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나눠 먹읍시다”…취수원 다변화 이번에는 성공할까? [주말엔]

입력 2024.03.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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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낙동강은 부산·경남의 오랜 식수원입니다. 영남권 인구 대부분이 낙동강 물을 취수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물의 신뢰도는 낮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녹조의 영향에다, 오염 사고가 끊이지 않는 탓입니다. 더욱 안전한 낙동강 물을 떠서 부산과 경남이 나눠 마시자는 취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 정부는 오랜 기간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왔는데요. 환경부는 이달부터 경남 합천과 창녕 주민을 대상으로 용역 설명회를 열고, 취수원 다변화 사업 추진을 공식화할 계획입니다. 환경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 성공을 위한 과제를 미리 짚어봤습니다.

경남 창녕군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경남 창녕군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

환경부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사업의 첫 발을 뗐습니다. 낙동강과 황강 물 90만 톤을 부산과 경남 중동부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 공급지에 있는 창녕과 합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주된 이유는 '지하수 고갈'로 인한 농업 피해입니다.

KBS는 20여 년 전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방식, 강변 여과시설이 국내에 처음 들어선 마을을 찾아 문제점을 살펴보고, 환경부의 타당성 용역 결과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 사라진 지하수…범인은 강변여과수 취수정?

경남 창원시 대산면 강변여과수 시설. 생선 가시처럼 뻗은 도로 끝에 대형 우물인 취수정 49개가 설치돼 있다.경남 창원시 대산면 강변여과수 시설. 생선 가시처럼 뻗은 도로 끝에 대형 우물인 취수정 49개가 설치돼 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경남 창원시 대산면 일동마을입니다. 마을과 1㎞ 떨어진 낙동강 변에는 강변여과수 '취수정' 49개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만들어진 국내 첫 강변여과수 시설입니다.

취수정은 강가에 50m 깊이의 대형 우물을 파고, 주변의 자갈과 모래층으로 강물을 정화하는 시설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5만 톤의 물은 매일 창원 도심으로 공급됩니다.

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2001년부터 들어선 49개의 강변여과수 취수정.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2001년부터 들어선 49개의 강변여과수 취수정.

강변 여과시설이 들어선 이후 마을의 가장 큰 변화는 '지하수 고갈'입니다. 주민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마을 주변 수백 동의 비닐하우스에서는 농업용수로 지하수 관정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취수정이 생긴 이후 종일 모터를 돌려도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강바닥보다 낮게 설치된 취수정으로 낙동강 물과 함께 주변 지하수가 흘러 들어가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 취수정 1㎞ 반경 안 농경지에는 지하수 관정이 200곳 가까이 있었지만, 현재는 10곳 안팎만 남았습니다. 쓸모없게 된 관정을 주민들이 스스로 폐쇄한 것입니다.

"강변여과수 개발 전에는 지하수가 엄청 많이 나왔어요. 지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고, 이전 대비 20%밖에 없어요. 시에서 낙동강 원수를 공급해주고 있는데 물이 나오는 시간이 한정돼 있고, 지하수보다 물이 차가우니까 냉해와 녹조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작물 생산량이 40% 정도 줄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허진열 / 경남 창원시 일동마을 이장

지하수위 저하는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2012년 창원시가 취수정 4곳 주변을 조사한 결과, 취수량의 13%는 배후지, 즉 농경지의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간 취수할 경우, 지하수 사용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것입니다.

2012년 경남 창원시의 강변여과수 개발에 따른 지하수 영향조사 보고서. 보고서는 취수정을 장기 취수할 경우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를 지적했다.2012년 경남 창원시의 강변여과수 개발에 따른 지하수 영향조사 보고서. 보고서는 취수정을 장기 취수할 경우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꺼낸 대안은 낙동강 원수를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100억 원을 들여 관로를 만들고 낙동강 원수를 비닐하우스로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하수의 대안이 안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겨울철 원수는 지하수 수온보다 3~5도 낮아 수막 재배를 할 수 없고, 냉해 가능성도 커집니다. 또, 여름철에는 녹조가 걸러지지 않은 채 공급되고, 낮 시간에만 물이 공급돼 생산량이 4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국내 첫 강변여과수 시설이 설치된 지 23년, 창원시민 20만 명은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낙동강 물을 공급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취수원과 가장 가까운 주민들은 오히려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지하수 관정 대신 농가에 공급되는 낙동강 원수.지하수 관정 대신 농가에 공급되는 낙동강 원수.

