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기억해 줘”…“너무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창+]

입력 2024.02.19 (15:01) 수정 2024.02.19 (15: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을 마주하다-치매' 중에서]


“아이고 준아, 우리 준이 할머니 보고 싶었어, 안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아이고 그랬어?”

업어 키운 손자.
그렇게 반갑더니 머릿속에 금방 안개가 낍니다.

“갑자기 저기 하영이가 또 데리고 넌 누구?”
“응. 얘는 누구야?”
“가르쳐줘.”
“예준이, 김예준, 엄마 맨날 준이 준이 이렇게 했잖아.”

“아이고야 이상하다. 이거 이거는 누구라 이거?”
“그거 누구야, 누구야 엄마, 나야? 누구야?
엄마 젊었을 때 너무 예쁘잖아. 엄마잖아. 그렇지 엄마?“

어머니는 5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하영 /치매환자 가족
처음 초기 때는 저희도 굉장히 놀랐었거든요. 막 유모차를 잡고 싸움을 하더라고요. 보행기하고 유모차를 가지고 막 흔들면서 싸움을 하고 소리 지르고, 옆집에서 신고할 정도로. 엄마가 욕도 안했는데, 욕을 하고 다른 정말 다른 사람 마냥 다른 사람하고 싸우는 것처럼 막 이렇게 해서 놀라가지고. 그렇게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시킨거, 이런 거를 계속 분출하더라고요. 싸움을 할 때.
(엄마가) 빈 냄비인데 밥을 해놔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불을) 켠 거예요. 그래서 아기랑 엄마랑 둘이 같이 있는데 불이, 막 연기가 나버려 가지고, (방화벨이) 울려서 (소방차가) 온 적 있고...벽에 시계가 걸려 있는데, 거기 불났다고 TV 다 있는데 거기다가 물을 뿌려가지고 고장이 난 적도 있고...

결국 가족 회의 끝에 4개 월 전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오늘은 둘째 딸 부부도 같이 왔습니다.

“엄마 우리 봤잖아. 이틀 전에.”
“나는 몰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딸의 마음.

“모르지 엄마? 모르지?”
“너는 몰라.”
“그래 왜 나를 몰라, 나는 맨날 몰라.”

<인터뷰> 이설영 / 치매환자가족
“가족들이 다 그냥, 놀라서...다들 눈물밖에 안 나왔어요. 이게 제일 살아가면서 제일 슬픈 것 같아요.
엄마 정신 좀 이렇게 챙기고 사시면 좋겠어요.”

“엄마 누구야?”
“설영이.”
“오늘처럼 엄마 내일도 오면 나 기억하고, 모레도 오면 나 기억하고, 나 기억해줘. 나 설영이 맞지?
너무나 잊어버리면 안되는데...”

또다른 치매 환자 가족을 만났다.

”우리 엄마가 저 결혼한다고 이제. 이렇게 공백이, 기억력이 다 없어지면 새롭게 기억을 만들어 낸데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늙은 신붓감을 거둬주셔서.”
“저는 오늘 결혼한다고, 어머 이렇게 되니까 그냥...”
(기자)“제가 신랑인 거죠?”
“그렇죠.”
“정말 늦게라도 반려자가 생겼다는 건 참 기뻐”

2년 전 여름, 갑작스런 실종 이후 이은주 씨는 엄마의 엄마가 됐습니다.

“은주야 뭐해”
“응? 나는 지금 이거를 했지. 엄마 잃어버릴까봐.”

“엄마 잃어버리면 찾을 수 있게,
지난번 8시간 행방불명됐잖아. 그래서 내가 엄마를 안 잃어버리려고”

<인터뷰> 이은주 / 치매환자 가족
집에 가시는구나 하고 집에 갔더니, 여기 안 계시고. 112에 신고했는데, 8시간 동안 못 찾았어요. CCTV 카메라 다...엉뚱한 데 막 가시고, 그런데 이제 여름이라 걱정했죠, 물도 드셔야 되는데. 그런데 어떤 시민이 112에 신고했대요. 어떤 분이 계속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하신다. 지금은 계단에 앉아 계신다. 우리 동네 사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모시고 왔어요.

