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출근’ 삼성SDI에 더 많은 까닭…삼성 측 “조사 표본 문제”

입력 2024.03.05 (16:27) 수정 2024.03.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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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티즘(Presenteeism)'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 말로는 '아파도 출근한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프리젠티즘은 '아픈' 노동자와 그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용자 모두가 손실을 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도 출근하는 비중이 특정 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배터리 3사 가운데 한 곳인 삼성SDI입니다.

■"삼성SDI, 10명 중 6명꼴 '아픈데도 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어제(4일) 공개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 노동자 36명을 조사한 결과 23명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 제6차 근로환경조사에서 임금근로자의 프리젠티즘 경험 응답 11%보다 6배가량 높은 비율입니다. 물론 조사의 모집단이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면접 조사에서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삼성SDI 근로자 면접조사 중/
"특히 교대할 인력이 부족해 아파도 쉴 수 없고 대부분 출근한다고 하였다. 아플 때 빠지면, 관리자가 그 사유를 교대율(교대인력) 부족으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타 업무 코드(연차 등으로 근무자 대치)로 입력시켜 상부에서는 교대율 부족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 일주일에 교대주기도 길어(6일을 일하고 2일 쉬는 형태) 많이 힘들다고 하였다. ... 병가를 사용하면 하위 고과를 받는다고 하였다. 다치거나 아파서 일을 못 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쁜 고과로 연결되고 임금 격차나 승격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프리젠티즘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정적 신호라는 겁니다. 아픈 근로자가 출근하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겉으로는 결근율이 낮지만,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병가와 대체 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이 생산성 손실보다는 크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휴가를 보내는 게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는 얘기입니다.

삼성SDI 근로자 다수는 작업장에서 화학물질 위험에도 노출돼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화학물질 피부 노출 경험'을 묻자, 38.9%(14명)가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삼성SDI 근로자 면접조사 중/
(조립 공정) "고장수리로 전해액 주변에 흘러넘치면 라텍스 장갑 녹음. 손이 맨들거리고 지문 없어진 거 같음"
(극판 공정) "양극 공정 유지 보수할 때 NMP(유기용매) 누출사고로 신발이 다 녹음. NMP 묻으면 피부가 따가우니까 안 씻을 수가 없음"

개인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장구 이용 여부를 묻는 말에 '매뉴얼대로 착용'한다는 응답은 22.2%에 그쳤습니다.


매뉴얼 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 작업효율이 떨어져서'(60%), '긴급한 작업 때문에'(42.9%), '호흡 곤란, 더위 등 몸에 무리가 되어서'(28.6%) 순으로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노동자들은 생산량이나 인사고과의 압박에 빠른 작업효율을 달성하려 하는데 보호구로 인해 효율이 떨어진다면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며 "너무 생산성과 작업효율만 강조하다 보면 안전보호구조차 생략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파악되어야 할 지점이다. 보호구가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지급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보호구를 착용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를 면밀히 살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보고서 "수면장애와 우울 증세 응답 비율 높아"… 삼성 "크게 과장한 수치"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약 7개월간 삼성전자 761명, 삼성전자서비스 894명, 삼성SDI 36명, 삼성전자판매 110명 등 4개 사업장 노동자 총 1,801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보고서는 한편, 설문에 참여한 4개 회사 근로자들이 수면장애나 우울증세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2020년 제6차 근로환경조사(임금노동자) 결과나 국민영양평가(2014년 2기) 등과 비교했을 때 수면장애나 우울증세 비율이 높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직원들을 상대로 한 건강검진 결과 많게는 10배가량 수치를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정 항목의 경우에는 수십 배를 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도 9~28%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했습니다.


■ 삼성 "허위 주장…건강검진 결과 많게는 10배가량 수치 과장"

삼성전자는 어제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홈페이지 뉴스룸에 반박자료를 올리고 해당 내용이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허위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 측은 "이 밖에 (보고서에 나온)암·희귀질환 관련 조사의 경우, 정확한 발병 케이스를 기반으로 한 통계가 아니고 주변에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식의 모호하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설문이 이뤄졌다"며 "과장될 수밖에 없는 조사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해 화학물질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삼성의 휴대전화·배터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CMR(발암성·돌연변이성·생식독성)과 에틸알코올, 황산 등은 당사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제조공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라며 "문제는 사용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엄격히 통제된 작업환경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느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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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5 16:27:22
    • 수정2024-03-06 09: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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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티즘(Presenteeism)'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 말로는 '아파도 출근한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프리젠티즘은 '아픈' 노동자와 그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용자 모두가 손실을 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도 출근하는 비중이 특정 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배터리 3사 가운데 한 곳인 삼성SDI입니다.