■ “대책 없이 취수 지역만 확대”…의견 수렴은?

환경부의 취수원 다변화 타당성 용역 보고서.환경부의 취수원 다변화 타당성 용역 보고서.

합천, 창녕 주민들의 주된 반대 이유도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 피해입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오히려 취수 지점 대폭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한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강변여과수 취수 지점은 기존 3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검토됐습니다. 기존 창녕함안보 하류에다, 상류까지 취수지점이 확대됐고, 기존 계획에 없던 의령군 지정면과 낙서면의 취수도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환경부는 취수원 다변화의 또 다른 축인 합천 황강의 바닥 물, 복류수 취수 지점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황강교에서 6.5㎞ 하류로 내려간 지점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계획대로라면 낙동강 강변여과수 취수량은 71만 톤으로 늘고, 황강은 19만 톤으로 줄어듭니다.

주민들은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 피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채 취수 지역만 대폭 확대했다고 반발합니다.

"물을 부산에 안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물은 당연히 나눠 먹어야죠. 나눠 먹어야 하는데, 우리 지역민들에게 이렇게 생존권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지하수가 5m 내려가면 시설 하우스 농사는 포기해야 합니다. 피해 대책 없이 이쪽 지역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서 상류로 취수지점을 확대하면, 피해 주민들만 늘어날 뿐입니다."

-김찬수/창녕 강변여과수 개발 반대대책위 위원장

환경부는 KBS 보도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취수지점을 3곳에서 9곳으로 확대, 분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점별 취수량을 15만 톤에서 8만 톤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농업 피해 발생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수 지점을 늘리는 대신, 취수 물량을 줄여 지하수위 저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지하수위 저하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자료에 담지 않았습니다.

■ 강변여과수 개발로 “1,100만㎡ 농업 피해 우려"

창녕함안보 아래에 2016년 설치된 강변여과수 시험 취수정.창녕함안보 아래에 2016년 설치된 강변여과수 시험 취수정.

창녕함안보 하류에는 환경부에서 2016년 설치한 시험 취수정이 있습니다. 취수정 시험 가동 결과, 하루 3만 톤 취수 때 지하수위가 1.5m 내려가고, 10개를 동시에 가동했을 때 5m가 하강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창녕 주민들이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환경부 취수원 다변화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 배후지의 지하수위가 최대 5m 하강할 것으로 예측됐다.환경부 취수원 다변화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 배후지의 지하수위가 최대 5m 하강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완료된 정부의 용역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환경부는 취수지점 11곳에서 계획대로 취수할 경우, 취수정 뒤쪽 지하수위가 최대 5m가량 내려갈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문제는 강 주변 배후지 대부분이 농경지라는 것입니다. 환경부가 확인한 취수지점 주변 농경지는 1,100만㎡, 축구장 천5백 개 면적에 이릅니다. 딸기와 고추 등 시설 재배가 15%, 벼와 마늘 등 노지 재배가 85%입니다.

환경부 취수원 다변화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환경부 취수원 다변화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

환경부는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 피해를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최대 지하수위 저하의 한도를 5m로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취수량을 조절하면 큰 피해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하수위 저하에 따라 흙의 부피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지반 침하 우려까지 제기합니다.

