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쪼개기 결제’에 사적 심부름까지”…서초구청에 무슨 일이?

입력 2024.02.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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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서초구청은 구청 소속 공무원 가운데 승진 임용 대상자를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5급 공무원인 A 과장. 그런데 A 과장이 국장급(4급) 승진 대상자가 됐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여러 건의 내부 제보가 전국공무원노조 서초지부에 접수됐습니다.

A 과장이 '쪼개기 결제'를 통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겁니다.

부서 포상금을 일부만 직원들과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상품권으로 바꿔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여러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부구청장 접대 자리에서 '쪼개기 결제'?

A 과장은 2022년 5월 26일 오후, 당시 서초구청 부구청장을 비롯해 과 팀장 4명과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당시 식사 자리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6명의 식사 및 음주비로 56만 2,000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해당 과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결제됐습니다.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A 과장은 오후 2시 반에 한 식당에서 50만 원 넘는 금액을 결제한 뒤, 약 30분이 지나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30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남은 금액을 두 번에 걸쳐 추가로 결제했습니다.

50만 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예산집행 지침에 따라 참석자 명단 등의 증빙자료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이른바 '쪼개기 결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노조 측은 "A 과장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법인카드가 2장 있는데, 해당 카드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약 2,900만 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서 포상금 240만 원 중에…96만 원만 직원들과?

A 과장이 소속된 과는 2022년, 240만 원의 부서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당시 부서 직원은 총 24명. A 과장은 직원 격려금으로 1인당 4만 원씩, 총 96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남은 금액 가운데 80만 원 상당은 서무에게 지시해 한 레스토랑의 상품권과 현금 신권으로 바꿨습니다.

노조 측은 "부서 포상금 240만 원은 A 과장의 소유가 아니라 부서 전체가 공유해야 하는 것인데도, A 과장이 이를 사적으로 쓰거나 정당한 의사결정 없이 임의대로 소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정 요거트 사와 달라"…지속적인 심부름까지

A 과장의 갑질과 사적 심부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직원들의 제보도 잇따랐습니다.

서초구청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감사에서, 직원들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Q. 요거트를 사다 주게 된 계기와 내용은?

"과장님이 아침에 커피를 드리니 안 드시고 청사 1층에 있는 ㅇㅇ카페에서 요거트를 사다 드리니 안 드시고 특정 브랜드 요거트를 사오라 하셨는데, 이 요거트는 양재역 앞 세븐일레븐에서만 파는 거라서 사다 드림." -직원 A

Q. 갑질이 있었는지?

"김밥, 스타킹, 각종 음료 등 심부름과 아들이 여권을 만들러 왔는데 번호표를 뽑아 오라고 시킴"- 직원 B

"A 팀장을 팀장회의에서 배제시킴"-직원 C

"기분이 안 좋은 날 직원 인사받지 않기 등등" -직원 D

이 밖에도, 점심시간에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내가 이래서 니네들을 싫어하는 거야"라는 등 큰소리로 윽박을 지른 적이 있다는 직원 진술이 나왔습니다.

■서초구청 "내부 감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승진 문제없어"

서초구청은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달 10일 구청장에게 보고했습니다.

이후 구청장은 '공정성 확보'를 명목으로 A 과장과 근무한 전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추가 감사 끝에, 구청은 지난 7일 A 과장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구청 측은 "A 과장의 쪼개기 결제 행위에 대해서는 내부 자체적으로 주의·훈계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서 포상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주장에는 "포상금이라는 건 부서장이 유형에 따라 쓸 수 있다"며 해당 과는 외부나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곳이 많아서 상품권을 업무 차원에서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A 과장에 대한 처분을 서초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 인사위원회 징계 절차에 회부할 만한 성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 제1조에 따르면 5급 이상의 지방공무원에 대해 징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징계의 경중과 관계없이 광역시·도 인사위원회가 이를 관할하게 돼 있습니다.

