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와 치맥 파티!…가족도 위로가 필요하다 [창+]

입력 2024.02.20 (14:00) 수정 2024.02.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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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을 마주하다-치매' 중에서]

치매 엄마를 돌보는 딸.

“너무 좋아 나가자.”
“난 너하고 같이 안다녀. 걸음 잘 못 걸어.”
“많이 좋아졌어.”

“우 해, 우~. 이렇게 화장을 해야지 또 어디가지.”
“또 이상하게 하지.”
“이렇게 해봐 나처럼.”
“예쁘게 해야지.”

“엄마 나오니까 너무 좋다. 나오니까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저게 뭔가...”
“햇빛이 나만 쫓아와.”
“햇빛이 엄마만 쫓아와? 어머나 세상에. 햇빛이 엄마만 쫓아와?”
“얘가 나를 짝사랑 하나? 내가 쟤를 짝사랑하나?”
“햇빛이?”
“모르겠네.”
“우와 햇빛이 짝사랑하는구나. 엄마를. 이거는 적어둬야겠는데? 너무 시라.”

“이거 갖고 가서 반찬 해먹어.”
“이 나물로?”
“응”
“이건 반찬 해먹어?”
“엄마 이런 거 반찬 할 줄 모르잖아.”
“그냥 간장에 담궈.”
“이 나뭇잎을 다 모아서? 그거는 좀 아닌 것 같은데.”
“내 말 믿었다가는 괜히 큰일나요.”
“그렇지.”
“엉터리 할머니예요”
“엉터리 할머니, 나뭇잎을 가져다가 반찬해 먹고.”
“그리고 내가 언제 그랬니 그래.”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이야.”
“맞아. 엄마 우리 이렇게 한 바퀴 돌고 커피 마시러 갈까?”
“좋죠.”
“좋아요.”

<인터뷰> 이은주/ 치매돌봄가족
“어느 날은 최악인 날 빨래 세탁기를 한 세 번 정도 돌리고 계속 소변을 저기 흘리시고,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하고 노동량이 좀 엄했어요. 그리고 둘이만 집 안에 있으니까 갑갑하더라고요. 왜 내 인생을 다 엄마한테 헌납한 것 같은 기분.

이 시간에 나는 좀 다른 거를 하고 싶은데 엄마가 있어서 못 한다면 그러지 말자. 그럼 엄마랑 같이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 되겠다 하고서 휠체어에 엄마를 모시고 달렸어요.
무작정 달려서 첫 번째, 치킨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마주 보고 앉아서 엄마도 생맥주 한 잔, 저도 생맥주 한 잔, 엄마 드실 만한 안주 하나 각자 해서 마주 봤는데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요.
집에서는 안 나왔던 웃음이 거기에서는 나더라고요.

여유, 맥주 거품이 있는 거를 보고 엄마 기뻐하시고, 또 어린이처럼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서 드시다가 싸달라 그러시고. 그런 행동들이 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게 집에서는 안 그렇거든요. 안 사랑스러워요. 말도 안 듣고 자기 고집 있고 소리 지르고. 이럴 때 저의 감정은 되게 안 좋은 건데 또 이렇게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걸 하나 발견해냈네. 소득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위로를 받았고...

또 가까운 동네 치킨집 사장님께서 ‘아, 어머니께서 술을 다 드세요?’ 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기분 좀 내려고요’ 그랬더니. 어머! 서비스 안주를 하나 가져오시면서, 기뻐하시면서 이렇게 오시라고, 다음에 또.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갈 곳이 하나 더 생겼구나.”

이은주 씨가 운영하는 밴드에는 힘든 이들이 주고받는 위로가 가득합니다.

<인터뷰> 이은주 / 치매환자 가족
“(돌봄) 밴드 오픈을 하자마자 막 하루에 만 명씩 들어오는데, 그때 저한테 댓글 오고 열광은 무슨 스타한테 하는 것처럼 열렬하게 (가족들이) 당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모임 주선을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공지를 2차례 내보냈습니다.

“두 분 밖에 오늘 못 오셨는데...”

<인터뷰> 김영미/ 치매환자 가족
“네... (응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이야기한 사람이 대여섯은 되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막 숨기려고 하는 거는 아니었는데도? 이런 게 좀... 쉽지 않나 봐요.”

<인터뷰> 이은주/ 치매환자 가족
”저도 한 두 분께 적극적인 동행을 원 했는데? 한 분은 너무 지치셔서? 그 마음의 여유가 (모임) 여기까지는 힘을 못 쓰겠다. (다른)가족이... 또...(올 수 있게) 배려를 해야 되는 부분도 있으시니까.“

무엇보다 치매를 남들에게 꺼내는 것 자체가 꺼려집니다.

<인터뷰> 이은주 치매환자 가족
”내가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가족 누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인터뷰> 김영미 치매환자 가족
“사회적 고립이라는...고립이라는 단어에. 저희 아버지를 제가 지켜드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고...식사 해드리고, 옷 깨끗하게 갈아 입혀드리고 하면...아버지한테 가장 안정적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버지와 제가 고립되고 있었던 것 같은 거예요.”

<인터뷰>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서 굉장히 뭔가 배제하고 차별하고 우리하고 다른 어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떤 존재로서 계속 규정짓고 있어요. 그게 이제 우리가 이야기하는 낙인이죠. 사회적 낙인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치매 환자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거예요. 내가 치매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치매 #치매환자 #돌봄 #인지증 #간병 #치매안심센터 #일본


취재·연출: 이승철
촬영: 김민준
영상편집: 성동혁
자료조사: 김지현
조 연 출: 진의선


관련방송일시: 2024년 2월 13일 화요일 밤10시 KBS1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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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14:00:48
    • 수정2024-02-20 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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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마음의 흐림을 마주하다-치매' 중에서]

치매 엄마를 돌보는 딸.

