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 선전물과의 ‘전면 대결전’”…사상 투쟁 고삐 죄는 북한, 이유는?

입력 2024.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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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같아 보이는 공간에 십수명의 사람들이 앉아있고, 연단에는 한 여성이 머리를 숙이고 서 있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진 사상 투쟁 모임, 이 여성의 잘못은 바로 '남조선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겁니다.

■"'고향집 달밤에' 남조선 창법으로…불순 선전물과 '전면 대결전'"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단법인 SAND연구소가 최근 입수한 북한의 주민 교육용 영상에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2021년 무렵 촬영돼 2022년 방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신 모 씨라는 여성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합니다.

북한의 어느 한 도시에 사는 신 씨가 '고향집 달밤'이라는 노래를 북한식이 아닌 남조선, 남한식 창법으로 가공해 불렀다는 이유로 사상 투쟁 대상이 된 것인데요. 이전에도 신 씨는 이런 방식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관계기관의 주의를 받았지만, 이러한 창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고치지 않고 오히려 손전화기(휴대전화) 등에 넣어 유포하다가 단속됐다고 합니다.

영상은 이어 이러한 '불순 선전물'들이 사람들을 개인이기주의자이자 돈의 노예, 사상·정신적 불구자로 만들었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뒤, 이러한 사람들이 어떻게 조국애를 갖고 인민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겠냐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자본주의 불순 선전물을 단순한 흥밋거리로 여겨 몰래 보거나 유포시킨다면 결국 사회주의 제도를 잃게 된다며, 불순 선전물과의 '전면 대결전'을 강조하면서 영상은 끝이 납니다.

■잇따른 내부 교육용 영상, 왜?…"사상 투쟁·한국에 대한 동경심 차단 목적"

최근 몇 년사이 촬영돼 공개된 북한 내부 교육용 영상들의 공통점은, 한국 드라마를 돌려봤다는 이유로 16살 학생들에게 노동교화형, 즉 징역형을 선고했다거나 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결성했다가 적발됐다는 등 외부 문화의 유입, 그리고 이로 인한 처벌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영상을 계속 방송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내부 기강 잡기로 남한 등 외부 문화 유입을 차단코자 하는 당국의 고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최경희 SAND연구소 대표는 "2021년 북한이 대외적으로 '전면 대결전'을 내세웠는데, 당시 미국이나 국제사회 등 외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사상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라며 "또 북한 입장에서 남한의 여러 가지 문화는 결집을 분산시키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살려 북한의 전체주의·독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국가비밀보호법(2023년)' 등 사회 통제를 위한 여러 법들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외부 문화 유입 차단과 북한 고유 문화를 지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남한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 주민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이 굉장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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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같아 보이는 공간에 십수명의 사람들이 앉아있고, 연단에는 한 여성이 머리를 숙이고 서 있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진 사상 투쟁 모임, 이 여성의 잘못은 바로 '남조선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겁니다.

■"'고향집 달밤에' 남조선 창법으로…불순 선전물과 '전면 대결전'"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단법인 SAND연구소가 최근 입수한 북한의 주민 교육용 영상에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2021년 무렵 촬영돼 2022년 방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신 모 씨라는 여성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합니다.

북한의 어느 한 도시에 사는 신 씨가 '고향집 달밤'이라는 노래를 북한식이 아닌 남조선, 남한식 창법으로 가공해 불렀다는 이유로 사상 투쟁 대상이 된 것인데요. 이전에도 신 씨는 이런 방식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관계기관의 주의를 받았지만, 이러한 창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고치지 않고 오히려 손전화기(휴대전화) 등에 넣어 유포하다가 단속됐다고 합니다.

영상은 이어 이러한 '불순 선전물'들이 사람들을 개인이기주의자이자 돈의 노예, 사상·정신적 불구자로 만들었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뒤, 이러한 사람들이 어떻게 조국애를 갖고 인민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겠냐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자본주의 불순 선전물을 단순한 흥밋거리로 여겨 몰래 보거나 유포시킨다면 결국 사회주의 제도를 잃게 된다며, 불순 선전물과의 '전면 대결전'을 강조하면서 영상은 끝이 납니다.

■잇따른 내부 교육용 영상, 왜?…"사상 투쟁·한국에 대한 동경심 차단 목적"

최근 몇 년사이 촬영돼 공개된 북한 내부 교육용 영상들의 공통점은, 한국 드라마를 돌려봤다는 이유로 16살 학생들에게 노동교화형, 즉 징역형을 선고했다거나 한 주민이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결성했다가 적발됐다는 등 외부 문화의 유입, 그리고 이로 인한 처벌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영상을 계속 방송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내부 기강 잡기로 남한 등 외부 문화 유입을 차단코자 하는 당국의 고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최경희 SAND연구소 대표는 "2021년 북한이 대외적으로 '전면 대결전'을 내세웠는데, 당시 미국이나 국제사회 등 외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사상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이라며 "또 북한 입장에서 남한의 여러 가지 문화는 결집을 분산시키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살려 북한의 전체주의·독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국가비밀보호법(2023년)' 등 사회 통제를 위한 여러 법들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외부 문화 유입 차단과 북한 고유 문화를 지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남한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 주민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이 굉장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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