가족의 실종.
치매환자 가족에게는가장 끔찍한 악몽입니다.

지난해 12월 이미 어두워진 오후 6시 쯤.
혹한의 날씨에 70대 노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밤 11시, 할머니가 발견된 곳은 집 앞 하천으로 이어지는 배수로 안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승걸/ 남양주소방서 구조3팀 팀장
“여기 여기로 (할머니가) 들어간 겁니다.”
“이렇게 여기 밑으로 해서.”
“네, 그런데 오르막이거든요. 살짝. 그런데 저기 안에는 이거보다 더 좁아요.”

“여기서 8~10m까지 기어들어 가셔서, 거기서 우측으로 한 15m 들어가신 거예요.”
“그 (배수로) 안이 조금 덜 추웠나요?”
“덜 추웠어요. 그 안이 바람이 안불어서 당시에 춥지가 않았어요.”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배수로 안 수색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태중/ 배수로 진입 구조대원
“저기서 들어왔는데 여기 사람이 있어요. 이렇게 나지막하게 목소리가 살짝 들렸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사람이 있는 거 확인하고.”

“저희가 고개를 아예 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도 천장과 한 10cm정도 차이나는 공간이어서, 상당히 구조하기가 어려운 형태였습니다.”



#치매 #치매환자 #돌봄 #인지증 #간병 #치매안심센터 #일본


취재·연출: 이승철
촬영: 김민준
영상편집: 성동혁
자료조사: 김지현
조 연 출: 진의선


관련 방송일시: 2024년 2월 13일 화요일 밤10시 KBS1TV/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SiteMap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날 기억해 줘”…“너무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창+]
    • 입력 2024-02-19 15:01:16
    • 수정2024-02-19 15:16:14
    심층K

[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을 마주하다-치매' 중에서]


“아이고 준아, 우리 준이 할머니 보고 싶었어, 안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아이고 그랬어?”

업어 키운 손자.
그렇게 반갑더니 머릿속에 금방 안개가 낍니다.

“갑자기 저기 하영이가 또 데리고 넌 누구?”
“응. 얘는 누구야?”
“가르쳐줘.”
“예준이, 김예준, 엄마 맨날 준이 준이 이렇게 했잖아.”

“아이고야 이상하다. 이거 이거는 누구라 이거?”
“그거 누구야, 누구야 엄마, 나야? 누구야?
엄마 젊었을 때 너무 예쁘잖아. 엄마잖아. 그렇지 엄마?“

어머니는 5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이하영 /치매환자 가족
처음 초기 때는 저희도 굉장히 놀랐었거든요. 막 유모차를 잡고 싸움을 하더라고요. 보행기하고 유모차를 가지고 막 흔들면서 싸움을 하고 소리 지르고, 옆집에서 신고할 정도로. 엄마가 욕도 안했는데, 욕을 하고 다른 정말 다른 사람 마냥 다른 사람하고 싸우는 것처럼 막 이렇게 해서 놀라가지고. 그렇게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시킨거, 이런 거를 계속 분출하더라고요. 싸움을 할 때.
(엄마가) 빈 냄비인데 밥을 해놔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불을) 켠 거예요. 그래서 아기랑 엄마랑 둘이 같이 있는데 불이, 막 연기가 나버려 가지고, (방화벨이) 울려서 (소방차가) 온 적 있고...벽에 시계가 걸려 있는데, 거기 불났다고 TV 다 있는데 거기다가 물을 뿌려가지고 고장이 난 적도 있고...

결국 가족 회의 끝에 4개 월 전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오늘은 둘째 딸 부부도 같이 왔습니다.

