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협회장, ‘사재’ 출연은 10년 간 단 3천만 원이 전부?

입력 2024.02.20 (17:08) 수정 2024.02.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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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실패의 책임을 물어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가운데, 이제는 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위약금 문제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 경질 기자회견에서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0년간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역임하며 수차례 개인 자산인 '사재'를 보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렇다면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해결에도 정몽규 회장의 '사재'가 들어가는 것일까?

다음 자료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한축구협회의 공익법인 공시서류 공시 내용이다.

공익목적을 가진 공익법인의 경우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4개월 이내에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공시하게 되어있다.

▲2018년 대한축구협회 공익법인 결산서류 (단위 : 원)▲2018년 대한축구협회 공익법인 결산서류 (단위 : 원)

▲2015년 대한축구협회축구사랑나눔재단 공익법인 결산서류 (단위 : 천원)▲2015년 대한축구협회축구사랑나눔재단 공익법인 결산서류 (단위 : 천원)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처음 수행했던 2013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10개년의 공시 서류를 분석한 결과, 정몽규 회장의 개인 재산 즉 '사재' 출연 총액은 3천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정몽규 회장 이름의 기부금, 출연금은 2015년 대한축구협회축구사랑나눔재단 1천만 원, 2018년 대한축구협회에 2천만 원 두 번이 전부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8년 “정몽규 회장이 축구 발전을 위해 4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평소 수장의 사재 출연을 내세워 정몽규 회장의 축구 사랑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찬조금이 새로 선임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연봉을 지원하고,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되었으면 한다. 특히 외국의 유능한 지도자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할 경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연봉 등을 보조하기 위해 사재를 쓴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공시 서류에 따르면 이는 정몽규 회장 개인 돈이 아닌 주식회사 HDC 현대산업개발에서 나온 '법인' 출연금이었다.

실제로 정몽규 현 HDC 회장이 2022년까지 오너로 몸담았던 HDC 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5억 원, 2017년 10억 원, 2018년 20억 원, 2019년 20억 원 등 55억 원 가량을 출연했다.


회사돈을 제외한 정몽규 회장의 사재 출연은 3천만 원이 전부인 상황, 전문가들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뜻하는 '사재'와 회사돈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준영 세무회계여솔 대표 세무사는 "사재 출연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개인의 재산을 경영 실책 등의 이유로 기업에 기부하고 출연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현대산업개발 회사의 자금이 나간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사재 출연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의 회사가 아니죠, 정 회장은 최대 주주일 뿐이죠." 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1,876억 원의 예산을 쓰는 거대 조직인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김민재 등 세계적 스타들의 활약 속에 국내 A매치는 이제 표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 어느 때보다 광고주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포츠 단체인 대한축구협회는 이제 더는 기업가 한두 명의 '기여'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조직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가의 사재 출연 없이도 충분히 자생력을 확보한 대한축구협회가 '경영'에 있어서도 이제는 선진화, 전문화를 꾀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70억 원의 위약금이 과연 사재에서 나올지 아니면 또다시 현대산업개발에서 나올 지 '주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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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17:08:19
    • 수정2024-02-20 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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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실패의 책임을 물어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가운데, 이제는 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위약금 문제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 경질 기자회견에서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0년간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역임하며 수차례 개인 자산인 '사재'를 보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렇다면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해결에도 정몽규 회장의 '사재'가 들어가는 것일까?

다음 자료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한축구협회의 공익법인 공시서류 공시 내용이다.

공익목적을 가진 공익법인의 경우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4개월 이내에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공시하게 되어있다.

▲2018년 대한축구협회 공익법인 결산서류 (단위 : 원)
▲2015년 대한축구협회축구사랑나눔재단 공익법인 결산서류 (단위 : 천원)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처음 수행했던 2013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10개년의 공시 서류를 분석한 결과, 정몽규 회장의 개인 재산 즉 '사재' 출연 총액은 3천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정몽규 회장 이름의 기부금, 출연금은 2015년 대한축구협회축구사랑나눔재단 1천만 원, 2018년 대한축구협회에 2천만 원 두 번이 전부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8년 “정몽규 회장이 축구 발전을 위해 4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평소 수장의 사재 출연을 내세워 정몽규 회장의 축구 사랑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찬조금이 새로 선임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연봉을 지원하고,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되었으면 한다. 특히 외국의 유능한 지도자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할 경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연봉 등을 보조하기 위해 사재를 쓴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공시 서류에 따르면 이는 정몽규 회장 개인 돈이 아닌 주식회사 HDC 현대산업개발에서 나온 '법인' 출연금이었다.

실제로 정몽규 현 HDC 회장이 2022년까지 오너로 몸담았던 HDC 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5억 원, 2017년 10억 원, 2018년 20억 원, 2019년 20억 원 등 55억 원 가량을 출연했다.


회사돈을 제외한 정몽규 회장의 사재 출연은 3천만 원이 전부인 상황, 전문가들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뜻하는 '사재'와 회사돈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준영 세무회계여솔 대표 세무사는 "사재 출연이라는 게 말 그대로 개인의 재산을 경영 실책 등의 이유로 기업에 기부하고 출연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현대산업개발 회사의 자금이 나간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사재 출연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의 회사가 아니죠, 정 회장은 최대 주주일 뿐이죠." 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1,876억 원의 예산을 쓰는 거대 조직인 대한축구협회.

손흥민, 김민재 등 세계적 스타들의 활약 속에 국내 A매치는 이제 표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 어느 때보다 광고주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스포츠 단체인 대한축구협회는 이제 더는 기업가 한두 명의 '기여'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조직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가의 사재 출연 없이도 충분히 자생력을 확보한 대한축구협회가 '경영'에 있어서도 이제는 선진화, 전문화를 꾀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70억 원의 위약금이 과연 사재에서 나올지 아니면 또다시 현대산업개발에서 나올 지 '주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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