리 군에서 고체연료발사체를 쏘아 올렸다가 전국에서 UFO 오인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와 크기나 기술력 등을 비교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고체연료로 발사를 도전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오버페이스'입니다. 이 업체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 학생 4명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정승호 군, 박현우 군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꿈을 쏘아 올리다"…'누리호 키즈'의 로켓 발사 시도

김영우 군, 정승호 군, 박현우 군(사진 왼쪽부터)이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로켓을 들고 있다.김영우 군, 정승호 군, 박현우 군(사진 왼쪽부터)이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로켓을 들고 있다.

정승호 대표가 로켓 발사에 대한 꿈을 꾼 건 누리호 발사 때부터 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21년 10월 전남 고흥에서 누리호 1차 발사 모습을 봤는데, 그 떨림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스로 로켓을 만들어 날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프로그래밍과 기계 설비 등을 하는 친구들과 뜻을 모아 '오버페이스'를 세웠습니다.

이들이 회사를 만든 건 로켓 연료를 사고 로켓을 날리는 공역 허가를 받을 때 더 수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질산칼륨, 정화제 같은 원료를 파는 전문용품점에 연락을 해보면 개인한테는 팔지 않고,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오라더라"라며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국토부에 공역 허가를 받는 데도 개인보다는 법인이 나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연료통은 하수도 배관…배합하다 연료 폭발도 경험

로켓을 발사하려면 먼저 연료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제작이 쉽고 보관하기도 편한 고체연료를 택했습니다. 정 대표는 "KNSB 연료를 사용하는데, 질산칼륨이라고 하는 산화제랑 소르비톨을 섞어서 만드는 고체연료"며 "소르비톨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이다. 중요한 건 출력이 나오게 하는 배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합을 잘 못 해 연료가 터져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도 했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배합을 찾았습니다.

연료통은 하수도 배관으로 만들었는데 문제는 노즐이었습니다. 노즐은 액체나 기체를 고속으로 분출시키기 위한 일종의 '관'입니다. 세차장의 세차 호스나 소방호스는 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멀리 보내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호스 끝에 달린 '노즐'입니다.

로켓에도 '노즐'이 필요합니다.
로켓 연료가 연소할 때 엔진에 난 작은 구멍으로 가스가 분출되면서 로켓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다 보니 노즐의 모양과 재질에 따라 추력의 발생량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노즐을 3D프린터로 제작했더니 플라스틱이라 열에 녹았습니다. 시멘트로 시도를 해보다 스테인리스가 제일 낫다고 판단하고 20여만 원을 내고 맞춤 제작을 했습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이들의 시도가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 건 재작년(2022년) 12월 24일입니다. 로켓에 불이 붙더니 미친듯한 속도로 10m 정도 날아오른 겁니다. 100kg인 사람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추력이 발생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로켓이 옆으로 눕더니 땅으로 휘어지며 떨어졌습니다.


희망을 발견하고 날개 등 설계를 조금씩 수정한 끝에 지난해 7월 다시 발사에 나섰습니다. 500m 넘게 올라갔습니다. 로켓이 일직선으로 이렇게 높게 솟아올라 간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이게 왜 올라가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라며 "습도가 너무 높아서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잘 올라가서 기뻤다. 하지만 연소가 시작될 때 나는 '윙' 소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5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당진에서 또다시 로켓을 쏘아 올렸습니다. 굉음을 내며, 로켓은 일직선으로 462m까지 올라갔습니다. 정 대표는 "올라가다가 날개가 부러져 목표했던 높이에 도달하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실시간 통신이 돼서 영상과 고도계의 수치를 통해 높이를 파악할 수 있었고, 목표했던 낙하산 사출도 돼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날개만 조금 더 보완하면 1, 2km는 거뜬히 올라갈 것이라 자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오버페이스 "로켓 발사,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됐으면"

고등학생으로서 발사 시도를 이어가는 데 어려운 점은 없을까.
정 대표는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다가, 아무래도 그만큼 공부에 영향을 미치긴 하니 걱정하기도 한다."라며 "계속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말로 설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주 스타트업으로서 바라는 점에 관해 묻자, 정승호 대표는 "로켓을 마음껏 쏘아 올릴 부지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해선 주변 3~5km 민가가 없는 공터여야 하는데 그런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사업 구상도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우주로 발사될 물체가 많아질 것이다. 그 물체들이 우주 공간을 견딜 수 있을지 테스트가 필요하다."라며 "그 테스트를 위해 우주 공간에 그 물건을 직접 띄웠다가 안전하게 회수해주는 것을 사업 목표로 두고 연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장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보니 연구와 발사에만 몰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발사를 위한 시도는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명을 왜 오버페이스로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오버페이스는 주로 스포츠나 운동에서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체력 수준을 초과하는 속도나 강도로 활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정 대표는 "다소 뜻이 부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한계치에 다다르는 게 뭐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오버'와 '스페이스'를 합친 '우주 너머'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계를 오버페이스 해보자', '우리만의 오버페이스를 해보자!'라는 뜻을 담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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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딩이지만 고체연료 로켓 발사합니다”
    • 입력 2024-02-11 07: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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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당진시의 외진 들판에서 로켓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오버페이스'라는 한 스타트업이 쏘아 올린 '고체연료 로켓'입니다. 목표했던 거리인 3km를 날아가진 못 했지만, 460m까지는 올라갔습니다. 최대 속도 926km/h(0.75 마하)를 기록했습니다.


