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여과수 23년 만에 “지하수가 사라졌다”

입력 2024.02.26 (19:22) 수정 2024.02.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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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부 경남의 황강과 낙동강 물을 경남 중동부와 부산에 공급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됩니다.

이 사업에 의령 지역의 강변여과수 사업을 포함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창원의 사례를 통해 강변여과수의 명암을 진단해 봅니다.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 너머로 생선 가시처럼 뻗은 구조물이 길게 이어집니다.

23년 전, 국내 최초로 설치된 강변여과수 시설입니다.

강가에 50m 깊이의 우물, '취수정'을 파 강물을 끌어들이고, 자갈과 모래층으로 정화하는 방식, 설치된 취수정은 49개로 하루 5만 톤을 취수할 수 있습니다.

이후 창원시민 20만 명은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낙동강 물을 공급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은 농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마을에서는 이 지하수 관정을 통해 비닐하우스에 농업 용수를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강변여과수 시설이 생긴 이후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됐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낙동강 물뿐만 아니라, 주변 1㎞ 반경 지하수까지 취수정으로 유입되는 것입니다.

[허진열/창원시 일동마을 이장 : "(전에는 지하수) 물이 엄청 많이 나왔어요. 지금은 거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한 20%밖에 안 돼요."]

지하수위 저하는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2012년 창원시가 취수정 4곳 주변을 조사한 결과, 취수량의 13%는 배후지, 즉 농경지의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시간 취수할 경우, 지하수 사용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것입니다.

11년 전 조사 때, 184곳에 이르던 주변 지하수 관정은 현재 10곳 안팎만 남았습니다.

농어촌 공사는 100억 원을 들여 관로를 만들고 낙동강 원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대안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겨울철에는 낙동강 물이 지하수보다 수온이 더 낮아 수막 재배에 사용할 수 없고, 여름철에는 녹조로 물 공급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진열/창원시 일동마을 이장 : "(물을) 빨아 먹고 싶어도 농작물도 추워서 단숨에 못 빨아당겨요. 우리도 알게 모르게 냉해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국내 첫 강변여과수 시설이 설치된 지 23년, 취수원과 가장 가까운 주변 주민들은 오히려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권경환·김대현·조원준/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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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변여과수 23년 만에 “지하수가 사라졌다”
    • 입력 2024-02-26 19:22:31
    • 수정2024-02-27 13:53:50
    뉴스7(부산)
[앵커]

서부 경남의 황강과 낙동강 물을 경남 중동부와 부산에 공급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됩니다.

이 사업에 의령 지역의 강변여과수 사업을 포함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창원의 사례를 통해 강변여과수의 명암을 진단해 봅니다.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닐하우스 너머로 생선 가시처럼 뻗은 구조물이 길게 이어집니다.

23년 전, 국내 최초로 설치된 강변여과수 시설입니다.

강가에 50m 깊이의 우물, '취수정'을 파 강물을 끌어들이고, 자갈과 모래층으로 정화하는 방식, 설치된 취수정은 49개로 하루 5만 톤을 취수할 수 있습니다.

이후 창원시민 20만 명은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낙동강 물을 공급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은 농업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마을에서는 이 지하수 관정을 통해 비닐하우스에 농업 용수를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강변여과수 시설이 생긴 이후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됐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낙동강 물뿐만 아니라, 주변 1㎞ 반경 지하수까지 취수정으로 유입되는 것입니다.

[허진열/창원시 일동마을 이장 : "(전에는 지하수) 물이 엄청 많이 나왔어요. 지금은 거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한 20%밖에 안 돼요."]

지하수위 저하는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2012년 창원시가 취수정 4곳 주변을 조사한 결과, 취수량의 13%는 배후지, 즉 농경지의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시간 취수할 경우, 지하수 사용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것입니다.

11년 전 조사 때, 184곳에 이르던 주변 지하수 관정은 현재 10곳 안팎만 남았습니다.

농어촌 공사는 100억 원을 들여 관로를 만들고 낙동강 원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대안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겨울철에는 낙동강 물이 지하수보다 수온이 더 낮아 수막 재배에 사용할 수 없고, 여름철에는 녹조로 물 공급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진열/창원시 일동마을 이장 : "(물을) 빨아 먹고 싶어도 농작물도 추워서 단숨에 못 빨아당겨요. 우리도 알게 모르게 냉해를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국내 첫 강변여과수 시설이 설치된 지 23년, 취수원과 가장 가까운 주변 주민들은 오히려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권경환·김대현·조원준/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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