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펑펑’ 지역 관광…애물단지만 양산 [이슈 집중]

입력 2024.02.29 (21:43) 수정 2024.02.2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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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충북의 대표적 관광지, 충주호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출렁다리가 있죠.

85억 원을 들여 3년 전 설치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장관이지만, 이런 출렁다리, 충북에만 19개입니다.

이곳 충주호에도 두 개가 더 있습니다.

충북만 이런 게 아닙니다.

전국의 출렁다리는 239개나 됩니다.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앞다퉈 만든 결괍니다.

인기가 있다 하면 일단 베끼고 보는 겁니다.

이런 관광 상품, 출렁다리만이 아닙니다.

거북선 사례 한번 보실까요?

경남 거제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굴착기가 거북선을 내려칩니다.

용 머리가 힘없이 떨어지고, 몸체는 조각조각 부서져 나뒹굽니다.

2011년 경상남도가 원형을 복원하겠다며 16억 원을 들여 제작했는데, 지난해 폐기돼 고물상에 넘어갔습니다.

16억 원을 들인 거북선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반나절, 이제는 이렇게 빈 공터가 됐습니다.

다른 지역 거북선은 어떨까요?

폐기된 거북선이 있던 거제에서 차로 한 시간.

경남 통영시에도 거북선 3척이 정박 돼 있습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입장료 수입은 한 해 6천만 원 수준, 반면 관리비는 3억 원으로 해마다 적자입니다.

[관광객/음성변조 : "특별하게 볼거리가 있다든가. 이런 건 아니고…. 여수에도 거북선이 있는데 비슷하게 (생겼어요.)"]

전남 여수의 거북선은 무사할까.

10년 전, 26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은 바다가 아니라 땅 위에 있습니다.

안을 살펴보니, 부식이 진행돼 목재 기둥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여수시 관계자/음성변조 : "목재이다 보니까 (바다로) 이전을 하면 원형 보존이 조금 힘들다고 판단을 했대요."]

2000년대 초 이른바 '이순신 열풍'에 너도나도 만든 거북선이 남해안에만 11척, 예산은 3백억 원 넘게 들었습니다.

많은 세금을 들였지만 고물 신세가 된 관광 상품은 거북선만이 아닙니다.

충북 괴산군이 세계 최대를 노리고 만든 가마솥.

무게 43톤, 제작비는 5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기네스북 등재에 실패하고 19년째 방치되면서,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모를 괴산군의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인근 주민 : "지금은 (가마솥을) 쓰지도 못하고. 행사할 때 그전엔 옥수수도 찌고 그랬었는데."]

고민 없이 찍어낸 자치단체들의 관광 상징물은 결국, 세금 낭비의 상징물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기자]

제 키의 4배가 넘는 이 북의 이름은 '천고'입니다.

우리나라 3대 악성인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 충북 영동에 있는데요.

무게가 7톤, 15톤 트럭 4대 분량 소나무와 40마리 넘는 소가죽이 들어갔습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북입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처음 설치될 때 반짝 화제가 되고 나선 애물단지 신셉니다.

3천 원을 내면 직접 북을 쳐볼 수도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화제성에만 기대 만든 결괍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드라마 테마파크도 마찬가지죠.

이번엔 전남 나주로 갑니다.

[리포트]

이곳은 전남 나주의 영상테마파크입니다.

드라마와 영화 2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는데요.

전체 14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에 고구려와 백제, 신라까지 삼국시대 모습을 재현해 놓은 촬영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건 만 6천 제곱미터 규모의 이 고구려궁 뿐인데요.

이미 저잣거리와 부여궁 등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2006년 137억 원을 들여 지은 이 테마파크엔 한때, 연간 52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찾는 사람은 줄었고, 해마다 관리비 4억 원 정도가 꼬박꼬박 나갔습니다.

결국, 철거하고 박물관을 짓기로 했는데 철거비만 30억 원입니다.

[나주시 관계자 : "시설 인건비, 운영비, 보수비 이런 게 계속 적자운영이 되고, 또 시설은 많이 노후화되고..."]

비슷한 시기, 역시 드라마 촬영장으로 조성된 전남 장흥의 사상의학 체험랜드.

출입문은 부서져 나뒹굴고, 창호지도 다 찢어져 폐가가 돼버렸습니다.

국고 보조까지 받아 48억 원을 들여 지었지만, 설상가상 운영 비리까지 터져 결국, 문을 닫아버린 겁니다.

[당시 사업 담당 장흥군 관계자 : "안타깝게도 현재는 사업이 취소되고, 일반 개인한테 넘어가서..."]

드라마 세트장을 복원한 제주 '올인 하우스'도 비슷한 상황.

2015년 문을 닫고선 10년째 흉물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이경운/서울특별시 : "관리적인 측면에선 부족한 거 같아서 자연 보기엔 예쁜데, 세트장 보기에는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드라마와 한류 열풍에 기대 지자체마다 수십억 원씩 쏟아부었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어떻게 활용할 건지 고민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한창희 최승원 김현기 김성은 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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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펑펑’ 지역 관광…애물단지만 양산 [이슈 집중]
    • 입력 2024-02-29 21:43:03
    • 수정2024-02-29 22: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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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충북의 대표적 관광지, 충주호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출렁다리가 있죠.

