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한국여성 왜 아이 안낳나…저출생 집중 조명

입력 2024.02.29 (07:27) 수정 2024.02.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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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진 데 대해 영국 공영 방송 BBC가 그 배경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BBC는 현지 시각 28일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발로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습니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BBC가 만난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은 육아휴직 후 해고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혼자인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39세 스텔라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론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BBC는 과도한 사교육은 비용 자체보다 더 깊은 영향을 준다면서 부산에 사는 32세 민지씨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공부하면서 너무 지쳤으며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털어놨습니다.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 천정연씨는 출산 후에 곧 사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주변을 보니 다들 우울해서 사회적 현상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이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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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2-29 07:30:06
    국제
우리나라의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진 데 대해 영국 공영 방송 BBC가 그 배경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BBC는 현지 시각 28일 한국 통계청의 출산율 발표에 맞춰 서울 특파원발로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습니다.

BBC는 "저출산 정책 입안자들이 정작 청년들과 여성들의 필요는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와 지난 1년간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을 인터뷰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BBC가 만난 30세 TV 프로듀서 예진씨는 "집안일과 육아를 똑같이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고 혼자 아이를 가진 여성에 대한 평가는 친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은 육아휴직 후 해고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혼자인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39세 스텔라씨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일하고 즐기다 보니 너무 바빴고 이젠 자신들의 생활 방식으론 출산·육아가 불가능함을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주거비는 세계 공통 문제이지만 사교육비는 한국의 독특한 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이들이 4세부터 수학, 영어, 음악 등의 비싼 수업을 받는데 아이를 실패하도록 하는 것은 초경쟁적인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BBC는 설명했습니다.

BBC는 과도한 사교육은 비용 자체보다 더 깊은 영향을 준다면서 부산에 사는 32세 민지씨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20대까지 공부하면서 너무 지쳤으며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털어놨습니다.

대전에 사는 웹툰 작가 천정연씨는 출산 후에 곧 사회,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됐고 남편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주변을 보니 다들 우울해서 사회적 현상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이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간 고속 발전하면서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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