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꿈 ‘7광구’, 일본 품으로?…“협정 종료 1년 4개월 앞인데 무대책?”

입력 2024.02.15 (16:02) 수정 2024.02.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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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대륙붕은 한때 우리에게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해 준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국민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것도 사실이죠. 공동 탐사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중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9 갈무리 [자료화면] KBS 뉴스9 갈무리 [자료화면]

7광구는 제주도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일본 열도 서쪽의 제주해분(海盆) 일대에 설정한 8만 2천여 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자원 탐사 구역을 말합니다. 규모로만 보면 남한 면적의 7~80%에 달하는 바다 밑 우리 땅입니다.

■ 우리나라, '7광구' 영유권 우선 선포…1974년, 한일공동개발구역 협정 체결

7광구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건 1969년 유엔 아시아 극동 경제개발위원회가 발표한 '에머리 리포트'가 나오면서부터입니다. 동중국해 대륙붕에 '세계 최대 석유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는데요, 우리 정부는 그다음 해인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면서 제주 남방 200km 수역을 포함해 대륙붕 광구 7개를 설정합니다. 일본과 중국보다 먼저 7광구의 대륙붕 영유권을 선포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우리나라의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고 나섭니다. 이후 한일 간 협상이 진행되는데 당시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했던 우리는 '공동개발 협정'으로 전략을 바꿔 1974년 한일공동개발구역, 즉 JDZ 관련 협정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협정은 1978년 6월 22일 발효돼 2028년 6월 22일까지 50년간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니다. 1980년부터 한일 양국은 공동 탐사를 진행했고 7개 공구에서 시험 굴착을 해 본 결과 약간의 가스 징후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KBS 뉴스9 갈무리KBS 뉴스9 갈무리

■ '배타적경제수역' 개념 등장…일본 "상업성 없다." 탐사작업 철수

그러는 사이 1982년 UN에서는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새로 채택됐습니다. 획정 기준이 대륙붕 자연연장설에서 중간선 원칙으로 바뀌게 되는데 연안의 200해리까지 경제적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 EEZ 개념이 등장한 겁니다.

일본은 1986년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7광구 탐사작업에 철수합니다. 실제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불리한 EEZ 설정으로 굳이 '공동 개발을 해야 하나'라는 인식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협정 체결 당시 때도 JDZ(공동개발구역)의 90%가 일본 쪽에 위치했는데도 당시의 국제기준을 따르다 보니 불리한 협정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준이 바뀌게 됐으니 열심히 같이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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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끌기, 일본에 유리"…중국 '숟가락 얹기' 가능성 대두

쉽게 말하면 2028년까지 '시간 끌기'만 하면 7광구의 90% 면적이 일본 권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일본의 이른바 '태업'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은 여럿 있습니다. 중국이 2006년 JDZ, 공동개발구역 인근 춘샤오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7광구 인근에서 실제 천연가스가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일본은 특히 2008년 7광구 서쪽 86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중-일 공동개발구역을 약정하게 됩니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지역에서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동중국해 분쟁의 또 다른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2022년 6월, 중·일 중간선의 서쪽인 중국 측 해역에서 가스전 개발을 위한 해상 구조물의 토대를 운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사실은 중국은 이전에도 7광구 서쪽 밖 인접한 해안으로 무단으로 설치한 수십 개의 원유 시추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조치 없이 2028년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이곳에 숟가락을 얹을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7광구로 해양 공세를 확대하고 시추 활동에 나설 게 자명합니다. 이미 지금도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습니다. 한일 공동개발구역 탐사가 중단된 사이 중일 공동개발구역에 심해 시추 활동을 곳곳에서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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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일본에 민사 소송 제기…일본 정부, 무대응 일관

38년간 '잊힌 곳'으로 여겨졌던 7광구가 최근 다시 등장했습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시민단체 1곳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KBS 뉴스9 갈무리KBS 뉴스9 갈무리

일본이 2002년 이후 21년간 경제성과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교묘하게 협정을 위반해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게 소송 이윱니다. 김순환 사무총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당초 이번 달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일본 정부에 계속 답변을 요구해 보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동안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본 정부에 사법공조 촉탁 서류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변호사 선임이나 답변서 제출 같은 대응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국회, '협정 이행 촉구 결의안' 발의…"정부 직접 나서야"

또 지난해 11월엔 국회가 결의안까지 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익이 걸린 일이다 보니 국회도 여야 모두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KBS 뉴스9 갈무리KBS 뉴스9 갈무리

이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1년 4개월 정도 남아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땐 일본이 내년 6월에 협정 시효 3년을 남겨 두고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해법은 오히려 명확해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일본의 경제산업상, 또는 우리 측 조광권자인 석유공사 등이 모여서, 논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이즈'는 아닌 게 분명합니다.

