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메시지 1,100개”…흉기 협박 스토킹에도 ‘집행유예’

입력 2024.03.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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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40대 남성이 연인이었다가 이별을 통보한 여성에게 200회 넘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남성에게 헤어지자고 한 여성은 2달 넘게 끔찍한 스토킹을 당했습니다. 남성은 피해 여성이 일하는 직장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문제는 처벌 수위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스토킹 범죄 사건 80% 이상이 집행유예 이하여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남성 역시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 로맨스? 이제는 교제 폭력!

"나랑 같이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중에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명대사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함께 탄 차를 거칠게 몰면서 내뱉은 이 대사를 두고 당시엔 '절절한 사랑 고백을 죽음에 비유했다', '터프한 사랑 고백이 인상적이다'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이 대사는 상대방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거기에 위협적인 말까지 꺼낸다면 제아무리 사적인 연인 관계라도 '교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헤어지자" 통보에 2달간 스토킹…협박성 '메시지 폭탄'

지난해 헤어지자는 여성에게 40대 남성이 보내 메시지입니다.

연인의 연락은 이제 고백이 아닌 협박이 됐습니다. 이별을 고한 뒤 끔찍한 스토킹은 2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여성이 이 남성과 만난 건 다섯 달 남짓. 여성이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자 남성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20일 넘도록 남성이 보낸 연락은 모두 1,100회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200건 넘는 메시지가 위협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부 메시지엔 피해자의 사생활을 지켜보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도 담겼습니다. 남성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지옥을 선물했다면서 오히려 사랑했던 사람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 자해에 흉기 협박까지…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

남성의 협박은 문자와 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남성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던 여성은 직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성을 마주쳐야 했습니다.

여성 앞에서 자해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 이 남성은 급기야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폐된 차 안에서 흉기를 들고 여성에게 위협적인 말들을 뱉기도 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두 달여 만에 남성은 술을 마시고 야간에 흉기를 소지한 채 피해자가 일하던 직장에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네 가장 소중한 것부터 부숴버릴 건다"는 폭언에 살인을 예고하는 말까지 듣자 뱉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다급히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하고도 이 같은 폭언은 계속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결국 법의 심판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 집요한 스토킹 범죄에도 80% 이상 '집행유예'

남성은 재판정에 서고 나서야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않겠다', '연락하지 않겠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공탁금 300만 원도 걸었습니다.

재판부는 남성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초범인 점과 공탁금 등을 미루어 남성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6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스토킹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명했습니다.

흉기를 들고 위협적인 발언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등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끔찍한 고통과 충격, 불안감을 심어줍니다. 직장이나 집 앞에서 기다린다거나,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2021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양형 통계를 보면 재판에 넘겨진 스토킹 범죄 사건 80% 이상이 집행유예 이하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형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다 보니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만으로도 피해자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끼면 스토킹 범죄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제 메시지를 피해자가 봤느냐를 넘어 '공포심을 느꼈나' 입니다. 앞서 사례처럼 3주간 1,000건 넘는 메시지를 받아왔다면 과연 그 공포심은 얼마나 컸을까요?

지난달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 단기간에 범죄 행위가 집요한 경우나 흉기를 소지한 경우,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특수성 등을 고려한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양형위원회는 공청회 논의 내용을 반영해 오는 25일 전문위원 전체회의를 거쳐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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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의 메시지 1,100개”…흉기 협박 스토킹에도 ‘집행유예’
    • 입력 2024-03-04 16: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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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40대 남성이 연인이었다가 이별을 통보한 여성에게 200회 넘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남성에게 헤어지자고 한 여성은 2달 넘게 끔찍한 스토킹을 당했습니다. 남성은 피해 여성이 일하는 직장에 흉기를 들고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strong><br /><strong>문제는 처벌 수위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스토킹 범죄 사건 80% 이상이 집행유예 이하여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strong><strong> 이 남성 역시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strong>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 로맨스? 이제는 교제 폭력!

"나랑 같이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
-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중에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명대사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함께 탄 차를 거칠게 몰면서 내뱉은 이 대사를 두고 당시엔 '절절한 사랑 고백을 죽음에 비유했다', '터프한 사랑 고백이 인상적이다'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이 대사는 상대방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거기에 위협적인 말까지 꺼낸다면 제아무리 사적인 연인 관계라도 '교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헤어지자" 통보에 2달간 스토킹…협박성 '메시지 폭탄'

지난해 헤어지자는 여성에게 40대 남성이 보내 메시지입니다.

연인의 연락은 이제 고백이 아닌 협박이 됐습니다. 이별을 고한 뒤 끔찍한 스토킹은 2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여성이 이 남성과 만난 건 다섯 달 남짓. 여성이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자 남성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20일 넘도록 남성이 보낸 연락은 모두 1,100회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200건 넘는 메시지가 위협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부 메시지엔 피해자의 사생활을 지켜보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도 담겼습니다. 남성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지옥을 선물했다면서 오히려 사랑했던 사람의 삶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 자해에 흉기 협박까지…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

남성의 협박은 문자와 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남성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던 여성은 직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성을 마주쳐야 했습니다.

여성 앞에서 자해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 이 남성은 급기야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폐된 차 안에서 흉기를 들고 여성에게 위협적인 말들을 뱉기도 했습니다.

스토킹 범죄 두 달여 만에 남성은 술을 마시고 야간에 흉기를 소지한 채 피해자가 일하던 직장에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네 가장 소중한 것부터 부숴버릴 건다"는 폭언에 살인을 예고하는 말까지 듣자 뱉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는 다급히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하고도 이 같은 폭언은 계속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결국 법의 심판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 집요한 스토킹 범죄에도 80% 이상 '집행유예'

남성은 재판정에 서고 나서야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않겠다', '연락하지 않겠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공탁금 300만 원도 걸었습니다.

재판부는 남성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초범인 점과 공탁금 등을 미루어 남성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6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스토킹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명했습니다.

흉기를 들고 위협적인 발언을 하거나 자해를 하는 등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끔찍한 고통과 충격, 불안감을 심어줍니다. 직장이나 집 앞에서 기다린다거나,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2021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양형 통계를 보면 재판에 넘겨진 스토킹 범죄 사건 80% 이상이 집행유예 이하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형은 전체의 20%도 되지 않다 보니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만으로도 피해자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끼면 스토킹 범죄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실제 메시지를 피해자가 봤느냐를 넘어 '공포심을 느꼈나' 입니다. 앞서 사례처럼 3주간 1,000건 넘는 메시지를 받아왔다면 과연 그 공포심은 얼마나 컸을까요?

지난달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 단기간에 범죄 행위가 집요한 경우나 흉기를 소지한 경우,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특수성 등을 고려한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양형위원회는 공청회 논의 내용을 반영해 오는 25일 전문위원 전체회의를 거쳐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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