고체연료로켓은 액체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저장과 취급이 쉬우며, 발사 준비 기간도 짧다 보니 주로 군에서 발사 시도를 많이 합니다. 재작년 12월 30일 우리 군에서 고체연료발사체를 쏘아 올렸다가 전국에서 UFO 오인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와 크기나 기술력 등을 비교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고체연료로 발사를 도전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오버페이스'입니다. 이 업체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 학생 4명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정승호 군, 박현우 군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꿈을 쏘아 올리다"…'누리호 키즈'의 로켓 발사 시도

김영우 군, 정승호 군, 박현우 군(사진 왼쪽부터)이 자체 개발한 고체연료로켓을 들고 있다.
정승호 대표가 로켓 발사에 대한 꿈을 꾼 건 누리호 발사 때부터 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21년 10월 전남 고흥에서 누리호 1차 발사 모습을 봤는데, 그 떨림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스로 로켓을 만들어 날려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으로, 프로그래밍과 기계 설비 등을 하는 친구들과 뜻을 모아 '오버페이스'를 세웠습니다.

이들이 회사를 만든 건 로켓 연료를 사고 로켓을 날리는 공역 허가를 받을 때 더 수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질산칼륨, 정화제 같은 원료를 파는 전문용품점에 연락을 해보면 개인한테는 팔지 않고,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오라더라"라며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국토부에 공역 허가를 받는 데도 개인보다는 법인이 나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연료통은 하수도 배관…배합하다 연료 폭발도 경험

로켓을 발사하려면 먼저 연료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제작이 쉽고 보관하기도 편한 고체연료를 택했습니다. 정 대표는 "KNSB 연료를 사용하는데, 질산칼륨이라고 하는 산화제랑 소르비톨을 섞어서 만드는 고체연료"며 "소르비톨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이다. 중요한 건 출력이 나오게 하는 배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합을 잘 못 해 연료가 터져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경험도 했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배합을 찾았습니다.

연료통은 하수도 배관으로 만들었는데 문제는 노즐이었습니다. 노즐은 액체나 기체를 고속으로 분출시키기 위한 일종의 '관'입니다. 세차장의 세차 호스나 소방호스는 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멀리 보내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게 호스 끝에 달린 '노즐'입니다.

로켓에도 '노즐'이 필요합니다.
로켓 연료가 연소할 때 엔진에 난 작은 구멍으로 가스가 분출되면서 로켓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다 보니 노즐의 모양과 재질에 따라 추력의 발생량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노즐을 3D프린터로 제작했더니 플라스틱이라 열에 녹았습니다. 시멘트로 시도를 해보다 스테인리스가 제일 낫다고 판단하고 20여만 원을 내고 맞춤 제작을 했습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이들의 시도가 진전을 보이기 시작한 건 재작년(2022년) 12월 24일입니다. 로켓에 불이 붙더니 미친듯한 속도로 10m 정도 날아오른 겁니다. 100kg인 사람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추력이 발생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로켓이 옆으로 눕더니 땅으로 휘어지며 떨어졌습니다.


희망을 발견하고 날개 등 설계를 조금씩 수정한 끝에 지난해 7월 다시 발사에 나섰습니다. 500m 넘게 올라갔습니다. 로켓이 일직선으로 이렇게 높게 솟아올라 간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처음에는 이게 왜 올라가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라며 "습도가 너무 높아서 기대를 안 했는데 너무 잘 올라가서 기뻤다. 하지만 연소가 시작될 때 나는 '윙' 소리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5개월 후인 지난해 12월 24일, 충남 당진에서 또다시 로켓을 쏘아 올렸습니다. 굉음을 내며, 로켓은 일직선으로 462m까지 올라갔습니다. 정 대표는 "올라가다가 날개가 부러져 목표했던 높이에 도달하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실시간 통신이 돼서 영상과 고도계의 수치를 통해 높이를 파악할 수 있었고, 목표했던 낙하산 사출도 돼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날개만 조금 더 보완하면 1, 2km는 거뜬히 올라갈 것이라 자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 오버페이스 "로켓 발사,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됐으면"

고등학생으로서 발사 시도를 이어가는 데 어려운 점은 없을까.
정 대표는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다가, 아무래도 그만큼 공부에 영향을 미치긴 하니 걱정하기도 한다."라며 "계속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말로 설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우주 스타트업으로서 바라는 점에 관해 묻자, 정승호 대표는 "로켓을 마음껏 쏘아 올릴 부지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해선 주변 3~5km 민가가 없는 공터여야 하는데 그런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사업 구상도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우주로 발사될 물체가 많아질 것이다. 그 물체들이 우주 공간을 견딜 수 있을지 테스트가 필요하다."라며 "그 테스트를 위해 우주 공간에 그 물건을 직접 띄웠다가 안전하게 회수해주는 것을 사업 목표로 두고 연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장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보니 연구와 발사에만 몰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발사를 위한 시도는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명을 왜 오버페이스로 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오버페이스는 주로 스포츠나 운동에서 자신의 현재 능력이나 체력 수준을 초과하는 속도나 강도로 활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정 대표는 "다소 뜻이 부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한계치에 다다르는 게 뭐 어떤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오버'와 '스페이스'를 합친 '우주 너머'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계를 오버페이스 해보자', '우리만의 오버페이스를 해보자!'라는 뜻을 담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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