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초 동영상으로 시작해 세계 1위로…유튜브의 ‘명과 암’ [이슈 집중]

입력 2024.02.14 (21:36) 수정 2024.02.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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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년 전인 2005년 오늘(14일), 유튜브닷컴이란 인터넷 주소로 유튜브가 처음 시작됐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한 팝가수의 공연 영상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했는데요.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함께 보는 공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유튜브는 이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거듭났는데요.

먼저, 그 과정을 황정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금 보시는 영상, 2005년 4월 유튜브에 올라온 첫 동영상입니다.

이처럼 한 남성이 코끼리 우리 앞에 서서 설명하는 내용인데, 19초 분량으로 짧은 영상입니다.

현재는 조회수, 3억 회, 댓글 수는 천만 개를 넘겼습니다.

유튜브는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볼 수 있어서 인기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은 아니었습니다.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일 년쯤 지난 2006년, 세계 최대 검색 업체, 구글이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는데다 저작권 문제까지 불거지는 등 몇 년 동안 고전했지만, 2010년 흑자로 돌아선 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기발한 콘텐츠 등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광고 매출만 전세계적으로 315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된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형을 키워오는 사이 부작용들도 나타났는데요.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브의 명과 암을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튜브를 얼마나 보는지 물었습니다.

[손서정/12세·손동현/10세/서울 서대문구 : "학원 끝날 때 30분, 40분 봐요. 공부 많이 해서 머리 식히려고..."]

[김현규/27세/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 "기본 2시간에서 많으면 3시간 정도…. 양도 되게 많아서 볼 게 엄청 많고."]

본인 맞춤형 알고리즘에 따라 좋아하는 분야 영상만 볼 수도 있고, 짧은 호흡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니 전 연령층에서 시청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김미자/69세/인천시 중구 : "설거지하고 일 할 때 (주로 봐요)….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자기 성향에 맞는 거 골라서 볼 수 있으니까."]

[오일용/80세/서울시 마포구 : "재밌으니까요. (TV는) 시간, 시간대에 있으니까 유튜브는 항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유튜브는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앱이 됐습니다.

지난달 월간 실사용자 수가 4,500만여 명으로, 카카오톡을 제쳤습니다.

이렇게 우리 삶 깊숙이 파고 들었지만, 과도한 조회 수 경쟁으로 인한 일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는 문제로 지적됩니다.

[권지은/서울 서대문구 : "(아이들이) 어른들이 쓰는 은어 이런 거를 많이 갑자기 쓰게 돼서 깜짝 놀라서 보면 유튜브 봤지 이렇게 말하게 되더라고요."]

혐오를 조장하거나, 허위 정보가 여과 없이 유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방송이 아니다 보니 국내에서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습니다.

[유현재/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국내법으로 압박하는 수밖에 뭐가 더 있겠어요. '유튜브 법'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빨리 모여서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지난 5년 동안 방심위가 시정요구 조치한 유튜브 콘텐츠는 만 1,975건에 달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기자]

'숏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15초에서 1분 남짓한 짧은 영상인데, 요즘 이른바 '대세'입니다.

유튜브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길이가 짧은 데다 콘텐츠까지 무궁무진합니다.

한 조사 결과, 4명 가운데 3명이 숏폼을 보고 있고, 시청 시간이 늘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응답자의 30%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숏폼이 대세가 될수록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반복 노출된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계속해서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카카오톡 선물하기 인사 영상에서..."]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박새은/서울시 마포구 : "자기 전에 조금만 봐야지 하고 내리고, 내리고 해서 1시간보다 늦게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재혁/서울시 송파구 :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지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가지고 그럴 때 좀 온전히 못 쉰다. 이런 느낌."]

'숏폼' 시청은 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뇌가 빠르게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짧은 영상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짧은 동영상에 길들여지면 긴 영상 보기가 힘들어 다시 숏폼만 찾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한규만/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짧은 동영상들이 뇌 보상 중추를 아주 강하게 자극하다 보니까 실제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즐거움들, 별로 즐겁지 않게 느껴지는 겁니다."]

게다가 잠들기 전 등 뇌가 온전히 쉬어야 할 시간에 '숏폼'을 보는 게 문젭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규만/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뇌가 쉬지 못하고 과부하가 걸린 상태가 지속 되게 되면 외부에서부터 학습을 하거나 집중을 기울여야 하는 그런 과제들이 나타났을 때 뇌가 충분한 능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거죠."]

