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규정 놓고 법정 다툼…‘인종차별, 끝까지 싸울 것’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2.23 (11:21) 수정 2024.02.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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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과 두발이 무한정 자유로울 것만 같은 미국에서 한 고등학생의 헤어스타일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이 사건의 중심에는 올해 18살인 고등학생 대릴 조지(Darryl George) 군이 있습니다.

이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미국 텍사스주의 바버스 힐(Barbers Hill) 독립 교육구에 있는데요.

이 교육구의 교칙에는 남학생의 머리카락은 눈썹이나 귓볼 아래로 기를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두발 규정을 놓고 교육구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 고교생 대릴 조지. 사진출처:AP두발 규정을 놓고 교육구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 고교생 대릴 조지. 사진출처:AP

이 때문에 조지 군은 머리를 땋아올려 사진처럼 하고 등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말 학교는 교칙을 위반했다며 정학조치를 내렸습니다.

머리 위로 묶고 꼬아 만든 긴 머리를 내리면 셔츠 칼라, 눈썹 또는 귓불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복장 규정 정책을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맞서 조지와 그의 어머니는 바버스 힐 교육구를 고소했습니다.

교육구가 크라운 법(CROWN Act)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크라운 법은 지난해 9월부터 발효됐는데, 인종에 따른 머리카락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고용주가 머리 질감이나 땋은 머리, 매듭 등을 사용한 머리 모양 때문에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2일 텍사스주 지방법원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릴 조지. 사진출처:CNN현지시각 22일 텍사스주 지방법원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릴 조지. 사진출처:CNN

현지 시각으로 22일 목요일 미국 텍사스주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 전 조지는 기자들에게 이번 학년도에 정학을 받고 "매우 외로웠다"면서 자신이 이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내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내 조상을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처벌은 크라운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겁니다.

그런데,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주 지방판사인 챕 케인 3세 판사는 바버스 힐 독립 교육구의 옷차림과 몸단장 교칙이 직장, 학교, 주의 주거 시설에서 인종에 따른 머리카락 차별을 금지하는 크라운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크라운 법은 학생의 머리 길이를 제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겁니다.

대릴 조지를 지지하기 위해 법원 앞에 모인 흑인 학생들. 사진출처:AP대릴 조지를 지지하기 위해 법원 앞에 모인 흑인 학생들. 사진출처:AP

조지 가족은 재판이 끝난 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족 측 변호사들이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법원 밖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족 대변인 캔디스 매튜스는 조지가 법정을 떠날 때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조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모두 내 머리카락 때문인가요? 머리카락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없나요? 머리 때문에 또래들과 함께 있으면서 3학년 생활을 즐길 수 없단 말인가요?'라고 말입니다.

바버스 힐 독립 교육구 교육감인 그렉 풀(Greg Poole)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교육구의 복장 규정이 크라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며 크라운 법이 학생들에게 무제한 자기 표현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을 입증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조지를 대신하여 재판에서 증언한 크라운 법의 공동 저자이자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론 레이놀즈(Ron Reynolds)는 판결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레이놀즈는 “이 법안의 목적은 조지와 같은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계속해서 권력에 진실을 말할 것”이라며 항소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원들이 머리 길이를 포함한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지역 교육구의 두발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에는 두 명의 학생이 머리 스타일로 정학 처분을 받은 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학생 모두 학교를 자퇴했으며 소송은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다만 한 학생은 연방법원 판사가 캠퍼스 복귀에 대한 임시 명령을 내린 후에야 결국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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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발 규정 놓고 법정 다툼…‘인종차별, 끝까지 싸울 것’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2-23 11:21:03
    • 수정2024-02-23 12: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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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과 두발이 무한정 자유로울 것만 같은 미국에서 한 고등학생의 헤어스타일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이 사건의 중심에는 올해 18살인 고등학생 대릴 조지(Darryl George) 군이 있습니다.

이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미국 텍사스주의 바버스 힐(Barbers Hill) 독립 교육구에 있는데요.

이 교육구의 교칙에는 남학생의 머리카락은 눈썹이나 귓볼 아래로 기를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두발 규정을 놓고 교육구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 고교생 대릴 조지. 사진출처:AP
이 때문에 조지 군은 머리를 땋아올려 사진처럼 하고 등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말 학교는 교칙을 위반했다며 정학조치를 내렸습니다.

머리 위로 묶고 꼬아 만든 긴 머리를 내리면 셔츠 칼라, 눈썹 또는 귓불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복장 규정 정책을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맞서 조지와 그의 어머니는 바버스 힐 교육구를 고소했습니다.

교육구가 크라운 법(CROWN Act)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크라운 법은 지난해 9월부터 발효됐는데, 인종에 따른 머리카락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고용주가 머리 질감이나 땋은 머리, 매듭 등을 사용한 머리 모양 때문에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22일 텍사스주 지방법원 판결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릴 조지. 사진출처:CNN
현지 시각으로 22일 목요일 미국 텍사스주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 전 조지는 기자들에게 이번 학년도에 정학을 받고 "매우 외로웠다"면서 자신이 이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내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내 조상을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대한 처벌은 크라운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겁니다.

그런데,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주 지방판사인 챕 케인 3세 판사는 바버스 힐 독립 교육구의 옷차림과 몸단장 교칙이 직장, 학교, 주의 주거 시설에서 인종에 따른 머리카락 차별을 금지하는 크라운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크라운 법은 학생의 머리 길이를 제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겁니다.

대릴 조지를 지지하기 위해 법원 앞에 모인 흑인 학생들. 사진출처:AP
조지 가족은 재판이 끝난 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족 측 변호사들이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법원 밖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족 대변인 캔디스 매튜스는 조지가 법정을 떠날 때 눈물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조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모두 내 머리카락 때문인가요? 머리카락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없나요? 머리 때문에 또래들과 함께 있으면서 3학년 생활을 즐길 수 없단 말인가요?'라고 말입니다.

바버스 힐 독립 교육구 교육감인 그렉 풀(Greg Poole)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교육구의 복장 규정이 크라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며 크라운 법이 학생들에게 무제한 자기 표현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입장을 입증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반면, 조지를 대신하여 재판에서 증언한 크라운 법의 공동 저자이자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론 레이놀즈(Ron Reynolds)는 판결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레이놀즈는 “이 법안의 목적은 조지와 같은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 멈추지 않을 것이고 계속해서 권력에 진실을 말할 것”이라며 항소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원들이 머리 길이를 포함한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지역 교육구의 두발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에는 두 명의 학생이 머리 스타일로 정학 처분을 받은 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두 학생 모두 학교를 자퇴했으며 소송은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다만 한 학생은 연방법원 판사가 캠퍼스 복귀에 대한 임시 명령을 내린 후에야 결국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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