■"삼성SDI, 10명 중 6명꼴 '아픈데도 출근'"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어제(4일) 공개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 노동자 36명을 조사한 결과 23명이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2020년 제6차 근로환경조사에서 임금근로자의 프리젠티즘 경험 응답 11%보다 6배가량 높은 비율입니다. 물론 조사의 모집단이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면접 조사에서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었습니다.

삼성SDI 근로자 면접조사 중/
"특히 교대할 인력이 부족해 아파도 쉴 수 없고 대부분 출근한다고 하였다. 아플 때 빠지면, 관리자가 그 사유를 교대율(교대인력) 부족으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타 업무 코드(연차 등으로 근무자 대치)로 입력시켜 상부에서는 교대율 부족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 일주일에 교대주기도 길어(6일을 일하고 2일 쉬는 형태) 많이 힘들다고 하였다. ... 병가를 사용하면 하위 고과를 받는다고 하였다. 다치거나 아파서 일을 못 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쁜 고과로 연결되고 임금 격차나 승격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프리젠티즘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정적 신호라는 겁니다. 아픈 근로자가 출근하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겉으로는 결근율이 낮지만,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병가와 대체 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이 생산성 손실보다는 크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휴가를 보내는 게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는 얘기입니다.

삼성SDI 근로자 다수는 작업장에서 화학물질 위험에도 노출돼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화학물질 피부 노출 경험'을 묻자, 38.9%(14명)가 '노출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삼성SDI 근로자 면접조사 중/
(조립 공정) "고장수리로 전해액 주변에 흘러넘치면 라텍스 장갑 녹음. 손이 맨들거리고 지문 없어진 거 같음"
(극판 공정) "양극 공정 유지 보수할 때 NMP(유기용매) 누출사고로 신발이 다 녹음. NMP 묻으면 피부가 따가우니까 안 씻을 수가 없음"

개인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하지만 장구 이용 여부를 묻는 말에 '매뉴얼대로 착용'한다는 응답은 22.2%에 그쳤습니다.


매뉴얼 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 작업효율이 떨어져서'(60%), '긴급한 작업 때문에'(42.9%), '호흡 곤란, 더위 등 몸에 무리가 되어서'(28.6%) 순으로 답했습니다.


보고서는 "노동자들은 생산량이나 인사고과의 압박에 빠른 작업효율을 달성하려 하는데 보호구로 인해 효율이 떨어진다면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며 "너무 생산성과 작업효율만 강조하다 보면 안전보호구조차 생략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파악되어야 할 지점이다. 보호구가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지급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보호구를 착용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를 면밀히 살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보고서 "수면장애와 우울 증세 응답 비율 높아"… 삼성 "크게 과장한 수치"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약 7개월간 삼성전자 761명, 삼성전자서비스 894명, 삼성SDI 36명, 삼성전자판매 110명 등 4개 사업장 노동자 총 1,801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보고서는 한편, 설문에 참여한 4개 회사 근로자들이 수면장애나 우울증세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2020년 제6차 근로환경조사(임금노동자) 결과나 국민영양평가(2014년 2기) 등과 비교했을 때 수면장애나 우울증세 비율이 높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직원들을 상대로 한 건강검진 결과 많게는 10배가량 수치를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정 항목의 경우에는 수십 배를 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도 9~28%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했습니다.


■ 삼성 "허위 주장…건강검진 결과 많게는 10배가량 수치 과장"

삼성전자는 어제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홈페이지 뉴스룸에 반박자료를 올리고 해당 내용이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허위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 측은 "이 밖에 (보고서에 나온)암·희귀질환 관련 조사의 경우, 정확한 발병 케이스를 기반으로 한 통계가 아니고 주변에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식의 모호하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설문이 이뤄졌다"며 "과장될 수밖에 없는 조사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해 화학물질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삼성의 휴대전화·배터리 공장에서 사용하는 CMR(발암성·돌연변이성·생식독성)과 에틸알코올, 황산 등은 당사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제조공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라며 "문제는 사용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엄격히 통제된 작업환경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느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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