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제 발등 찍었나…유죄 근거 된 ‘미국 교수 답변서’ [주말엔]

입력 2024.02.17 (08:00) 수정 2024.02.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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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습니다. 사실관계와 법리적용에 있어 의견 차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등에 대한 2심의 징역 2년 실형 선고 직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 흠이 있다'면서도 유죄 선고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적용된 법리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의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핵심 의혹에 대한 1심 재판부 판단이 대부분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취재진은 2심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연관 기사] 조국 2심도 징역 2년…법정구속은 면해 (24. 2. 8.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6836

■ "조국, 아들 시험 직접 풀어"…미국 교수 답변서 냈어도 유죄

아들 조원 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아버지인 조 전 장관과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같이 풀어 대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는 2심에서도 인정됐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2심에서 온라인 시험 관련 담당 교수였던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세우려 했고, 지난해 12월 제프리 교수의 서면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제프리 교수는 "두 번의 퀴즈에 대한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냈지만, 법원은 답변서의 다른 부분을 언급하며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온라인 시험에 응시할 때 타인과의 협력 등이 금지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다"면서 " 제프리 교수도 수업 중에 '타인과의 협업 금지'를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구두로 고지했을 거 같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스스로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교수의 답변이 오히려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겁니다.

재판부는 또 "시험문제를 각각 분담하여 푼 다음 이를 취합하여 최종 답을 고르는 과정에서 일부 상의를 하기도 했다"며 "조 전 장관 부부가 푼 답을 (아들이) 그대로 제출하기도 하여 사실상 문제를 대신 풀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 학업스터디나 학습을 돕는 목적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조 전 장관 부부가 관여한 두 번의 온라인 시험은 성적에 4% 반영되고, 이로 인해 최종 학점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2016년 11월,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온라인 시험 직전에 "정신차리고 봐야할텐데...그런데 총점의 2%야"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거론하며, 온라인 시험이 아들의 최종 학점에 반영되는 걸 알고 조 전 장관 부부가 온라인 시험에 직접 참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자신은 온라인 시험의 답안 제출 이전 행위에만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아들에게 온라인 시험에서 문제 전송 방법과 문제 풀이 순서 등을 지시했다"면서 "업무방해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 풀이를 직접 대신하기도 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교수님이 또 장학금 주셨어요! 계속 저 주실건가 봐요!"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600만 원에 대해 2심 재판부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의 다른 지도 학생 1명도 유급을 당했지만, 장학금은 조민 씨에게만 지급한 걸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장학금을 받는 조민 씨도 자신에 왜 장학금을 받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10월, 조민 씨가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노환중 교수님이 저 또 장학금 주셨어요!", "노 교수님이 계속 저 주실건가 봐요! 원래 면담조 돌아가면서 줬다던데"라고 보낸 문자 내용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노 전 원장 주장은 사후적으로 만들어낸 거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판부는 "2017년 상반기, 의전원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조민 씨 장학금 지급에 '공정하지 못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노 전 원장이 조민 씨에게 조용히 장학금을 타라며 입단속을 시켰다"면서 "정당한 장학금이면 입단속을 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고 지적했습니다.

■ 문 전 대통령 의견서 냈지만…"감찰 처분, 민정수석 독점 권한 아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비위 감찰을 중단한 의혹에 대해 조 전 장관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1심 판단은 2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재판부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자체에도 감찰의 착수·진행·종결에 관한 독자적인 권한이 있다"면서 "민정수석 등 지휘·감독권자에게만 감찰 후속조치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 전 부시장의 혐의들은 정치적 사안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비위 혐의였다는 점에서 정무적 판단 여지가 컸던 사안도 아니었다"면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직무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이 진행 중인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감찰 시작과 종료, 처분에 관한 결정 권한은 모두 민정수석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정치권 청탁 등으로 감찰을 중단시키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2심 판단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판결문에서도 문 전 대통령 의견서에 대한 언급은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조 전 장관 측은 박근혜 정부 우병우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판례를 거론하며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 조직구조와 인사조치 사유가 다르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조국 '진지한 반성' 안 해…징역 2년 유지"

2심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조 전 장관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진지한 반성'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가칭)조국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신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연합뉴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가칭)조국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신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연합뉴스)

'진지한 반성이 없다'는 재판부 언급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총 15차례 이상 대국민 사과를 했고, 재판부에선 기소된 사실 그 자체를 모두 인정하라는 취지인 거 같은데, 사실관계와 법리에서 다투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찰 독재 횡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다"면서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같은 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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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제 발등 찍었나…유죄 근거 된 ‘미국 교수 답변서’ [주말엔]
    • 입력 2024-02-17 08:00:13
    • 수정2024-02-17 11:39:53
    주말엔

"저는 많이 부족하고 여러 흠이 있습니다. 사실관계와 법리적용에 있어 의견 차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등에 대한 2심의 징역 2년 실형 선고 직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 흠이 있다'면서도 유죄 선고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적용된 법리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의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핵심 의혹에 대한 1심 재판부 판단이 대부분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취재진은 2심 판결문을 살펴봤습니다.