"첫째는 농민들이 농사에 지장을 받고요. 두 번째는 지반 침하입니다. 계산해 보니까 어떤 지점은 지반 침하가 50cm 정도 생기는 곳도 있어요. 나중에 큰 문제 될 수가 있습니다. 이거는 농경지 농사뿐만 아니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는데, 이런 부분들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승현/영남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 취수원 다변화 사업…주민 동의 필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주민 동의를 얻는 조건'으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물을 취수하는 지역과 공급받는 지역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환경부는 타당성 용역과 실시설계비를 예산안에 반영해 놓고도, 정작 물을 공급하는 경남에는 알리지 않아 극심한 반발을 샀습니다. 이는 경남 주민들이 환경부의 사업 추진 과정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취수원 주민들은 낙동강 물을 나눠마시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단, 물을 공급하는 지역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입니다. 환경부는 다음 달 합천과 창녕 주민을 대상으로 이번 용역 설명회를 열 계획입니다. 환경부 피해 최소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취수원 사업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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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좀 나눠 먹읍시다”…취수원 다변화 이번에는 성공할까? [주말엔]
    • 입력 2024-03-02 07:00:11
    주말엔
<br />낙동강은 부산·경남의 오랜 식수원입니다. 영남권 인구 대부분이 낙동강 물을 취수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물의 신뢰도는 낮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녹조의 영향에다, 오염 사고가 끊이지 않는 탓입니다. 더욱 안전한 낙동강 물을 떠서 부산과 경남이 나눠 마시자는 취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 정부는 오랜 기간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왔는데요. 환경부는 이달부터 경남 합천과 창녕 주민을 대상으로 용역 설명회를 열고, 취수원 다변화 사업 추진을 공식화할 계획입니다. 환경부의 취수원 다변화 사업, 성공을 위한 과제를 미리 짚어봤습니다.<br /><br />
경남 창녕군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
환경부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사업의 첫 발을 뗐습니다. 낙동강과 황강 물 90만 톤을 부산과 경남 중동부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 공급지에 있는 창녕과 합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주된 이유는 '지하수 고갈'로 인한 농업 피해입니다.

KBS는 20여 년 전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방식, 강변 여과시설이 국내에 처음 들어선 마을을 찾아 문제점을 살펴보고, 환경부의 타당성 용역 결과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 사라진 지하수…범인은 강변여과수 취수정?

경남 창원시 대산면 강변여과수 시설. 생선 가시처럼 뻗은 도로 끝에 대형 우물인 취수정 49개가 설치돼 있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경남 창원시 대산면 일동마을입니다. 마을과 1㎞ 떨어진 낙동강 변에는 강변여과수 '취수정' 49개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만들어진 국내 첫 강변여과수 시설입니다.

취수정은 강가에 50m 깊이의 대형 우물을 파고, 주변의 자갈과 모래층으로 강물을 정화하는 시설입니다. 이렇게 얻어진 5만 톤의 물은 매일 창원 도심으로 공급됩니다.

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2001년부터 들어선 49개의 강변여과수 취수정.
강변 여과시설이 들어선 이후 마을의 가장 큰 변화는 '지하수 고갈'입니다. 주민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마을 주변 수백 동의 비닐하우스에서는 농업용수로 지하수 관정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취수정이 생긴 이후 종일 모터를 돌려도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강바닥보다 낮게 설치된 취수정으로 낙동강 물과 함께 주변 지하수가 흘러 들어가는 것입니다.

10여 년 전 취수정 1㎞ 반경 안 농경지에는 지하수 관정이 200곳 가까이 있었지만, 현재는 10곳 안팎만 남았습니다. 쓸모없게 된 관정을 주민들이 스스로 폐쇄한 것입니다.

"강변여과수 개발 전에는 지하수가 엄청 많이 나왔어요. 지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고, 이전 대비 20%밖에 없어요. 시에서 낙동강 원수를 공급해주고 있는데 물이 나오는 시간이 한정돼 있고, 지하수보다 물이 차가우니까 냉해와 녹조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작물 생산량이 40% 정도 줄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허진열 / 경남 창원시 일동마을 이장

지하수위 저하는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2012년 창원시가 취수정 4곳 주변을 조사한 결과, 취수량의 13%는 배후지, 즉 농경지의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간 취수할 경우, 지하수 사용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것입니다.

2012년 경남 창원시의 강변여과수 개발에 따른 지하수 영향조사 보고서. 보고서는 취수정을 장기 취수할 경우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꺼낸 대안은 낙동강 원수를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100억 원을 들여 관로를 만들고 낙동강 원수를 비닐하우스로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하수의 대안이 안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겨울철 원수는 지하수 수온보다 3~5도 낮아 수막 재배를 할 수 없고, 냉해 가능성도 커집니다. 또, 여름철에는 녹조가 걸러지지 않은 채 공급되고, 낮 시간에만 물이 공급돼 생산량이 4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국내 첫 강변여과수 시설이 설치된 지 23년, 창원시민 20만 명은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낙동강 물을 공급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취수원과 가장 가까운 주민들은 오히려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지하수 관정 대신 농가에 공급되는 낙동강 원수.
■ “대책 없이 취수 지역만 확대”…의견 수렴은?

