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물차 타고 검문소 지나보니…구멍 뚫린 단속 시스템

입력 2024.03.07 (21:01) 수정 2024.03.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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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7일 9시뉴습니다.

오늘(7일) 9시뉴스는 KBS 단독보도로 시작합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과적 화물차는 대형사고를 부르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과적 화물차를 걸러내는 단속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신현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무서운 속도로 화물차 바퀴가 날아오고, 바퀴와 충돌한 관광버스가 차선을 벗어납니다.

이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바퀴 빠짐 사고의 주 원인 중 하나는 과적입니다.

허용 중량인 40톤을 초과한 과적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제동거리가 35% 정도 늘어나고, 적재물 낙하와 바퀴 빠짐 사고를 유발합니다.

그럼 도로 위 흉기라고 불리는 과적 차량 단속은 과연 제대로 되고 있을까?

바닥에 쓰이는 철판을 실은 화물차입니다.

이 차를 타고 직접 과적 검문소를 지나봤습니다.

도로관리청의 운행 허가를 받았지만 총 중량 44톤인 '과적' 차량입니다.

검문소 500 미터 전, 1차 측정 구간을 지나칩니다.

규정대로라면 단속요원이 나와 2차 측정 구간으로 차를 세우게 해야 하지만, 깜깜무소식입니다.

["안 나오네요."]

차를 돌려 검문소를 수차례 다시 지나보지만, 무사 통과입니다.

1차 측정을 통과해 2차 측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2차 측정 구간에 진입해 봤습니다.

곧바로 과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여기 서야 되죠?"]

하지만 1차 측정에서 과적을 놓치면 2차 측정이 아무리 정확해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과적 차량 단속원/음성변조 : "(고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수신호가 없었는데 왜 그런 거예요?) 어떤 때는 울릴 수가 있고 어떤 때는 안 울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어떻게 해요. 그 시스템을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심지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차를 과적이라고 판정하는 일도 있습니다.

[강두환/화물차 기사 : "공차(빈 차)로 가는데도 들어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 그냥 이거 센서 오류다' 본인들이 이렇게 인정을 해요."]

실제로 과적을 안 해 검문소를 그냥 지나쳤는데 도주차량이라며 나중에 과태료를 내는 일도 흔합니다.

[이용래/화물차 기사 : "(가벼운 물건을) 상차를 하고 나서 저희는 이제 과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지나가잖아요. 벌금을 이제 저희한테 통지를 하니까..."]

단속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사이, 과적 차량은 정작 놓치고, 화물차 기사가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앵커]

이런 단속기가 현재 전국 16개 검문소에 있습니다.

문제는 1차 과적 측정 장비인 고속 축중기에 있는데 화물차가 주행하면서도 무게 측정이 가능해 2002년부터 도입됐는데, 오차가 너무 커서 애초부터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단 비판이 나옵니다.

단독 보도, 김청윤 기자가 이어갑니다.

[리포트]

국토부가 운영하는 과적 검문소는 이렇게 운영됩니다.

먼저, 1차 구간에서 무게를 측정하고, 과적이 의심되면 단속요원이 검문소로 유도해, 다시 무게를 정확히 측정합니다.

사실상 1차 측정에서 과적을 놓치면 단속에 구멍이 뚫리는 구조.

이 1차 측정엔 고속축중기라는 장비가 사용됩니다.

고속축중기는 화물차의 첫 바퀴 무게부터 마지막 바퀴 무게를 합산해 과적 혐의를 선별하는 장치입니다.

화물차를 세우지 않아도 무게 측정이 가능해 2002년 첫 도입됐고 68억 원을 들여 전국 16개 검문소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이 고속축중기의 측정오차가 58%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적 기준의 6배가 넘는 오차로 사실상 측정이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무게 50톤의 과적 차량을 적게는 29톤, 많게는 79톤으로도 판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고속축중기가 과적으로 판단한 차량 가운데 최종 과적으로 확인된 경우는 4.2%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5년을 보면, 1.2%를 기록한 해도 있습니다.

육안으로 단속대상을 1차 선별하는 암행단속도 이른바 단속 적중률이 10%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반대로 과적이 아닌 차량을 과적으로 판단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40.4톤으로 측정된 한 화물차, 실제론 29톤이었고, 40.6t으로 측정된 또 다른 화물차는 실제 29.8톤이었습니다.

취재팀이 파악한 측정 오류 사례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3,500여 건.

전수조사를 한다면 황당한 측정 오류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청윤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측정오차가 큰 건지, 국토부는 왜 이런 문제가 있는 장비를 도입했는지, 그 이면을 이희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는 화물차가 고속축중기 위를 지나가면, 자동으로 무게가 측정됩니다.

측정 장비의 핵심 부품은 도로 아래 묻힌 '압전 센서'.

화물차가 이 센서 위를 지나가면 전기신호가 발생해 무게를 측정하는 원리입니다.

