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에 나토공격 권유” 발언에 미국·유럽 놀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집권 1기의 동맹 경시 기조가 부활할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유럽과 미국에서 깜짝 놀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현지 시각 11일 서면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그들(나토)이 '돈(방위비)을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고 물어 '절대 아니다'고 답했더니 믿지 않더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을 내지 않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며 "난 '그렇게 하지 않겠다. 실은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에 나토 회원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에 '무임승차'한다고 압박하면서 방위비 추가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번 발언은 이전 무임승차론보다 한 발 더 나간 셈이어서 유럽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청신호를 주려고 한다"며, 이는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직격했습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도 성명에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