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경쟁하기 바쁜데…우리 조선업계는 ‘전쟁 중’?

입력 2024.03.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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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호황'이라 할 정도로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 낭보가 잇따라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만 우리 업계에서 선박 41척을 수주해, 세계 발주량의 39%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올해 7,0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하는 정부로서도 조선업계 호황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를 기회로, 서로 협력해서 세계 무대에서 초격차를 확보하자는 게 정부 생각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선업계와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를 발족하고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엔 정부와 조선 3사가 앞으로 5년 동안 9조 원을 투자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해외 인력을 교육해 들여오는 등 인력 양성에도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어제(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식어제(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식

협약식에는 우리 조선업계의 '빅3'라고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모두 참석했는데, 마침 1, 2위 회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국면에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HD한국조선해양과 옛 대우조선해양, 한화오션입니다.

■ 인력부터 KDDX 설계 유출까지…이어지는 갈등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 단 다음 수익성이 낮은 컨테이너선 수주는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룹의 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특수선(방위산업)과 에너지 부문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여전히 기존과 같은 상선을 비롯한 조선업 전반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사업영역이 똑같던 두 회사가 앞으로 갈 방향을 미묘하게 다르게 설정했지만, 이전부터 계속됐던 갈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갈등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는 '사람'에서 시작됐습니다.

2022년,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같은 계열사들이 인력을 과도하게 빼앗아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핵심 인력들에 접촉해 이직을 제안하거나, 통상적인 수준보다 과다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415명이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D현대 측은 이러한 이직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것이 아니었고, 업 계 내 처우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옮겨온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김성준 대표이사와 한화오션의 권혁웅 대표이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HD한국조선해양의 김성준 대표이사와 한화오션의 권혁웅 대표이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선업계가 늘 인력난에 시달려오긴 했지만, 특히 당시는 다시 수주가 늘어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숙련도가 높은 인력이 이동하는 데 대해 조선사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권 중재로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대부분 조선사는 공정위 제소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싶다"고 밝힌 단 한 곳, 한화오션은 뜻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 간 갈등은 특수선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지난달,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가 계기였습니다.

현재 특수선 생산 면허가 있는 조선업체는 두 회사와 HJ중공업까지 3곳인데, 구축함 등 대규모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건 사실상 두 회사뿐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직원 9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관련한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까지 모두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이 직원들은 해군에서 KDDX 기본 설계 관련 자료를 빼돌렸는데, 바로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에서 작성한 자료였습니다.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1월까지 방사청 입찰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 받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과 관련한 제재 수위를 논의했고, 그 결과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의결했습니다.

당시 방사청에서 밝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제척 기간 5년이 지났다), 방위사업법상 청렴 서약 위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화오션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제(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을 수사해달라고 고발하는 한편 어제 기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도 열었습니다.

경찰 고발의 주된 이유는 두 번째 이유 때문입니다. 방사청에서 방위사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이유가 바로,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였기 때문입니다.

한화오션은 이런 논리를 제시하면서 각종 수사 자료를 인용하며, 당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행위에 고위급 직원이나 임원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측은 보안 감사를 피하려고 공개용 서버와 비공개용 서버를 따로 운용했고, 여기엔 두 개 이상의 부서가 협업하는 데다가 예산도 필요했다는 겁니다.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는 "(이런 일을 벌이면서) 임원의 개입이 없다는 건 통상의 회사라면 상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HD현대중공업 측은 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설명회에서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오션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고발의 근거 등을 설명하는 설명회를 열었습니다.한화오션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고발의 근거 등을 설명하는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 "앞으로 '국가 대항전' 이겨야 하는데…"

어제 한화오션이 설명회에서 거듭 강조한 내용이 있습니다.

" 이 사안은 경쟁업체 간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닙니다. 함정 관련 국방 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항입니다. "

다시 말하면 이렇게 경찰에 고발까지 하게 된 건 이 같은 군사기밀 유출이 우리 산업의 신뢰성이나 경쟁력에 해가 되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KDDX 사업의 후속 수주를 앞두고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빅2'의 싸움을 우려스러운 눈길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매체의 기자는 "방위 산업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사업인데, 기업 간에 이렇게 소송을 하게 되면 사실 서로 피곤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정부와 조선사들의 협약식으로 돌아가 볼까요? 비록 우리 조선업이 지금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앞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로 언급한 부분도 있습니다. 안 장관은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심해지고, EU와 일본도 자율운항선박 등을 통해 잃어버린 조선 산업의 주도권 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조선업이 지난 1월 전 세계 39%를 수주했다고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52%를 수주했습니다. 지난해 수주실적도 우리는 23%지만 중국은 59%를 수주했는데, 중국은 동남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아직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존재감이 분명하고, 중국이 못하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방심하기는 이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사업으로 다투다보니 우려가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더 큰 해외 사업 기회가 있는데, 국내 사업에서 다투고 있는 게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되지 않을 거란 우려입니다.

예컨대 잠수함만 보더라도 당장 캐나다와 필리핀 등을 대상으로 수주를 노리고 있는데, 그 규모가 앞으로 7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수주전에서 '원팀'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제 'K-조선 이니셔티브' 협약식과 이어진 회의에선 최근 마찰과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체결된 협약에는 그동안 고질적 문제이자 조선사들 사이 갈등을 빚어왔던 인력 문제에 대한 해법이 담기기도 했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이라고 불리는 카이로스의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이는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라며 "기회는 놓치기 쉽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 조선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가 오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의 노력이 조선 산업 향후 10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10여 년 전 조선업계는 세계적인 수주절벽과 주문취소, 중국의 저가 수주 등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 서로 갈등하는 데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중국과의 기술격차 형성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함께 몰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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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과 경쟁하기 바쁜데…우리 조선업계는 ‘전쟁 중’?
    • 입력 2024-03-06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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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호황'이라 할 정도로 우리 조선업계의 수주 낭보가 잇따라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만 우리 업계에서 선박 41척을 수주해, 세계 발주량의 39%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올해 7,0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하는 정부로서도 조선업계 호황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를 기회로, 서로 협력해서 세계 무대에서 초격차를 확보하자는 게 정부 생각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조선업계와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를 발족하고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엔 정부와 조선 3사가 앞으로 5년 동안 9조 원을 투자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해외 인력을 교육해 들여오는 등 인력 양성에도 함께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어제(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식
협약식에는 우리 조선업계의 '빅3'라고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모두 참석했는데, 마침 1, 2위 회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국면에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HD한국조선해양과 옛 대우조선해양, 한화오션입니다.

