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문서까지 변조해 ‘홍콩 ELS’ 판매…본사도 금감원도 몰랐다

입력 2024.02.15 (21:48) 수정 2024.02.16 (08: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홍콩 H지수 주가 연계증권인 홍콩 ELS에 투자했다 손실로 확정된 액수가 5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상품을 팔면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면서 시민단체들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을 못해 피해를 키웠으니, 감사원이 조사해 달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완전판매 민원만 4천 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완전판매를 넘어 문서를 변조하는 위법 판매 정황까지 포착됐습니다.

해당 은행은 물론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도 미처 몰랐던 사례입니다.

황경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50대 이 모 씨는 2021년 2월과 4월, 9월 3차례 국민은행에서 남편 대신 홍콩 ELS에 가입했습니다.

대리 가입할 땐 가족관계증명서를 내야 하는데, 4월과 9월엔 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OO/'홍콩 ELS' 대리 가입/음성변조 : "남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일도 해야 했었고, (가족관계증명서) 생각 자체를 못했죠."]

가족관계증명서 없이 어떻게 대리 가입이 가능했을까.

4월, 9월 가입 서류를 확인해 봤습니다.

이 씨는 낸 적 없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첨부돼 있는데, 날짜 글씨가 어색합니다.

두 서류의 발급 시각, 발행번호까지 모두 같습니다.

이 씨가 2월 제출했던 시효 만료된 증명서를 은행원이 날짜만 변조해 사용한 겁니다.

9월 가입 때부터는 규정이 바뀌어 은행이 가입자에게 최종 승낙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 측은 승낙해 준 사람이 없다고 하고, 은행 측은 통화 기록 등의 증거를 대지 못했습니다.

[이 씨 자녀/음성변조 : "'아빠(가입자)가 그때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누가 승낙을 했냐, 발신자 번호를 달라'. (은행원이) 그건 없대요."]

이렇게 이 씨가 가입한 홍콩 ELS는 13억 원.

이 씨 측은 국민은행 본사와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두 곳 모두 K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사실 관계를 파악했습니다.

[이 씨 자녀/음성변조 : "(은행은) 왜 한 명도 걸러내지 못했나, 혹은 묵인한 건가, 무분별한 판매 실적을 위해서. 금융감독원 자체도 너무 실망스럽고…."]

해당 은행원은 "고객이 먼저 요구해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민은행은 "내부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민원을 살펴보긴 어렵다"며 "위법 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인 만큼 곧장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채상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공문서까지 변조해 ‘홍콩 ELS’ 판매…본사도 금감원도 몰랐다
    • 입력 2024-02-15 21:47:59
    • 수정2024-02-16 08:24:03
    뉴스 9
[앵커]

홍콩 H지수 주가 연계증권인 홍콩 ELS에 투자했다 손실로 확정된 액수가 5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상품을 팔면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면서 시민단체들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을 못해 피해를 키웠으니, 감사원이 조사해 달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완전판매 민원만 4천 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완전판매를 넘어 문서를 변조하는 위법 판매 정황까지 포착됐습니다.

해당 은행은 물론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도 미처 몰랐던 사례입니다.

황경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50대 이 모 씨는 2021년 2월과 4월, 9월 3차례 국민은행에서 남편 대신 홍콩 ELS에 가입했습니다.

대리 가입할 땐 가족관계증명서를 내야 하는데, 4월과 9월엔 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OO/'홍콩 ELS' 대리 가입/음성변조 : "남편이 많이 아팠기 때문에 일도 해야 했었고, (가족관계증명서) 생각 자체를 못했죠."]

가족관계증명서 없이 어떻게 대리 가입이 가능했을까.

4월, 9월 가입 서류를 확인해 봤습니다.

이 씨는 낸 적 없는 가족관계증명서가 첨부돼 있는데, 날짜 글씨가 어색합니다.

두 서류의 발급 시각, 발행번호까지 모두 같습니다.

이 씨가 2월 제출했던 시효 만료된 증명서를 은행원이 날짜만 변조해 사용한 겁니다.

9월 가입 때부터는 규정이 바뀌어 은행이 가입자에게 최종 승낙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 측은 승낙해 준 사람이 없다고 하고, 은행 측은 통화 기록 등의 증거를 대지 못했습니다.

[이 씨 자녀/음성변조 : "'아빠(가입자)가 그때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누가 승낙을 했냐, 발신자 번호를 달라'. (은행원이) 그건 없대요."]

이렇게 이 씨가 가입한 홍콩 ELS는 13억 원.

이 씨 측은 국민은행 본사와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두 곳 모두 K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사실 관계를 파악했습니다.

[이 씨 자녀/음성변조 : "(은행은) 왜 한 명도 걸러내지 못했나, 혹은 묵인한 건가, 무분별한 판매 실적을 위해서. 금융감독원 자체도 너무 실망스럽고…."]

해당 은행원은 "고객이 먼저 요구해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민은행은 "내부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민원을 살펴보긴 어렵다"며 "위법 사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인 만큼 곧장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채상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