[연관 기사] 조국 2심도 징역 2년…법정구속은 면해 (24. 2. 8.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6836

■ "조국, 아들 시험 직접 풀어"…미국 교수 답변서 냈어도 유죄

아들 조원 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아버지인 조 전 장관과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같이 풀어 대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는 2심에서도 인정됐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2심에서 온라인 시험 관련 담당 교수였던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세우려 했고, 지난해 12월 제프리 교수의 서면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제프리 교수는 "두 번의 퀴즈에 대한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냈지만, 법원은 답변서의 다른 부분을 언급하며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온라인 시험에 응시할 때 타인과의 협력 등이 금지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다"면서 " 제프리 교수도 수업 중에 '타인과의 협업 금지'를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구두로 고지했을 거 같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스스로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프리 교수의 답변이 오히려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겁니다.

재판부는 또 "시험문제를 각각 분담하여 푼 다음 이를 취합하여 최종 답을 고르는 과정에서 일부 상의를 하기도 했다"며 "조 전 장관 부부가 푼 답을 (아들이) 그대로 제출하기도 하여 사실상 문제를 대신 풀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 학업스터디나 학습을 돕는 목적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조 전 장관 부부가 관여한 두 번의 온라인 시험은 성적에 4% 반영되고, 이로 인해 최종 학점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2016년 11월,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온라인 시험 직전에 "정신차리고 봐야할텐데...그런데 총점의 2%야"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거론하며, 온라인 시험이 아들의 최종 학점에 반영되는 걸 알고 조 전 장관 부부가 온라인 시험에 직접 참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장관 측은 '자신은 온라인 시험의 답안 제출 이전 행위에만 관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아들에게 온라인 시험에서 문제 전송 방법과 문제 풀이 순서 등을 지시했다"면서 "업무방해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 풀이를 직접 대신하기도 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교수님이 또 장학금 주셨어요! 계속 저 주실건가 봐요!"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600만 원에 대해 2심 재판부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의 다른 지도 학생 1명도 유급을 당했지만, 장학금은 조민 씨에게만 지급한 걸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장학금을 받는 조민 씨도 자신에 왜 장학금을 받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10월, 조민 씨가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노환중 교수님이 저 또 장학금 주셨어요!", "노 교수님이 계속 저 주실건가 봐요! 원래 면담조 돌아가면서 줬다던데"라고 보낸 문자 내용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했다'는 노 전 원장 주장은 사후적으로 만들어낸 거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재판부는 "2017년 상반기, 의전원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조민 씨 장학금 지급에 '공정하지 못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노 전 원장이 조민 씨에게 조용히 장학금을 타라며 입단속을 시켰다"면서 "정당한 장학금이면 입단속을 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고 지적했습니다.

■ 문 전 대통령 의견서 냈지만…"감찰 처분, 민정수석 독점 권한 아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비위 감찰을 중단한 의혹에 대해 조 전 장관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1심 판단은 2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재판부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자체에도 감찰의 착수·진행·종결에 관한 독자적인 권한이 있다"면서 "민정수석 등 지휘·감독권자에게만 감찰 후속조치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 전 부시장의 혐의들은 정치적 사안도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비위 혐의였다는 점에서 정무적 판단 여지가 컸던 사안도 아니었다"면서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직무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이 진행 중인 지난해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감찰 시작과 종료, 처분에 관한 결정 권한은 모두 민정수석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정치권 청탁 등으로 감찰을 중단시키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2심 판단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판결문에서도 문 전 대통령 의견서에 대한 언급은 따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조 전 장관 측은 박근혜 정부 우병우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판례를 거론하며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 조직구조와 인사조치 사유가 다르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조국 '진지한 반성' 안 해…징역 2년 유지"

2심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조 전 장관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진지한 반성'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가칭)조국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신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사진=연합뉴스)
'진지한 반성이 없다'는 재판부 언급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총 15차례 이상 대국민 사과를 했고, 재판부에선 기소된 사실 그 자체를 모두 인정하라는 취지인 거 같은데, 사실관계와 법리에서 다투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찰 독재 횡포를 막는 일에 나설 것이다"면서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같은 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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