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기술을 예술로…주조 명장 허정민

입력 2024.02.28 (19:59) 수정 2024.02.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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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밝히고 움직이는 초대형 발전 설비의 철강 주조품은 뜻밖에도 나무에서 시작됩니다.

["기술과 예술의 중간지점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형은 주조의 시작이고 원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끊임없는 답을 찾아가야 해서 평생 목형을 했는데 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낍니다. 목형을 사랑합니다."]

50년 외길 허정민 명장은 기술을 예술로 여기는 최고의 목형 고수입니다.

가스 터빈부터 수소에너지, 풍력, 원자력을 아우르는 발전설비 1번지입니다.

터빈, 케이싱 같은 대형 주조품을 만들려면 쇳물을 부을 거푸집에 해당하는 주형부터 제작해야 합니다.

주형에 필요한 목형을 만드는 사내협력사, 허정민 대표는 목형기능장이자 주조 분야 대한민국 명장입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이게 신한울 3·4호기 HP(고압 터빈) 케이싱 밖에 있는 건 외형이고 이건 중자 내형이에요. 그 사이에 쇳물이 들어가면 그게 주조품이 되는 겁니다. 원형을 만들어서 여기 모래를 찍어서 주형을 만들어서 주형에다 쇳물을 붇는 거죠."]

신한울 3·4호기 터빈 케이싱의 목형인데요.

180톤의 쇳물을 주입하게 될 주조품은 자체 무게만 100톤.

12개 부속 주조품까지, 전 직원이 다섯 달 넘게 혼신을 다한 목형은 제품이라기보다 나무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원형은 살아 있어야 됩니다. 주형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주조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목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목형은 강도가 적당하고 변형이 적은 적송을 쓰는데요.

직접 만든 직각자와 컴퍼스는 필살 연장입니다.

쇳물 주입 시의 수축 값까지 계산해 실제 크기로 그린 ‘현도’는 주조품 형상과 치수, 주조 방안을 고려해 디자인 한 설계도입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컴퍼스는) 40년 된 겁니다. 대형을 만들다 보니까 큰 컴퍼스가 없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대형품은 뼈대나 골격 자체를 강도를 감안해서 원형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원형 방안을 만드는 게 기술이죠."]

솜씨 좋은 장인이 목공예품을 만들듯 정밀하게 제작한 목형은 주조품의 완성도와 글로벌 기업의 품질을 결정하는 첫 단추입니다.

[박재기/두산에너빌리티 제강공장 수석 : "주조품에서 가장 중요한 원형의 최고 전문가시고요. 저희 원형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기여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저희 주조 담당자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1972년 LG 전신 금성사에서 목형에 뛰어들어 두산의 주조 현장에서 갈고 닦은 명장의 기술은 살아 있는 교본입니다.

[이용표/39년 목형 기술자 : "세밀하게 요소요소에 어떤 형상에 따라서 방안이라든가 이런 모든 것을 개발해 내시거든요. 그런 모든 것을 제가 배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경택/20년 목형 기술자 : "목형이라는 일 자체가 정답이 없습니다. 어느 게 더 빠르고 더 잘하고 이런 게 바로 안 떠오르거든요.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한마디 듣는 것 자체가 제 수준도 올릴 수 있고…."]

반세기 목형을 지킨 노장은 여전히 현장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은퇴할 나이가 지났는데 떠나려고 해도 이걸 할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을 우리 직원들이나 후배들한테 전수하고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과 예술을 넘나드는 목형 투혼이 다음 세대로 단단하게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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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기술을 예술로…주조 명장 허정민
    • 입력 2024-02-28 19:59:50
    • 수정2024-02-28 20:53:38
    뉴스7(창원)
세상을 밝히고 움직이는 초대형 발전 설비의 철강 주조품은 뜻밖에도 나무에서 시작됩니다.

["기술과 예술의 중간지점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형은 주조의 시작이고 원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끊임없는 답을 찾아가야 해서 평생 목형을 했는데 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낍니다. 목형을 사랑합니다."]

50년 외길 허정민 명장은 기술을 예술로 여기는 최고의 목형 고수입니다.

가스 터빈부터 수소에너지, 풍력, 원자력을 아우르는 발전설비 1번지입니다.

터빈, 케이싱 같은 대형 주조품을 만들려면 쇳물을 부을 거푸집에 해당하는 주형부터 제작해야 합니다.

주형에 필요한 목형을 만드는 사내협력사, 허정민 대표는 목형기능장이자 주조 분야 대한민국 명장입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이게 신한울 3·4호기 HP(고압 터빈) 케이싱 밖에 있는 건 외형이고 이건 중자 내형이에요. 그 사이에 쇳물이 들어가면 그게 주조품이 되는 겁니다. 원형을 만들어서 여기 모래를 찍어서 주형을 만들어서 주형에다 쇳물을 붇는 거죠."]

신한울 3·4호기 터빈 케이싱의 목형인데요.

180톤의 쇳물을 주입하게 될 주조품은 자체 무게만 100톤.

12개 부속 주조품까지, 전 직원이 다섯 달 넘게 혼신을 다한 목형은 제품이라기보다 나무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원형은 살아 있어야 됩니다. 주형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주조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목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목형은 강도가 적당하고 변형이 적은 적송을 쓰는데요.

직접 만든 직각자와 컴퍼스는 필살 연장입니다.

쇳물 주입 시의 수축 값까지 계산해 실제 크기로 그린 ‘현도’는 주조품 형상과 치수, 주조 방안을 고려해 디자인 한 설계도입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컴퍼스는) 40년 된 겁니다. 대형을 만들다 보니까 큰 컴퍼스가 없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대형품은 뼈대나 골격 자체를 강도를 감안해서 원형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원형 방안을 만드는 게 기술이죠."]

솜씨 좋은 장인이 목공예품을 만들듯 정밀하게 제작한 목형은 주조품의 완성도와 글로벌 기업의 품질을 결정하는 첫 단추입니다.

[박재기/두산에너빌리티 제강공장 수석 : "주조품에서 가장 중요한 원형의 최고 전문가시고요. 저희 원형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기여를 해주시고 계십니다. 저희 주조 담당자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1972년 LG 전신 금성사에서 목형에 뛰어들어 두산의 주조 현장에서 갈고 닦은 명장의 기술은 살아 있는 교본입니다.

[이용표/39년 목형 기술자 : "세밀하게 요소요소에 어떤 형상에 따라서 방안이라든가 이런 모든 것을 개발해 내시거든요. 그런 모든 것을 제가 배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경택/20년 목형 기술자 : "목형이라는 일 자체가 정답이 없습니다. 어느 게 더 빠르고 더 잘하고 이런 게 바로 안 떠오르거든요.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한마디 듣는 것 자체가 제 수준도 올릴 수 있고…."]

반세기 목형을 지킨 노장은 여전히 현장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허정민/목형기능장·주조 명장 : "은퇴할 나이가 지났는데 떠나려고 해도 이걸 할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을 우리 직원들이나 후배들한테 전수하고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과 예술을 넘나드는 목형 투혼이 다음 세대로 단단하게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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