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장 송금앱’ 도박에 악용 지적에…“자녀 계정 이용정지 신청 받겠다”

입력 2024.03.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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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편의점 등에서 은행 계좌 없이도 입금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청소년 불법 도박에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KBS 취재로 보도됐습니다. 일상 생활에 유용한 앱의 특성이 악용된 사례였는데요. 보도 후 업체 측이 부모가 자녀 계정에 대한 '이용정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놨습니다.

앱 운영사는 오늘(4일) 공지글을 통해 "청소년 도박 근절에 동참하고자 다각도로 참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우선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앱 운영사 공지 글 중앱 운영사 공지 글 중

운영사는 우선 송금실태 모니터링을 강화해 도박 계정에 송금하거나 의심 징후 계정에 대해 사용을 정지하고 관계 당국에 신고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부모가 직접 자녀의 계정에 대한 이용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업체 측이 도박 이용 계정을 일일이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부모가 먼저 파악한 경우 이용을 막겠다는 얘기입니다.

업체 측은 고객센터 이메일로 신청자와 자녀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보내면 계정 이용을 정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청소년 도박 차단 방안을 검토해 조만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간편한 '무통장 송금'…어쩌다 악용됐나?

해당 앱은 편의점 등에서 은행 계좌 없이 자신의 앱 계정에 입금하거나 타인의 계좌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행 자동화기기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회원 가입도 간단하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도 늘고 있습니다.

회원가입은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휴대전화 인증을 하면 됩니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인증하지 않아도, 제한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탐사K] “간편한 무통장 송금”…청소년 불법 도박에 ‘악용’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98367

업체 측은 가장 낮은 등급의 회원인 경우 1회에 20만 원, 하루에 50만 원까지 송금을 제한하고 있는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실명확인 없이 5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 '편의성'을 악용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입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이체 한도도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이 앱을 악용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청소년들도 주변 친구들에게 이 앱을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3년 전부터 불법 도박에 빠진 A 군은 계좌 이체 한도가 다 됐을 때 이 앱을 이용해 도박 사이트에 추가로 송금했습니다. 그러곤 도박에 돈을 더 걸었습니다. 이마저도 부족하면 다른 친구의 계정까지 빌리기도 했습니다. 본인 휴대전화가 아니더라도 로그인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겁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접속한 한 사이트에선 '가입조건 X' '승인 전화 X'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규모가 큰 불법 도박 업체들은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계좌 정보를 받아 회원을 관리하는데, 신규 업체들은 이런 조건을 달지 않고 공격적으로 영업합니다. 이른바 '총판'으로 불리는 하위 영업자들이 '리딩'을 해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신규 회원으로 모집하고, 도박금은 무통장입금 등을 이용해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 불법 도박에 중독된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B 씨도 아들의 휴대전화에서 이 앱을 발견했습니다. B 씨는 취재진과 만나 "부모가 아무리 감시해도 잠깐 다른 사람 휴대전화를 빌려서 해당 앱에 회원가입을 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면서 "이용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도 이런 문제가 있다면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B 씨와 상담을 진행한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고, 금융 당국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등급을 없애고,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업체 측과 소통해 문제점을 바로 잡아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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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통장 송금앱’ 도박에 악용 지적에…“자녀 계정 이용정지 신청 받겠다”
    • 입력 2024-03-04 1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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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편의점 등에서 은행 계좌 없이도 입금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청소년 불법 도박에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KBS 취재로 보도됐습니다. 일상 생활에 유용한 앱의 특성이 악용된 사례였는데요. 보도 후 업체 측이 부모가 자녀 계정에 대한 '이용정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놨습니다.

앱 운영사는 오늘(4일) 공지글을 통해 "청소년 도박 근절에 동참하고자 다각도로 참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우선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앱 운영사 공지 글 중
운영사는 우선 송금실태 모니터링을 강화해 도박 계정에 송금하거나 의심 징후 계정에 대해 사용을 정지하고 관계 당국에 신고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부모가 직접 자녀의 계정에 대한 이용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업체 측이 도박 이용 계정을 일일이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부모가 먼저 파악한 경우 이용을 막겠다는 얘기입니다.

업체 측은 고객센터 이메일로 신청자와 자녀의 이름, 휴대전화 번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보내면 계정 이용을 정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가적인 청소년 도박 차단 방안을 검토해 조만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간편한 '무통장 송금'…어쩌다 악용됐나?

해당 앱은 편의점 등에서 은행 계좌 없이 자신의 앱 계정에 입금하거나 타인의 계좌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은행 자동화기기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회원 가입도 간단하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도 늘고 있습니다.

회원가입은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휴대전화 인증을 하면 됩니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인증하지 않아도, 제한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탐사K] “간편한 무통장 송금”…청소년 불법 도박에 ‘악용’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98367

업체 측은 가장 낮은 등급의 회원인 경우 1회에 20만 원, 하루에 50만 원까지 송금을 제한하고 있는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실명확인 없이 5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 '편의성'을 악용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입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이체 한도도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박에 빠진 학생들은 이 앱을 악용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청소년들도 주변 친구들에게 이 앱을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3년 전부터 불법 도박에 빠진 A 군은 계좌 이체 한도가 다 됐을 때 이 앱을 이용해 도박 사이트에 추가로 송금했습니다. 그러곤 도박에 돈을 더 걸었습니다. 이마저도 부족하면 다른 친구의 계정까지 빌리기도 했습니다. 본인 휴대전화가 아니더라도 로그인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겁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접속한 한 사이트에선 '가입조건 X' '승인 전화 X'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규모가 큰 불법 도박 업체들은 본인 명의 휴대전화와 계좌 정보를 받아 회원을 관리하는데, 신규 업체들은 이런 조건을 달지 않고 공격적으로 영업합니다. 이른바 '총판'으로 불리는 하위 영업자들이 '리딩'을 해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신규 회원으로 모집하고, 도박금은 무통장입금 등을 이용해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 불법 도박에 중독된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B 씨도 아들의 휴대전화에서 이 앱을 발견했습니다. B 씨는 취재진과 만나 "부모가 아무리 감시해도 잠깐 다른 사람 휴대전화를 빌려서 해당 앱에 회원가입을 하면 손 쓸 도리가 없다"면서 "이용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도 이런 문제가 있다면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B 씨와 상담을 진행한 시민단체 '도박없는학교'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고, 금융 당국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휴대전화 인증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등급을 없애고,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업체 측과 소통해 문제점을 바로 잡아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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