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몽’ 세트장은 왜 철거 위기에 놓였나

입력 2024.02.17 (07: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남 나주시 공산면 ‘나주영상테마파크’의 현재 모습.전남 나주시 공산면 ‘나주영상테마파크’의 현재 모습.

2006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MBC 드라마 '주몽'을 기억하시나요? 최고 시청률 '49.7%'를 기록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 때 이 드라마가 촬영됐다고 해서 '주몽 세트장'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쳤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남 나주시 '나주영상테마파크'입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는 2006년, 예산 137억 원을 들여 지어졌습니다. 5만 제곱미터 규모로, 부여궁과 고구려궁, 소서노궁, 옛 저잣거리 등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드라마 '주몽' 이후에도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에 이어 최근까지 TVN 드라마 '도깨비', 영화 '신과함께-인과연' 등 영화와 드라마 21편이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예전과 다릅니다. 웅장했던 촬영장은 온데간데 없고, 절반 넘게 철거됐습니다. 남은 건, 만 6천 제곱미터 규모의 '고구려궁' 뿐입니다. 이마저도 철거될 위기에 놓였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 나주영상테마파크 헐고 '남도의병역사관' 건립…"'고구려궁'이라도 남겨야"

웅장함을 자랑했던 나주영상테마파크를 철거하는 이유, 그 자리에 '남도의병역사관'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2025년 남도의병역사관을 개관하고, 박물관과 더불어 둘레길도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를 관리하느라 연 평균 4억 원이 넘는 적자가 나는 데다, 뾰족한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철거가 시작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나주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사업 초기부터 반발해왔습니다. 100억 원 넘게 들여 지은 테마파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다, 또다시 예산을 투입해 철거하는 건 '혈세 낭비'라는 겁니다. 시민단체는 핵심 볼거리였던 '고구려궁'이라도 존치시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시민단체는 또 '고구려궁'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KBS 취재진이 철거 현장에서 당시 테마파크 시공을 맡았던 시공사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김인수 대표는 "고구려 초기 건물의 근사치로 가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고구려 초기 건물은 이곳 말고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며 철거 소식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 "철거냐 존치냐"… '고구려궁' 용역 결과는?

나주시도 원래 '고구려궁'은 남길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진단 결과 건물이 노후화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주시는 리모델링도 고려해봤지만, 고치는 비용이 신축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는 입장입니다. 세트장으로 쓰였던 고구려궁을 다중이용시설로 바꾸기 위해서는 내진설계 등 강화된 건축법에 따라 보다 견고한 리모델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주시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점에서 철거냐 존치냐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면서 "현재 전라남도가 고구려궁 활용방안과 존치 시 경제성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여서 결과를 보고 최종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는 나주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여 나주시와 전라남도에 고구려궁 존치 필요성을 알려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드라마 '주몽' 방영 직후 2년간 누적 관광객 백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경제 효자 노릇을 했던 '나주영상테마파크'. 이대로 흔적 없이 사라질지, '고구려궁'이라도 존치할지 기로에 섰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드라마 ‘주몽’ 세트장은 왜 철거 위기에 놓였나
    • 입력 2024-02-17 07:04:24
    심층K
전남 나주시 공산면 ‘나주영상테마파크’의 현재 모습.
2006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MBC 드라마 '주몽'을 기억하시나요? 최고 시청률 '49.7%'를 기록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 때 이 드라마가 촬영됐다고 해서 '주몽 세트장'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쳤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전남 나주시 '나주영상테마파크'입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는 2006년, 예산 137억 원을 들여 지어졌습니다. 5만 제곱미터 규모로, 부여궁과 고구려궁, 소서노궁, 옛 저잣거리 등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습니다. 드라마 '주몽' 이후에도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에 이어 최근까지 TVN 드라마 '도깨비', 영화 '신과함께-인과연' 등 영화와 드라마 21편이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예전과 다릅니다. 웅장했던 촬영장은 온데간데 없고, 절반 넘게 철거됐습니다. 남은 건, 만 6천 제곱미터 규모의 '고구려궁' 뿐입니다. 이마저도 철거될 위기에 놓였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 나주영상테마파크 헐고 '남도의병역사관' 건립…"'고구려궁'이라도 남겨야"

웅장함을 자랑했던 나주영상테마파크를 철거하는 이유, 그 자리에 '남도의병역사관'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2025년 남도의병역사관을 개관하고, 박물관과 더불어 둘레길도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를 관리하느라 연 평균 4억 원이 넘는 적자가 나는 데다, 뾰족한 활성화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철거가 시작된 건 지난해 7월입니다. 나주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사업 초기부터 반발해왔습니다. 100억 원 넘게 들여 지은 테마파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다, 또다시 예산을 투입해 철거하는 건 '혈세 낭비'라는 겁니다. 시민단체는 핵심 볼거리였던 '고구려궁'이라도 존치시켜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시민단체는 또 '고구려궁'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KBS 취재진이 철거 현장에서 당시 테마파크 시공을 맡았던 시공사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김인수 대표는 "고구려 초기 건물의 근사치로 가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고구려 초기 건물은 이곳 말고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며 철거 소식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 "철거냐 존치냐"… '고구려궁' 용역 결과는?

나주시도 원래 '고구려궁'은 남길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진단 결과 건물이 노후화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주시는 리모델링도 고려해봤지만, 고치는 비용이 신축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는 입장입니다. 세트장으로 쓰였던 고구려궁을 다중이용시설로 바꾸기 위해서는 내진설계 등 강화된 건축법에 따라 보다 견고한 리모델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주시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점에서 철거냐 존치냐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면서 "현재 전라남도가 고구려궁 활용방안과 존치 시 경제성 등에 대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여서 결과를 보고 최종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는 나주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여 나주시와 전라남도에 고구려궁 존치 필요성을 알려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드라마 '주몽' 방영 직후 2년간 누적 관광객 백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경제 효자 노릇을 했던 '나주영상테마파크'. 이대로 흔적 없이 사라질지, '고구려궁'이라도 존치할지 기로에 섰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