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흉기’ 화물차 바퀴…“점검 소홀하면 반복” [취재후]

입력 2024.02.27 (11:17) 수정 2024.02.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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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25일) 오후 4시쯤. 여느 때처럼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관광버스에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반대편 차로에서 달리던 25톤 화물 트레일러의 바퀴가 날아와 그대로 버스 운전석을 관통한 겁니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와 승객 등 2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날아온 바퀴는 '가변축'…왜 빠졌나?


이번 사고는 대형 트레일러에 달려 있던 타이어가 바퀴 축과 함께 통째로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습니다.

빠진 바퀴는 '가변축'입니다. 가변축은 평소엔 땅과 떨어져 있는 '보조 바퀴'입니다. 대형 화물차의 무게가 많이 나갈 때, 지면과 맞닿도록 위치를 조정해 하중을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가변축은 일반 바퀴보다 바퀴를 고정하는 부품이 적어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얘(가변축)는 그냥 매달려 다니는 거니까 베어링(내부 부품) 녹으면 그냥 빠지지….
-정비사

하지만 가변축은 일반 고정축들과 달리 항상 바닥에 닿은 채로 운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바퀴가 공중에 떠 있는 경우에는 공기압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복되는 화물차 바퀴 빠짐 사고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의 바퀴가 빠지거나 부품이 이탈하면서 다른 운전자들이 봉변을 겪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고속도로 화물차 교통사고는 총 4,055건. 이 가운데 타이어 파손이 원인인 사고는 149건, 차량 부품이 이탈해 발생한 사고는 38건입니다.

화물차의 바퀴나 부품이 '도로 위의 흉기'로 변한 일이 5년 동안 187차례나 일어난 겁니다.

2021년에는 경북 상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화물차에서 빠진 타이어를 피하려다, 뒤따라가던 차량 넉 대가 추돌해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습니다.

2018년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25톤 트레일러에서 빠진 바퀴가 반대편에서 달리던 승용차를 충격했습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가 현장에서 숨지고, 운전자와 뒷자리에 타고 있던 두 딸은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길…"점검 생활화해야"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예방책으로 '점검'을 꼽습니다.

중형·대형 화물차는 차령이 5년 이하일 경우 1년마다, 5년 초과일 경우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타이어는 육안 검사 위주라 부품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제때 정기 검사를 받지 않아도 지체 기간에 따라 4만 원에서 60만 원의 과태료가 전부인 게 현실.

실제로 전국의 화물차 가운데 10%에 달하는 38만 1,051대가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정기검사를 받았더라도 운전자들이 자체 점검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타이어는 일일 점검이 필수"라며 "화물차나 버스 같은 경우 주행 전 휴게소에서 한 바퀴를 돌아보는 등 타이어 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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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 위 흉기’ 화물차 바퀴…“점검 소홀하면 반복” [취재후]
    • 입력 2024-02-27 11:17:21
    • 수정2024-02-27 15:08:17
    취재후·사건후

그제(25일) 오후 4시쯤. 여느 때처럼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관광버스에 그야말로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반대편 차로에서 달리던 25톤 화물 트레일러의 바퀴가 날아와 그대로 버스 운전석을 관통한 겁니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와 승객 등 2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날아온 바퀴는 '가변축'…왜 빠졌나?


이번 사고는 대형 트레일러에 달려 있던 타이어가 바퀴 축과 함께 통째로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했습니다.

빠진 바퀴는 '가변축'입니다. 가변축은 평소엔 땅과 떨어져 있는 '보조 바퀴'입니다. 대형 화물차의 무게가 많이 나갈 때, 지면과 맞닿도록 위치를 조정해 하중을 분산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가변축은 일반 바퀴보다 바퀴를 고정하는 부품이 적어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얘(가변축)는 그냥 매달려 다니는 거니까 베어링(내부 부품) 녹으면 그냥 빠지지….
-정비사

하지만 가변축은 일반 고정축들과 달리 항상 바닥에 닿은 채로 운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바퀴가 공중에 떠 있는 경우에는 공기압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복되는 화물차 바퀴 빠짐 사고


고속도로에서 화물차의 바퀴가 빠지거나 부품이 이탈하면서 다른 운전자들이 봉변을 겪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고속도로 화물차 교통사고는 총 4,055건. 이 가운데 타이어 파손이 원인인 사고는 149건, 차량 부품이 이탈해 발생한 사고는 38건입니다.

화물차의 바퀴나 부품이 '도로 위의 흉기'로 변한 일이 5년 동안 187차례나 일어난 겁니다.

2021년에는 경북 상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화물차에서 빠진 타이어를 피하려다, 뒤따라가던 차량 넉 대가 추돌해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습니다.

2018년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25톤 트레일러에서 빠진 바퀴가 반대편에서 달리던 승용차를 충격했습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가 현장에서 숨지고, 운전자와 뒷자리에 타고 있던 두 딸은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길…"점검 생활화해야"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예방책으로 '점검'을 꼽습니다.

중형·대형 화물차는 차령이 5년 이하일 경우 1년마다, 5년 초과일 경우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타이어는 육안 검사 위주라 부품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제때 정기 검사를 받지 않아도 지체 기간에 따라 4만 원에서 60만 원의 과태료가 전부인 게 현실.

실제로 전국의 화물차 가운데 10%에 달하는 38만 1,051대가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정기검사를 받았더라도 운전자들이 자체 점검을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타이어는 일일 점검이 필수"라며 "화물차나 버스 같은 경우 주행 전 휴게소에서 한 바퀴를 돌아보는 등 타이어 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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