지난해 3월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한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풀어야 할 '빅 사이즈'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9 갈무리KBS 뉴스9 갈무리

인도-태평양 전략을 짜고 있는 미국을 중재자로 끌어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협정이 종료되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더 커질 것이므로 이를 불편하게 여길 미국이 자연스럽게 끼어들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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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유국 꿈 ‘7광구’, 일본 품으로?…“협정 종료 1년 4개월 앞인데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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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2-15 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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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대륙붕은 한때 우리에게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해 준 곳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국민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것도 사실이죠. 공동 탐사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중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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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는 제주도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일본 열도 서쪽의 제주해분(海盆) 일대에 설정한 8만 2천여 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자원 탐사 구역을 말합니다. 규모로만 보면 남한 면적의 7~80%에 달하는 바다 밑 우리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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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건 1969년 유엔 아시아 극동 경제개발위원회가 발표한 '에머리 리포트'가 나오면서부터입니다. 동중국해 대륙붕에 '세계 최대 석유자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는데요, 우리 정부는 그다음 해인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면서 제주 남방 200km 수역을 포함해 대륙붕 광구 7개를 설정합니다. 일본과 중국보다 먼저 7광구의 대륙붕 영유권을 선포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우리나라의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고 나섭니다. 이후 한일 간 협상이 진행되는데 당시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했던 우리는 '공동개발 협정'으로 전략을 바꿔 1974년 한일공동개발구역, 즉 JDZ 관련 협정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협정은 1978년 6월 22일 발효돼 2028년 6월 22일까지 50년간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니다. 1980년부터 한일 양국은 공동 탐사를 진행했고 7개 공구에서 시험 굴착을 해 본 결과 약간의 가스 징후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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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타적경제수역' 개념 등장…일본 "상업성 없다." 탐사작업 철수

그러는 사이 1982년 UN에서는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새로 채택됐습니다. 획정 기준이 대륙붕 자연연장설에서 중간선 원칙으로 바뀌게 되는데 연안의 200해리까지 경제적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 EEZ 개념이 등장한 겁니다.

일본은 1986년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7광구 탐사작업에 철수합니다. 실제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불리한 EEZ 설정으로 굳이 '공동 개발을 해야 하나'라는 인식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협정 체결 당시 때도 JDZ(공동개발구역)의 90%가 일본 쪽에 위치했는데도 당시의 국제기준을 따르다 보니 불리한 협정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준이 바뀌게 됐으니 열심히 같이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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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끌기, 일본에 유리"…중국 '숟가락 얹기' 가능성 대두

쉽게 말하면 2028년까지 '시간 끌기'만 하면 7광구의 90% 면적이 일본 권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일본의 이른바 '태업'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은 여럿 있습니다. 중국이 2006년 JDZ, 공동개발구역 인근 춘샤오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7광구 인근에서 실제 천연가스가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일본은 특히 2008년 7광구 서쪽 86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중-일 공동개발구역을 약정하게 됩니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지역에서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동중국해 분쟁의 또 다른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2022년 6월, 중·일 중간선의 서쪽인 중국 측 해역에서 가스전 개발을 위한 해상 구조물의 토대를 운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사실은 중국은 이전에도 7광구 서쪽 밖 인접한 해안으로 무단으로 설치한 수십 개의 원유 시추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조치 없이 2028년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이곳에 숟가락을 얹을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7광구로 해양 공세를 확대하고 시추 활동에 나설 게 자명합니다. 이미 지금도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습니다. 한일 공동개발구역 탐사가 중단된 사이 중일 공동개발구역에 심해 시추 활동을 곳곳에서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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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일본에 민사 소송 제기…일본 정부, 무대응 일관

38년간 '잊힌 곳'으로 여겨졌던 7광구가 최근 다시 등장했습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라는 시민단체 1곳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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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02년 이후 21년간 경제성과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교묘하게 협정을 위반해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게 소송 이윱니다. 김순환 사무총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재판부가 당초 이번 달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일본 정부에 계속 답변을 요구해 보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그동안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본 정부에 사법공조 촉탁 서류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변호사 선임이나 답변서 제출 같은 대응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국회, '협정 이행 촉구 결의안' 발의…"정부 직접 나서야"

또 지난해 11월엔 국회가 결의안까지 발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익이 걸린 일이다 보니 국회도 여야 모두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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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1년 4개월 정도 남아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땐 일본이 내년 6월에 협정 시효 3년을 남겨 두고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해법은 오히려 명확해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일본의 경제산업상, 또는 우리 측 조광권자인 석유공사 등이 모여서, 논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이즈'는 아닌 게 분명합니다.

지난해 3월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한일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풀어야 할 '빅 사이즈'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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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전략을 짜고 있는 미국을 중재자로 끌어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협정이 종료되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더 커질 것이므로 이를 불편하게 여길 미국이 자연스럽게 끼어들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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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일 대륙붕협정 종료돼도 한쪽이 일방적 개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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