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받아도 구제 하세월…“피해자 두 번 죽여”

입력 2024.03.07 (14:24) 수정 2024.03.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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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 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6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가 법 시행 이후 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당장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되면 한 시름 덜 줄 알았는데…"

2022년 7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 입주한 한 직장인. 지난해 12월 이웃들로부터 집주인이 잠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알아보니 살고 있던 오피스텔은 이미 경매에 넘어간 뒤였습니다. 대출로 마련했던 보증금 1억 3천만 원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뭐라도 해야지 싶어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부터 서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정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지원받을 수 있는 대책은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가장 먼저 알아본 지원책은 기존의 대출을 낮은 금리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저금리 대출 대환'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안내를 받고 은행에 갔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아직 5개월가량 남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전세 대출 이자 지원도 거절당했습니다 . 피해자가 받았던 대출 상품이 '버팀목 대출'이 아닌 '일반 대출'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 대출이라 금리도 더 높은데 정작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알아본 전세대출 상환금을 유예 제도. 그러나 이 지원마저도 진행 중인 경매 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법원에 알아보니 경기가 안 좋아 경매는 2년에서 3년이 걸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특별법에서 인정하는 피해자로 선정되면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당장 아무 대책도 받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세입자는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지원을 그나마 받을 수 있는 건데, 너무 답답한 거죠.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피해자들한테는 지금 현재로서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거죠. 지금 이걸 이용하고 계시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처럼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실제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전세 사기를 당한 천5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책을 받은 가구는 19%에 그쳤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단비/ 부산 전세 사기 피 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기존에 있던 정부지원 기금 상품들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상품들에 피해자들을 끼워 맞추기만 하니 더욱 피해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의 생색내기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거예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소리들과 소통될 수 있는 소통창구가 필요합니다."

오늘(7일) 광주시청 앞에선 광주 광산구 우산동 전세 피해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수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어제(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는 대전과 경북 경산시의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끊이지 않는 전세 사기 피해. 현재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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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받아도 구제 하세월…“피해자 두 번 죽여”
    • 입력 2024-03-07 14:24:23
    • 수정2024-03-07 16: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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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인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 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6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가 법 시행 이후 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당장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되면 한 시름 덜 줄 알았는데…"

2022년 7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 전세 입주한 한 직장인. 지난해 12월 이웃들로부터 집주인이 잠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알아보니 살고 있던 오피스텔은 이미 경매에 넘어간 뒤였습니다. 대출로 마련했던 보증금 1억 3천만 원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뭐라도 해야지 싶어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부터 서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정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지원받을 수 있는 대책은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가장 먼저 알아본 지원책은 기존의 대출을 낮은 금리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저금리 대출 대환'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안내를 받고 은행에 갔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아직 5개월가량 남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전세 대출 이자 지원도 거절당했습니다 . 피해자가 받았던 대출 상품이 '버팀목 대출'이 아닌 '일반 대출'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 대출이라 금리도 더 높은데 정작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겁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알아본 전세대출 상환금을 유예 제도. 그러나 이 지원마저도 진행 중인 경매 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법원에 알아보니 경기가 안 좋아 경매는 2년에서 3년이 걸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특별법에서 인정하는 피해자로 선정되면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당장 아무 대책도 받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한 세입자는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지원을 그나마 받을 수 있는 건데, 너무 답답한 거죠.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피해자들한테는 지금 현재로서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거죠. 지금 이걸 이용하고 계시는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처럼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실제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전세 사기를 당한 천5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책을 받은 가구는 19%에 그쳤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단비/ 부산 전세 사기 피 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기존에 있던 정부지원 기금 상품들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상품들에 피해자들을 끼워 맞추기만 하니 더욱 피해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의 생색내기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거예요. 현장에서 일어나는 소리들과 소통될 수 있는 소통창구가 필요합니다."

오늘(7일) 광주시청 앞에선 광주 광산구 우산동 전세 피해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조속한 수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어제(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는 대전과 경북 경산시의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끊이지 않는 전세 사기 피해. 현재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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