구청 측은 또 "관련 직원 수십 명을 대상으로 충분하고 공정한 감사와 인사자문 절차를 거쳐 임용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 측은 어제(28일) A 과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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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16: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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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5일, 서초구청은 구청 소속 공무원 가운데 승진 임용 대상자를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5급 공무원인 A 과장. 그런데 A 과장이 국장급(4급) 승진 대상자가 됐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여러 건의 내부 제보가 전국공무원노조 서초지부에 접수됐습니다.

A 과장이 '쪼개기 결제'를 통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겁니다.

부서 포상금을 일부만 직원들과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상품권으로 바꿔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여러 의혹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부구청장 접대 자리에서 '쪼개기 결제'?

A 과장은 2022년 5월 26일 오후, 당시 서초구청 부구청장을 비롯해 과 팀장 4명과 식사 자리를 가졌습니다. 당시 식사 자리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6명의 식사 및 음주비로 56만 2,000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해당 과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결제됐습니다.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A 과장은 오후 2시 반에 한 식당에서 50만 원 넘는 금액을 결제한 뒤, 약 30분이 지나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30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남은 금액을 두 번에 걸쳐 추가로 결제했습니다.

50만 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예산집행 지침에 따라 참석자 명단 등의 증빙자료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이른바 '쪼개기 결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노조 측은 "A 과장이 전용으로 사용하는 법인카드가 2장 있는데, 해당 카드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약 2,900만 원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서 포상금 240만 원 중에…96만 원만 직원들과?

A 과장이 소속된 과는 2022년, 240만 원의 부서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당시 부서 직원은 총 24명. A 과장은 직원 격려금으로 1인당 4만 원씩, 총 96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남은 금액 가운데 80만 원 상당은 서무에게 지시해 한 레스토랑의 상품권과 현금 신권으로 바꿨습니다.

노조 측은 "부서 포상금 240만 원은 A 과장의 소유가 아니라 부서 전체가 공유해야 하는 것인데도, A 과장이 이를 사적으로 쓰거나 정당한 의사결정 없이 임의대로 소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정 요거트 사와 달라"…지속적인 심부름까지

A 과장의 갑질과 사적 심부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직원들의 제보도 잇따랐습니다.

서초구청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감사에서, 직원들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Q. 요거트를 사다 주게 된 계기와 내용은?

"과장님이 아침에 커피를 드리니 안 드시고 청사 1층에 있는 ㅇㅇ카페에서 요거트를 사다 드리니 안 드시고 특정 브랜드 요거트를 사오라 하셨는데, 이 요거트는 양재역 앞 세븐일레븐에서만 파는 거라서 사다 드림." -직원 A

Q. 갑질이 있었는지?

"김밥, 스타킹, 각종 음료 등 심부름과 아들이 여권을 만들러 왔는데 번호표를 뽑아 오라고 시킴"- 직원 B

"A 팀장을 팀장회의에서 배제시킴"-직원 C

"기분이 안 좋은 날 직원 인사받지 않기 등등" -직원 D

이 밖에도, 점심시간에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내가 이래서 니네들을 싫어하는 거야"라는 등 큰소리로 윽박을 지른 적이 있다는 직원 진술이 나왔습니다.

■서초구청 "내부 감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승진 문제없어"

서초구청은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달 10일 구청장에게 보고했습니다.

이후 구청장은 '공정성 확보'를 명목으로 A 과장과 근무한 전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추가 감사 끝에, 구청은 지난 7일 A 과장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구청 측은 "A 과장의 쪼개기 결제 행위에 대해서는 내부 자체적으로 주의·훈계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서 포상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주장에는 "포상금이라는 건 부서장이 유형에 따라 쓸 수 있다"며 해당 과는 외부나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곳이 많아서 상품권을 업무 차원에서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A 과장에 대한 처분을 서초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 인사위원회 징계 절차에 회부할 만한 성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 제1조에 따르면 5급 이상의 지방공무원에 대해 징계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징계의 경중과 관계없이 광역시·도 인사위원회가 이를 관할하게 돼 있습니다.

구청 측은 또 "관련 직원 수십 명을 대상으로 충분하고 공정한 감사와 인사자문 절차를 거쳐 임용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 측은 어제(28일) A 과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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