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철거된 ‘광주 폴리(folly)’…잡동사니 신세

입력 2024.02.23 (15:45) 수정 2024.02.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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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구도심 공공미술 작품 '폴리'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에는 다른 도시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공공미술 작품 '폴리(Folly)'입니다. 폴리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입니다.

광주 폴리 4차 사업 '무등의 빛' 개요를 보면 폴리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 규모는 작지만 주변에 문화적 자극제로서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 낙후된 지역에 필요한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광주 구도심에는 잇따라 폴리가 설치됐는데 모두 31점입니다.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도시재생' 차원에서 2011년부터 폴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4차 폴리 사업까지 모두 11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에겐 여전히 낯선 것이 현실입니다. 또 주변과 조화롭지 않거나 파손된 채 방치된 경우도 많아 예산 낭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광주시민 모르게 철거된 폴리 3점

폴리 3점이 지난해 연말 소리 소문 없이 철거 후 폐기 처분됐습니다. 충장로 귀금속 거리 낡은 건물 외벽에 설치됐던 '미디어월'과 주변 건물들 사이에 설치됐던 '무한의 빛', 원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에 설치했다가 광주비엔날레재단으로 옮겨온 '미디어셀'입니다. 모두 2017년 3차 폴리 사업 때 설치된 미디어 아트 작품들입니다.

철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뤄졌습니다. '미디어월'은 건물주가 건물을 철거하겠다며 폴리 처리 방법을 문의하자,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래재단은 건물과 함께 부수고 폐기 처분해도 좋다고 동의해줬습니다. 나머지 두 작품은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직접 철거해 폐기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작품 1개를 포함해서 철거된 이 세 작품 설치에 들어간 예산은 1억 8천만 원입니다. 올해만 벌써 두 번이나 폴리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냈던 광주시는 철거 사실은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문화적 자산' 남은 구성물은 곰팡이 슨 창고에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철거한 폴리의 구성물 일부인 문 3개는 폐기하지 않고 남겼습니다. 불가피하게 폴리 작품은 철거했지만 남은 구성물은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작가의 철학이 담긴 예술적 조형물이자 문화적 자산에 대한 예의일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은 구성물을 보관하는 곳이 작품 수장고가 아니라 창고입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주차장 한쪽에 놓인 컨테이너 창고인데요. 곰팡이가 슨 컨테이너 창고 안에 변기 등 다른 집기들과 같이 보관돼 있습니다. '광주의 문화적 자산'이라며 설치한 폴리 작품을 6년 만에 시민들 모르게 철거하고 남은 구성물도 잡동사니처럼 버려두고 있는 겁니다.

광주시는 2021년부터 5차 폴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는 역대 가장 많은 5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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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구도심 공공미술 작품 '폴리'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에는 다른 도시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공공미술 작품 '폴리(Folly)'입니다. 폴리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입니다.

광주 폴리 4차 사업 '무등의 빛' 개요를 보면 폴리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 규모는 작지만 주변에 문화적 자극제로서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 낙후된 지역에 필요한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광주 구도심에는 잇따라 폴리가 설치됐는데 모두 31점입니다.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도시재생' 차원에서 2011년부터 폴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4차 폴리 사업까지 모두 11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에겐 여전히 낯선 것이 현실입니다. 또 주변과 조화롭지 않거나 파손된 채 방치된 경우도 많아 예산 낭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광주시민 모르게 철거된 폴리 3점

폴리 3점이 지난해 연말 소리 소문 없이 철거 후 폐기 처분됐습니다. 충장로 귀금속 거리 낡은 건물 외벽에 설치됐던 '미디어월'과 주변 건물들 사이에 설치됐던 '무한의 빛', 원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에 설치했다가 광주비엔날레재단으로 옮겨온 '미디어셀'입니다. 모두 2017년 3차 폴리 사업 때 설치된 미디어 아트 작품들입니다.

철거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뤄졌습니다. '미디어월'은 건물주가 건물을 철거하겠다며 폴리 처리 방법을 문의하자,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래재단은 건물과 함께 부수고 폐기 처분해도 좋다고 동의해줬습니다. 나머지 두 작품은 고장이 잦다는 이유로 직접 철거해 폐기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작품 1개를 포함해서 철거된 이 세 작품 설치에 들어간 예산은 1억 8천만 원입니다. 올해만 벌써 두 번이나 폴리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냈던 광주시는 철거 사실은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문화적 자산' 남은 구성물은 곰팡이 슨 창고에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철거한 폴리의 구성물 일부인 문 3개는 폐기하지 않고 남겼습니다. 불가피하게 폴리 작품은 철거했지만 남은 구성물은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작가의 철학이 담긴 예술적 조형물이자 문화적 자산에 대한 예의일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은 구성물을 보관하는 곳이 작품 수장고가 아니라 창고입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주차장 한쪽에 놓인 컨테이너 창고인데요. 곰팡이가 슨 컨테이너 창고 안에 변기 등 다른 집기들과 같이 보관돼 있습니다. '광주의 문화적 자산'이라며 설치한 폴리 작품을 6년 만에 시민들 모르게 철거하고 남은 구성물도 잡동사니처럼 버려두고 있는 겁니다.

광주시는 2021년부터 5차 폴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는 역대 가장 많은 5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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