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가는 마지막 이사 돕습니다”…‘무연고 장례’에 유품 정리까지

입력 2024.02.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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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리 사회에는 세상을 떴지만,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 즉 무연고 사망자가 적지 않습니다.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당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공영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요, 최근 한 지자체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연고 사망자의 남은 짐 정리까지 책임지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에 유품 정리까지

무연고 사망자. 홀로 쓸쓸히 숨진 고인이거나, 남은 가족이 형편상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등 연고가 없는 사망자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공영 장례 제도가 최근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속속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인이 남기고 간 짐은 어떻게 할까요?

유품이 정갈하게 정리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더욱이 유족이 고령이거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미성년 어린 자녀만 남은 경우는 감정을 추스르기도, 짐을 치우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고인의 마지막 짐 정리를 도와주는 '라스트 클린업' 사업을 강원도 원주시가 도입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를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세상을 뜬 50대 남성이 남긴 유품들세상을 뜬 50대 남성이 남긴 유품들

■ "5톤 차량 3대 분량의 짐"…자원봉사단체가 나서

취재 시작 전, 고인의 유품이라 하면 사용 흔적이 있는 일반적인 집기류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현실을 잘 몰랐던 겁니다.

자신의 집에서 임종을 맞은 50대 남성이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기거하던 방의 정리 전 모습입니다. 사망 당시 이 같은 짐들이 집 안에 가득했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장애인 시설과 다른 집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황, 장례를 치르는 문제뿐만 아니라 남은 짐을 어떻게 정리할지 갈피도 잡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원주의 자원봉사단체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유품은 5톤 차량 3대 분량이나 됐습니다.

봉사단체 대표는 다 치우고 나니 몸은 고됐지만, 보람을 느끼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움을 주려 해도 '알지 못해 못 도와주는' 경우가 분명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고인이 쓰던 모든 집기류와 가구 등을 빼낸 모습고인이 쓰던 모든 집기류와 가구 등을 빼낸 모습

■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공영 장례에 유품 정리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와 비영리단체, 자원봉사단체가 함께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와 원주장례복지문화원, 봉주르원주는 이 50대 남성의 경우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구를 찾아 행정 절차를 지원하고 공영 장례를 치른 뒤 짐 정리까지 도맡기로 했습니다.

고인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보자는 취지로, 마지막 정리라는 뜻에서 '라스트 클린업(Last Clean-up)'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스트 클린업’ 사업 업무 협약식(2024.02.26.)‘라스트 클린업’ 사업 업무 협약식(2024.02.26.)

■ '무연고 사망자' 5,000명 시대…선제 대응 필요성 커져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600여 명에서 2023년엔 5,400여 명으로 4년 만에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원주시는 이 같은 무연고 사망자 수 증가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비율 증가도 '라스트 클린업' 사업 도입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원주는 1인 가구 비율이 43%로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족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데다 남은 가족이 있더라도 경제적, 신체적 이유 등 가정 형편상 고인의 마지막 정리를 하기 어려운 가구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입니다.

올해 초부터 공영 장례를 시작한 원주시는 고인의 짐 정리 사업을 도입한 데 이어 앞으로 봉안당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5년인 봉안당 유골 보관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기존 무연고자 유골함도 나무 재질에서 다른 고인들과 같은 도자기로 바꾸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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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국 가는 마지막 이사 돕습니다”…‘무연고 장례’에 유품 정리까지
    • 입력 2024-02-27 1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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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우리 사회에는 세상을 떴지만,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 즉 무연고 사망자가 적지 않습니다.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당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공영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요, 최근 한 지자체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연고 사망자의 남은 짐 정리까지 책임지는 일을 시작했습니다.</strong>

■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에 유품 정리까지

무연고 사망자. 홀로 쓸쓸히 숨진 고인이거나, 남은 가족이 형편상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등 연고가 없는 사망자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공영 장례 제도가 최근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속속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인이 남기고 간 짐은 어떻게 할까요?

유품이 정갈하게 정리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더욱이 유족이 고령이거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미성년 어린 자녀만 남은 경우는 감정을 추스르기도, 짐을 치우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고인의 마지막 짐 정리를 도와주는 '라스트 클린업' 사업을 강원도 원주시가 도입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이사를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세상을 뜬 50대 남성이 남긴 유품들
■ "5톤 차량 3대 분량의 짐"…자원봉사단체가 나서

취재 시작 전, 고인의 유품이라 하면 사용 흔적이 있는 일반적인 집기류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현실을 잘 몰랐던 겁니다.

자신의 집에서 임종을 맞은 50대 남성이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기거하던 방의 정리 전 모습입니다. 사망 당시 이 같은 짐들이 집 안에 가득했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장애인 시설과 다른 집으로 뿔뿔이 흩어진 상황, 장례를 치르는 문제뿐만 아니라 남은 짐을 어떻게 정리할지 갈피도 잡지 못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원주의 자원봉사단체가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유품은 5톤 차량 3대 분량이나 됐습니다.

봉사단체 대표는 다 치우고 나니 몸은 고됐지만, 보람을 느끼면서도 안타깝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움을 주려 해도 '알지 못해 못 도와주는' 경우가 분명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고인이 쓰던 모든 집기류와 가구 등을 빼낸 모습
■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공영 장례에 유품 정리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와 비영리단체, 자원봉사단체가 함께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와 원주장례복지문화원, 봉주르원주는 이 50대 남성의 경우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구를 찾아 행정 절차를 지원하고 공영 장례를 치른 뒤 짐 정리까지 도맡기로 했습니다.

고인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보자는 취지로, 마지막 정리라는 뜻에서 '라스트 클린업(Last Clean-up)'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스트 클린업’ 사업 업무 협약식(2024.02.26.)
■ '무연고 사망자' 5,000명 시대…선제 대응 필요성 커져

전국적으로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600여 명에서 2023년엔 5,400여 명으로 4년 만에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원주시는 이 같은 무연고 사망자 수 증가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비율 증가도 '라스트 클린업' 사업 도입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원주는 1인 가구 비율이 43%로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족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데다 남은 가족이 있더라도 경제적, 신체적 이유 등 가정 형편상 고인의 마지막 정리를 하기 어려운 가구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입니다.

올해 초부터 공영 장례를 시작한 원주시는 고인의 짐 정리 사업을 도입한 데 이어 앞으로 봉안당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5년인 봉안당 유골 보관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기존 무연고자 유골함도 나무 재질에서 다른 고인들과 같은 도자기로 바꾸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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