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마트폰 ‘성지’의 비밀은?

입력 2024.02.15 (21:39) 수정 2024.02.1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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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마트폰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판매점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스마트폰을 살 때 고객들은 두 가지 형태의 지원을 받습니다.

통신사가 기기 요금을 지원해 주는 공시 지원금과 판매점이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입니다.

지원금 한도를 정해놓은 단말기 유통법, 이른바 '단통법'에 정해진 추가 지원 한도는 공시 지원금의 15%인데, 이른바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이보다 더 많이 지원해 줍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통신업계의 담합 때문이라는 의혹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도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도윤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통신 3사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시장 상황반', 통신사들이 판매점에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인 판매장려금 실태를 감독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정보공유 창구로 쓰인 것으로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시장 상황반 활동 관련 문서입니다.

핵심 내용은 '번호이동' 관련 정보 공유.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8시까지 30분 단위로 번호 이동 실적을 기록하고, 가입자가 어느 회사로 쏠리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쟁사끼리 영업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건데, 실적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실시간으로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실적이 높으면 장려금을 터무니없이 낮춰 판매점이 개통을 미루게 하는 방법입니다.

[홍기성/휴대전화 판매점 점주 : "어제까지 (통신사에서) 40만 원 줬는데 오늘 갑자기 15만 원 준다고 하면 누가 팔겠어요. 오늘 개통하면 안 되네. 그건 무언의 암시예요."]

반대로 실적이 저조하면 특정 판매점에 판매장려금 한도 30만 원을 넘겨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성지'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홍기성/휴대전화 판매점 : "기변(기기변경)으로 판매하면 20만 원이었어요. 근데 저녁 다섯 시쯤 되면 그 금액이 갑자기 40만 원까지 올라가는 거죠."]

그 결과 일부 성지에서는 극소수가 혜택을 봤지만, 전체 판매장려금 규모는 줄어 소비자 혜택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적을 조절해 경쟁을 피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담합 의혹이 있다고 보고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모니터링을 하는 거고 한 공간에서 그냥 같이하는 것뿐인 거지. 그걸 담합이라고 저희는 사실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통신3사는 심지어 공정위 조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까지 공유했습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김현민/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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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스마트폰 ‘성지’의 비밀은?
    • 입력 2024-02-15 21:39:23
    • 수정2024-02-16 08:24:03
    뉴스 9
[앵커]

스마트폰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판매점을 뜻하는 은어입니다.

스마트폰을 살 때 고객들은 두 가지 형태의 지원을 받습니다.

통신사가 기기 요금을 지원해 주는 공시 지원금과 판매점이 추가로 지원하는 금액입니다.

지원금 한도를 정해놓은 단말기 유통법, 이른바 '단통법'에 정해진 추가 지원 한도는 공시 지원금의 15%인데, 이른바 성지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이보다 더 많이 지원해 줍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통신업계의 담합 때문이라는 의혹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공정위도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도윤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와 통신 3사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시장 상황반', 통신사들이 판매점에 지급하는 마케팅 비용인 판매장려금 실태를 감독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정보공유 창구로 쓰인 것으로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시장 상황반 활동 관련 문서입니다.

핵심 내용은 '번호이동' 관련 정보 공유.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8시까지 30분 단위로 번호 이동 실적을 기록하고, 가입자가 어느 회사로 쏠리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쟁사끼리 영업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건데, 실적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실시간으로 고무줄처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실적이 높으면 장려금을 터무니없이 낮춰 판매점이 개통을 미루게 하는 방법입니다.

[홍기성/휴대전화 판매점 점주 : "어제까지 (통신사에서) 40만 원 줬는데 오늘 갑자기 15만 원 준다고 하면 누가 팔겠어요. 오늘 개통하면 안 되네. 그건 무언의 암시예요."]

반대로 실적이 저조하면 특정 판매점에 판매장려금 한도 30만 원을 넘겨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성지'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홍기성/휴대전화 판매점 : "기변(기기변경)으로 판매하면 20만 원이었어요. 근데 저녁 다섯 시쯤 되면 그 금액이 갑자기 40만 원까지 올라가는 거죠."]

그 결과 일부 성지에서는 극소수가 혜택을 봤지만, 전체 판매장려금 규모는 줄어 소비자 혜택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적을 조절해 경쟁을 피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정위는 담합 의혹이 있다고 보고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모니터링을 하는 거고 한 공간에서 그냥 같이하는 것뿐인 거지. 그걸 담합이라고 저희는 사실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통신3사는 심지어 공정위 조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까지 공유했습니다.

공정위는 조만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 김현민/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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