환경부의 취수원 다변화 타당성 용역 보고서.
합천, 창녕 주민들의 주된 반대 이유도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 피해입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오히려 취수 지점 대폭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과 관련한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강변여과수 취수 지점은 기존 3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검토됐습니다. 기존 창녕함안보 하류에다, 상류까지 취수지점이 확대됐고, 기존 계획에 없던 의령군 지정면과 낙서면의 취수도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환경부는 취수원 다변화의 또 다른 축인 합천 황강의 바닥 물, 복류수 취수 지점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황강교에서 6.5㎞ 하류로 내려간 지점에서 취수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계획대로라면 낙동강 강변여과수 취수량은 71만 톤으로 늘고, 황강은 19만 톤으로 줄어듭니다.

주민들은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 피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채 취수 지역만 대폭 확대했다고 반발합니다.

"물을 부산에 안 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물은 당연히 나눠 먹어야죠. 나눠 먹어야 하는데, 우리 지역민들에게 이렇게 생존권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지하수가 5m 내려가면 시설 하우스 농사는 포기해야 합니다. 피해 대책 없이 이쪽 지역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서 상류로 취수지점을 확대하면, 피해 주민들만 늘어날 뿐입니다."

-김찬수/창녕 강변여과수 개발 반대대책위 위원장

환경부는 KBS 보도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취수지점을 3곳에서 9곳으로 확대, 분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점별 취수량을 15만 톤에서 8만 톤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농업 피해 발생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수 지점을 늘리는 대신, 취수 물량을 줄여 지하수위 저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지하수위 저하에 대한 구체적 대책은 자료에 담지 않았습니다.

■ 강변여과수 개발로 “1,100만㎡ 농업 피해 우려"

창녕함안보 아래에 2016년 설치된 강변여과수 시험 취수정.
창녕함안보 하류에는 환경부에서 2016년 설치한 시험 취수정이 있습니다. 취수정 시험 가동 결과, 하루 3만 톤 취수 때 지하수위가 1.5m 내려가고, 10개를 동시에 가동했을 때 5m가 하강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창녕 주민들이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완강하게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환경부 취수원 다변화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 배후지의 지하수위가 최대 5m 하강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완료된 정부의 용역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환경부는 취수지점 11곳에서 계획대로 취수할 경우, 취수정 뒤쪽 지하수위가 최대 5m가량 내려갈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문제는 강 주변 배후지 대부분이 농경지라는 것입니다. 환경부가 확인한 취수지점 주변 농경지는 1,100만㎡, 축구장 천5백 개 면적에 이릅니다. 딸기와 고추 등 시설 재배가 15%, 벼와 마늘 등 노지 재배가 85%입니다.

환경부 취수원 다변화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
환경부는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농업 피해를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최대 지하수위 저하의 한도를 5m로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취수량을 조절하면 큰 피해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하수위 저하에 따라 흙의 부피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지반 침하 우려까지 제기합니다.

"첫째는 농민들이 농사에 지장을 받고요. 두 번째는 지반 침하입니다. 계산해 보니까 어떤 지점은 지반 침하가 50cm 정도 생기는 곳도 있어요. 나중에 큰 문제 될 수가 있습니다. 이거는 농경지 농사뿐만 아니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는데, 이런 부분들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승현/영남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 취수원 다변화 사업…주민 동의 필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주민 동의를 얻는 조건'으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물을 취수하는 지역과 공급받는 지역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환경부는 타당성 용역과 실시설계비를 예산안에 반영해 놓고도, 정작 물을 공급하는 경남에는 알리지 않아 극심한 반발을 샀습니다. 이는 경남 주민들이 환경부의 사업 추진 과정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취수원 주민들은 낙동강 물을 나눠마시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단, 물을 공급하는 지역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입니다. 환경부는 다음 달 합천과 창녕 주민을 대상으로 이번 용역 설명회를 열 계획입니다. 환경부 피해 최소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취수원 사업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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