전문가들은 숏폼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체활동 등 현실에서 즐거움을 찾고, 숏폼을 보더라도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즐겨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권고합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촬영기자:김철호 송상엽/영상편집:고응용 김지영/그래픽:여현수 고석훈 임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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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4 21:36:54
    • 수정2024-02-15 08:24:55
    뉴스 9
[앵커]

19년 전인 2005년 오늘(14일), 유튜브닷컴이란 인터넷 주소로 유튜브가 처음 시작됐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한 팝가수의 공연 영상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했는데요.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함께 보는 공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였습니다.

유튜브는 이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거듭났는데요.

먼저, 그 과정을 황정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금 보시는 영상, 2005년 4월 유튜브에 올라온 첫 동영상입니다.

이처럼 한 남성이 코끼리 우리 앞에 서서 설명하는 내용인데, 19초 분량으로 짧은 영상입니다.

현재는 조회수, 3억 회, 댓글 수는 천만 개를 넘겼습니다.

유튜브는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볼 수 있어서 인기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은 아니었습니다.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일 년쯤 지난 2006년, 세계 최대 검색 업체, 구글이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는데다 저작권 문제까지 불거지는 등 몇 년 동안 고전했지만, 2010년 흑자로 돌아선 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기발한 콘텐츠 등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광고 매출만 전세계적으로 315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된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형을 키워오는 사이 부작용들도 나타났는데요.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브의 명과 암을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튜브를 얼마나 보는지 물었습니다.

[손서정/12세·손동현/10세/서울 서대문구 : "학원 끝날 때 30분, 40분 봐요. 공부 많이 해서 머리 식히려고..."]

[김현규/27세/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 "기본 2시간에서 많으면 3시간 정도…. 양도 되게 많아서 볼 게 엄청 많고."]

본인 맞춤형 알고리즘에 따라 좋아하는 분야 영상만 볼 수도 있고, 짧은 호흡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니 전 연령층에서 시청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김미자/69세/인천시 중구 : "설거지하고 일 할 때 (주로 봐요)….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자기 성향에 맞는 거 골라서 볼 수 있으니까."]

[오일용/80세/서울시 마포구 : "재밌으니까요. (TV는) 시간, 시간대에 있으니까 유튜브는 항시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유튜브는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앱이 됐습니다.

지난달 월간 실사용자 수가 4,500만여 명으로, 카카오톡을 제쳤습니다.

이렇게 우리 삶 깊숙이 파고 들었지만, 과도한 조회 수 경쟁으로 인한 일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는 문제로 지적됩니다.

[권지은/서울 서대문구 : "(아이들이) 어른들이 쓰는 은어 이런 거를 많이 갑자기 쓰게 돼서 깜짝 놀라서 보면 유튜브 봤지 이렇게 말하게 되더라고요."]

혐오를 조장하거나, 허위 정보가 여과 없이 유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방송이 아니다 보니 국내에서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습니다.

[유현재/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국내법으로 압박하는 수밖에 뭐가 더 있겠어요. '유튜브 법'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빨리 모여서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지난 5년 동안 방심위가 시정요구 조치한 유튜브 콘텐츠는 만 1,975건에 달합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기자]

'숏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15초에서 1분 남짓한 짧은 영상인데, 요즘 이른바 '대세'입니다.

유튜브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길이가 짧은 데다 콘텐츠까지 무궁무진합니다.

한 조사 결과, 4명 가운데 3명이 숏폼을 보고 있고, 시청 시간이 늘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응답자의 30%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숏폼이 대세가 될수록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반복 노출된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계속해서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카카오톡 선물하기 인사 영상에서..."]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박새은/서울시 마포구 : "자기 전에 조금만 봐야지 하고 내리고, 내리고 해서 1시간보다 늦게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재혁/서울시 송파구 :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지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 가지고 그럴 때 좀 온전히 못 쉰다. 이런 느낌."]

'숏폼' 시청은 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뇌가 빠르게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짧은 영상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짧은 동영상에 길들여지면 긴 영상 보기가 힘들어 다시 숏폼만 찾는 악순환에 빠지는 겁니다.

[한규만/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짧은 동영상들이 뇌 보상 중추를 아주 강하게 자극하다 보니까 실제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즐거움들, 별로 즐겁지 않게 느껴지는 겁니다."]

게다가 잠들기 전 등 뇌가 온전히 쉬어야 할 시간에 '숏폼'을 보는 게 문젭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규만/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뇌가 쉬지 못하고 과부하가 걸린 상태가 지속 되게 되면 외부에서부터 학습을 하거나 집중을 기울여야 하는 그런 과제들이 나타났을 때 뇌가 충분한 능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거죠."]

전문가들은 숏폼에 빠지지 않으려면 신체활동 등 현실에서 즐거움을 찾고, 숏폼을 보더라도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즐겨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권고합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촬영기자:김철호 송상엽/영상편집:고응용 김지영/그래픽:여현수 고석훈 임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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