“엄마 우리 봤잖아. 이틀 전에.”
“나는 몰라”

알아봐 줬으면 하는 딸의 마음.

“모르지 엄마? 모르지?”
“너는 몰라.”
“그래 왜 나를 몰라, 나는 맨날 몰라.”

<인터뷰> 이설영 / 치매환자가족
“가족들이 다 그냥, 놀라서...다들 눈물밖에 안 나왔어요. 이게 제일 살아가면서 제일 슬픈 것 같아요.
엄마 정신 좀 이렇게 챙기고 사시면 좋겠어요.”

“엄마 누구야?”
“설영이.”
“오늘처럼 엄마 내일도 오면 나 기억하고, 모레도 오면 나 기억하고, 나 기억해줘. 나 설영이 맞지?
너무나 잊어버리면 안되는데...”

또다른 치매 환자 가족을 만났다.

”우리 엄마가 저 결혼한다고 이제. 이렇게 공백이, 기억력이 다 없어지면 새롭게 기억을 만들어 낸데요.”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늙은 신붓감을 거둬주셔서.”
“저는 오늘 결혼한다고, 어머 이렇게 되니까 그냥...”
(기자)“제가 신랑인 거죠?”
“그렇죠.”
“정말 늦게라도 반려자가 생겼다는 건 참 기뻐”

2년 전 여름, 갑작스런 실종 이후 이은주 씨는 엄마의 엄마가 됐습니다.

“은주야 뭐해”
“응? 나는 지금 이거를 했지. 엄마 잃어버릴까봐.”

“엄마 잃어버리면 찾을 수 있게,
지난번 8시간 행방불명됐잖아. 그래서 내가 엄마를 안 잃어버리려고”

<인터뷰> 이은주 / 치매환자 가족
집에 가시는구나 하고 집에 갔더니, 여기 안 계시고. 112에 신고했는데, 8시간 동안 못 찾았어요. CCTV 카메라 다...엉뚱한 데 막 가시고, 그런데 이제 여름이라 걱정했죠, 물도 드셔야 되는데. 그런데 어떤 시민이 112에 신고했대요. 어떤 분이 계속 같은 자리를 왔다 갔다 하신다. 지금은 계단에 앉아 계신다. 우리 동네 사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모시고 왔어요.

가족의 실종.
치매환자 가족에게는가장 끔찍한 악몽입니다.

지난해 12월 이미 어두워진 오후 6시 쯤.
혹한의 날씨에 70대 노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밤 11시, 할머니가 발견된 곳은 집 앞 하천으로 이어지는 배수로 안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승걸/ 남양주소방서 구조3팀 팀장
“여기 여기로 (할머니가) 들어간 겁니다.”
“이렇게 여기 밑으로 해서.”
“네, 그런데 오르막이거든요. 살짝. 그런데 저기 안에는 이거보다 더 좁아요.”

“여기서 8~10m까지 기어들어 가셔서, 거기서 우측으로 한 15m 들어가신 거예요.”
“그 (배수로) 안이 조금 덜 추웠나요?”
“덜 추웠어요. 그 안이 바람이 안불어서 당시에 춥지가 않았어요.”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배수로 안 수색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태중/ 배수로 진입 구조대원
“저기서 들어왔는데 여기 사람이 있어요. 이렇게 나지막하게 목소리가 살짝 들렸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사람이 있는 거 확인하고.”

“저희가 고개를 아예 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도 천장과 한 10cm정도 차이나는 공간이어서, 상당히 구조하기가 어려운 형태였습니다.”



#치매 #치매환자 #돌봄 #인지증 #간병 #치매안심센터 #일본


취재·연출: 이승철
촬영: 김민준
영상편집: 성동혁
자료조사: 김지현
조 연 출: 진의선


관련 방송일시: 2024년 2월 13일 화요일 밤10시 KBS1TV/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39&ref=pSiteMap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