■ 인력부터 KDDX 설계 유출까지…이어지는 갈등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 단 다음 수익성이 낮은 컨테이너선 수주는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룹의 사업과 시너지가 나는 특수선(방위산업)과 에너지 부문에 집중하겠다는 겁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여전히 기존과 같은 상선을 비롯한 조선업 전반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사업영역이 똑같던 두 회사가 앞으로 갈 방향을 미묘하게 다르게 설정했지만, 이전부터 계속됐던 갈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갈등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는 '사람'에서 시작됐습니다.

2022년,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같은 계열사들이 인력을 과도하게 빼앗아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측에서 핵심 인력들에 접촉해 이직을 제안하거나, 통상적인 수준보다 과다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모두 415명이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D현대 측은 이러한 이직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것이 아니었고, 업 계 내 처우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옮겨온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김성준 대표이사와 한화오션의 권혁웅 대표이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선업계가 늘 인력난에 시달려오긴 했지만, 특히 당시는 다시 수주가 늘어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숙련도가 높은 인력이 이동하는 데 대해 조선사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권 중재로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대부분 조선사는 공정위 제소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싶다"고 밝힌 단 한 곳, 한화오션은 뜻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 간 갈등은 특수선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지난달,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가 계기였습니다.

현재 특수선 생산 면허가 있는 조선업체는 두 회사와 HJ중공업까지 3곳인데, 구축함 등 대규모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건 사실상 두 회사뿐입니다.

HD현대중공업의 직원 9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관련한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해까지 모두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이 직원들은 해군에서 KDDX 기본 설계 관련 자료를 빼돌렸는데, 바로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에서 작성한 자료였습니다.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1월까지 방사청 입찰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 받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과 관련한 제재 수위를 논의했고, 그 결과 자격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의결했습니다.

당시 방사청에서 밝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제척 기간 5년이 지났다), 방위사업법상 청렴 서약 위반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화오션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제(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을 수사해달라고 고발하는 한편 어제 기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도 열었습니다.

경찰 고발의 주된 이유는 두 번째 이유 때문입니다. 방사청에서 방위사업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이유가 바로,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였기 때문입니다.

한화오션은 이런 논리를 제시하면서 각종 수사 자료를 인용하며, 당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행위에 고위급 직원이나 임원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측은 보안 감사를 피하려고 공개용 서버와 비공개용 서버를 따로 운용했고, 여기엔 두 개 이상의 부서가 협업하는 데다가 예산도 필요했다는 겁니다. 구승모 한화오션 법무팀 변호사는 "(이런 일을 벌이면서) 임원의 개입이 없다는 건 통상의 회사라면 상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HD현대중공업 측은 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며 "설명회에서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오션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경찰 고발의 근거 등을 설명하는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 "앞으로 '국가 대항전' 이겨야 하는데…"

어제 한화오션이 설명회에서 거듭 강조한 내용이 있습니다.

" 이 사안은 경쟁업체 간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닙니다. 함정 관련 국방 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항입니다. "

다시 말하면 이렇게 경찰에 고발까지 하게 된 건 이 같은 군사기밀 유출이 우리 산업의 신뢰성이나 경쟁력에 해가 되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KDDX 사업의 후속 수주를 앞두고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빅2'의 싸움을 우려스러운 눈길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매체의 기자는 "방위 산업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사업인데, 기업 간에 이렇게 소송을 하게 되면 사실 서로 피곤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정부와 조선사들의 협약식으로 돌아가 볼까요? 비록 우리 조선업이 지금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앞으로 "만만치 않은 과제"로 언급한 부분도 있습니다. 안 장관은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심해지고, EU와 일본도 자율운항선박 등을 통해 잃어버린 조선 산업의 주도권 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조선업이 지난 1월 전 세계 39%를 수주했다고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52%를 수주했습니다. 지난해 수주실적도 우리는 23%지만 중국은 59%를 수주했는데, 중국은 동남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아직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존재감이 분명하고, 중국이 못하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방심하기는 이릅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 사업으로 다투다보니 우려가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더 큰 해외 사업 기회가 있는데, 국내 사업에서 다투고 있는 게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 되지 않을 거란 우려입니다.

예컨대 잠수함만 보더라도 당장 캐나다와 필리핀 등을 대상으로 수주를 노리고 있는데, 그 규모가 앞으로 7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수주전에서 '원팀'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제 'K-조선 이니셔티브' 협약식과 이어진 회의에선 최근 마찰과 관련한 내용이 언급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체결된 협약에는 그동안 고질적 문제이자 조선사들 사이 갈등을 빚어왔던 인력 문제에 대한 해법이 담기기도 했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이라고 불리는 카이로스의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다. 이는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라며 "기회는 놓치기 쉽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 조선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가 오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의 노력이 조선 산업 향후 10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10여 년 전 조선업계는 세계적인 수주절벽과 주문취소, 중국의 저가 수주 등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 서로 갈등하는 데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중국과의 기술격차 형성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함께 몰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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