“너무 좋아 나가자.”
“난 너하고 같이 안다녀. 걸음 잘 못 걸어.”
“많이 좋아졌어.”

“우 해, 우~. 이렇게 화장을 해야지 또 어디가지.”
“또 이상하게 하지.”
“이렇게 해봐 나처럼.”
“예쁘게 해야지.”

“엄마 나오니까 너무 좋다. 나오니까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저게 뭔가...”
“햇빛이 나만 쫓아와.”
“햇빛이 엄마만 쫓아와? 어머나 세상에. 햇빛이 엄마만 쫓아와?”
“얘가 나를 짝사랑 하나? 내가 쟤를 짝사랑하나?”
“햇빛이?”
“모르겠네.”
“우와 햇빛이 짝사랑하는구나. 엄마를. 이거는 적어둬야겠는데? 너무 시라.”

“이거 갖고 가서 반찬 해먹어.”
“이 나물로?”
“응”
“이건 반찬 해먹어?”
“엄마 이런 거 반찬 할 줄 모르잖아.”
“그냥 간장에 담궈.”
“이 나뭇잎을 다 모아서? 그거는 좀 아닌 것 같은데.”
“내 말 믿었다가는 괜히 큰일나요.”
“그렇지.”
“엉터리 할머니예요”
“엉터리 할머니, 나뭇잎을 가져다가 반찬해 먹고.”
“그리고 내가 언제 그랬니 그래.”
“그래”
“내가 그런 사람이야.”
“맞아. 엄마 우리 이렇게 한 바퀴 돌고 커피 마시러 갈까?”
“좋죠.”
“좋아요.”

<인터뷰> 이은주/ 치매돌봄가족
“어느 날은 최악인 날 빨래 세탁기를 한 세 번 정도 돌리고 계속 소변을 저기 흘리시고,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하고 노동량이 좀 엄했어요. 그리고 둘이만 집 안에 있으니까 갑갑하더라고요. 왜 내 인생을 다 엄마한테 헌납한 것 같은 기분.

이 시간에 나는 좀 다른 거를 하고 싶은데 엄마가 있어서 못 한다면 그러지 말자. 그럼 엄마랑 같이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야 되겠다 하고서 휠체어에 엄마를 모시고 달렸어요.
무작정 달려서 첫 번째, 치킨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마주 보고 앉아서 엄마도 생맥주 한 잔, 저도 생맥주 한 잔, 엄마 드실 만한 안주 하나 각자 해서 마주 봤는데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요.
집에서는 안 나왔던 웃음이 거기에서는 나더라고요.

여유, 맥주 거품이 있는 거를 보고 엄마 기뻐하시고, 또 어린이처럼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서 드시다가 싸달라 그러시고. 그런 행동들이 다 사랑스러워 보이는 게 집에서는 안 그렇거든요. 안 사랑스러워요. 말도 안 듣고 자기 고집 있고 소리 지르고. 이럴 때 저의 감정은 되게 안 좋은 건데 또 이렇게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걸 하나 발견해냈네. 소득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위로를 받았고...

또 가까운 동네 치킨집 사장님께서 ‘아, 어머니께서 술을 다 드세요?’ 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기분 좀 내려고요’ 그랬더니. 어머! 서비스 안주를 하나 가져오시면서, 기뻐하시면서 이렇게 오시라고, 다음에 또.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갈 곳이 하나 더 생겼구나.”

이은주 씨가 운영하는 밴드에는 힘든 이들이 주고받는 위로가 가득합니다.

<인터뷰> 이은주 / 치매환자 가족
“(돌봄) 밴드 오픈을 하자마자 막 하루에 만 명씩 들어오는데, 그때 저한테 댓글 오고 열광은 무슨 스타한테 하는 것처럼 열렬하게 (가족들이) 당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모임 주선을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공지를 2차례 내보냈습니다.

“두 분 밖에 오늘 못 오셨는데...”

<인터뷰> 김영미/ 치매환자 가족
“네... (응하지 않아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이야기한 사람이 대여섯은 되는데? 그분들이 그렇게 막 숨기려고 하는 거는 아니었는데도? 이런 게 좀... 쉽지 않나 봐요.”

<인터뷰> 이은주/ 치매환자 가족
”저도 한 두 분께 적극적인 동행을 원 했는데? 한 분은 너무 지치셔서? 그 마음의 여유가 (모임) 여기까지는 힘을 못 쓰겠다. (다른)가족이... 또...(올 수 있게) 배려를 해야 되는 부분도 있으시니까.“

무엇보다 치매를 남들에게 꺼내는 것 자체가 꺼려집니다.

<인터뷰> 이은주 치매환자 가족
”내가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가족 누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인터뷰> 김영미 치매환자 가족
“사회적 고립이라는...고립이라는 단어에. 저희 아버지를 제가 지켜드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고...식사 해드리고, 옷 깨끗하게 갈아 입혀드리고 하면...아버지한테 가장 안정적이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버지와 제가 고립되고 있었던 것 같은 거예요.”

<인터뷰>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대우교수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서 굉장히 뭔가 배제하고 차별하고 우리하고 다른 어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떤 존재로서 계속 규정짓고 있어요. 그게 이제 우리가 이야기하는 낙인이죠. 사회적 낙인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치매 환자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거예요. 내가 치매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치매 #치매환자 #돌봄 #인지증 #간병 #치매안심센터 #일본


취재·연출: 이승철
촬영: 김민준
영상편집: 성동혁
자료조사: 김지현
조 연 출: 진의선


관련방송일시: 2024년 2월 13일 화요일 밤10시 KBS1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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