85억 원을 들여 3년 전 설치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장관이지만, 이런 출렁다리, 충북에만 19개입니다.

이곳 충주호에도 두 개가 더 있습니다.

충북만 이런 게 아닙니다.

전국의 출렁다리는 239개나 됩니다.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앞다퉈 만든 결괍니다.

인기가 있다 하면 일단 베끼고 보는 겁니다.

이런 관광 상품, 출렁다리만이 아닙니다.

거북선 사례 한번 보실까요?

경남 거제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굴착기가 거북선을 내려칩니다.

용 머리가 힘없이 떨어지고, 몸체는 조각조각 부서져 나뒹굽니다.

2011년 경상남도가 원형을 복원하겠다며 16억 원을 들여 제작했는데, 지난해 폐기돼 고물상에 넘어갔습니다.

16억 원을 들인 거북선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반나절, 이제는 이렇게 빈 공터가 됐습니다.

다른 지역 거북선은 어떨까요?

폐기된 거북선이 있던 거제에서 차로 한 시간.

경남 통영시에도 거북선 3척이 정박 돼 있습니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입장료 수입은 한 해 6천만 원 수준, 반면 관리비는 3억 원으로 해마다 적자입니다.

[관광객/음성변조 : "특별하게 볼거리가 있다든가. 이런 건 아니고…. 여수에도 거북선이 있는데 비슷하게 (생겼어요.)"]

전남 여수의 거북선은 무사할까.

10년 전, 26억 원을 들여 만든 거북선은 바다가 아니라 땅 위에 있습니다.

안을 살펴보니, 부식이 진행돼 목재 기둥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여수시 관계자/음성변조 : "목재이다 보니까 (바다로) 이전을 하면 원형 보존이 조금 힘들다고 판단을 했대요."]

2000년대 초 이른바 '이순신 열풍'에 너도나도 만든 거북선이 남해안에만 11척, 예산은 3백억 원 넘게 들었습니다.

많은 세금을 들였지만 고물 신세가 된 관광 상품은 거북선만이 아닙니다.

충북 괴산군이 세계 최대를 노리고 만든 가마솥.

무게 43톤, 제작비는 5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기네스북 등재에 실패하고 19년째 방치되면서,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모를 괴산군의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인근 주민 : "지금은 (가마솥을) 쓰지도 못하고. 행사할 때 그전엔 옥수수도 찌고 그랬었는데."]

고민 없이 찍어낸 자치단체들의 관광 상징물은 결국, 세금 낭비의 상징물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기자]

제 키의 4배가 넘는 이 북의 이름은 '천고'입니다.

우리나라 3대 악성인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 충북 영동에 있는데요.

무게가 7톤, 15톤 트럭 4대 분량 소나무와 40마리 넘는 소가죽이 들어갔습니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북입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처음 설치될 때 반짝 화제가 되고 나선 애물단지 신셉니다.

3천 원을 내면 직접 북을 쳐볼 수도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화제성에만 기대 만든 결괍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드라마 테마파크도 마찬가지죠.

이번엔 전남 나주로 갑니다.

[리포트]

이곳은 전남 나주의 영상테마파크입니다.

드라마와 영화 20여 편이 이곳에서 촬영됐는데요.

전체 14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에 고구려와 백제, 신라까지 삼국시대 모습을 재현해 놓은 촬영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건 만 6천 제곱미터 규모의 이 고구려궁 뿐인데요.

이미 저잣거리와 부여궁 등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2006년 137억 원을 들여 지은 이 테마파크엔 한때, 연간 52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찾는 사람은 줄었고, 해마다 관리비 4억 원 정도가 꼬박꼬박 나갔습니다.

결국, 철거하고 박물관을 짓기로 했는데 철거비만 30억 원입니다.

[나주시 관계자 : "시설 인건비, 운영비, 보수비 이런 게 계속 적자운영이 되고, 또 시설은 많이 노후화되고..."]

비슷한 시기, 역시 드라마 촬영장으로 조성된 전남 장흥의 사상의학 체험랜드.

출입문은 부서져 나뒹굴고, 창호지도 다 찢어져 폐가가 돼버렸습니다.

국고 보조까지 받아 48억 원을 들여 지었지만, 설상가상 운영 비리까지 터져 결국, 문을 닫아버린 겁니다.

[당시 사업 담당 장흥군 관계자 : "안타깝게도 현재는 사업이 취소되고, 일반 개인한테 넘어가서..."]

드라마 세트장을 복원한 제주 '올인 하우스'도 비슷한 상황.

2015년 문을 닫고선 10년째 흉물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이경운/서울특별시 : "관리적인 측면에선 부족한 거 같아서 자연 보기엔 예쁜데, 세트장 보기에는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드라마와 한류 열풍에 기대 지자체마다 수십억 원씩 쏟아부었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어떻게 활용할 건지 고민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한창희 최승원 김현기 김성은 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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