문제는 세라믹 소재로 된 이 센서가 온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단 겁니다.

[김성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압전 (센서) 소자의 재료 특성 때문에 세라믹 센서는 온도의 영향을 좀 많이 받습니다. 영상 10도 정도에서는 (오차가) 한 -58% 정도..."]

온도가 낮을수록 오차는 더 커져 추운 겨울엔 말 그대로 측정이 의미가 없는 수준입니다.

온도가 높은 여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 검문소의 6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고속축중기 운영 기록을 살펴봤더니, 기온이 낮은 새벽에는 단 한 대도 적발되지 않다, 기온이 올라간 오후 2~3시쯤엔 시간당 80여 대의 차량이 적발됐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새벽에 과적 운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김성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우리나라는) 일교차도 좀 심한 편이거든요. (센서에) 온도보정 할 수 있는 그런 기능들을 이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선 세라믹 소재 센서보단, 온도에 덜 민감해 신뢰도가 높은 쿼츠 센서를 쓰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도 쿼츠 센서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왜 국토부는 세라믹 센서를 도입했을까?

다른 센서들보다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입니다.

실제론 과적 단속 기능도 하지 못하는 장비를 단지 가격 때문에 도입한 셈입니다.

[센서 납품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세라믹 피에조(센서)는 저희도 온도보정 (기능)이 없대요. 지금 문제가 되는 세라믹 (센서 정확도) 문제는 보정으로도 해결하기 힘들다..."]

측정 신뢰도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과적 단속 시스템은 오늘도 구멍 난 채 운영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 조창훈 서원철/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최창준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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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화물차 타고 검문소 지나보니…구멍 뚫린 단속 시스템
    • 입력 2024-03-07 21:01:14
    • 수정2024-03-07 22:22:30
    뉴스 9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월 7일 9시뉴습니다.

오늘(7일) 9시뉴스는 KBS 단독보도로 시작합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과적 화물차는 대형사고를 부르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과적 화물차를 걸러내는 단속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신현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무서운 속도로 화물차 바퀴가 날아오고, 바퀴와 충돌한 관광버스가 차선을 벗어납니다.

이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바퀴 빠짐 사고의 주 원인 중 하나는 과적입니다.

허용 중량인 40톤을 초과한 과적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제동거리가 35% 정도 늘어나고, 적재물 낙하와 바퀴 빠짐 사고를 유발합니다.

그럼 도로 위 흉기라고 불리는 과적 차량 단속은 과연 제대로 되고 있을까?

바닥에 쓰이는 철판을 실은 화물차입니다.

이 차를 타고 직접 과적 검문소를 지나봤습니다.

도로관리청의 운행 허가를 받았지만 총 중량 44톤인 '과적' 차량입니다.

검문소 500 미터 전, 1차 측정 구간을 지나칩니다.

규정대로라면 단속요원이 나와 2차 측정 구간으로 차를 세우게 해야 하지만, 깜깜무소식입니다.

["안 나오네요."]

차를 돌려 검문소를 수차례 다시 지나보지만, 무사 통과입니다.

1차 측정을 통과해 2차 측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2차 측정 구간에 진입해 봤습니다.

곧바로 과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여기 서야 되죠?"]

하지만 1차 측정에서 과적을 놓치면 2차 측정이 아무리 정확해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과적 차량 단속원/음성변조 : "(고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수신호가 없었는데 왜 그런 거예요?) 어떤 때는 울릴 수가 있고 어떤 때는 안 울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어떻게 해요. 그 시스템을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심지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차를 과적이라고 판정하는 일도 있습니다.

[강두환/화물차 기사 : "공차(빈 차)로 가는데도 들어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 그냥 이거 센서 오류다' 본인들이 이렇게 인정을 해요."]

실제로 과적을 안 해 검문소를 그냥 지나쳤는데 도주차량이라며 나중에 과태료를 내는 일도 흔합니다.

[이용래/화물차 기사 : "(가벼운 물건을) 상차를 하고 나서 저희는 이제 과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지나가잖아요. 벌금을 이제 저희한테 통지를 하니까..."]

단속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사이, 과적 차량은 정작 놓치고, 화물차 기사가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앵커]

이런 단속기가 현재 전국 16개 검문소에 있습니다.

문제는 1차 과적 측정 장비인 고속 축중기에 있는데 화물차가 주행하면서도 무게 측정이 가능해 2002년부터 도입됐는데, 오차가 너무 커서 애초부터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단 비판이 나옵니다.

단독 보도, 김청윤 기자가 이어갑니다.

[리포트]

국토부가 운영하는 과적 검문소는 이렇게 운영됩니다.

먼저, 1차 구간에서 무게를 측정하고, 과적이 의심되면 단속요원이 검문소로 유도해, 다시 무게를 정확히 측정합니다.

사실상 1차 측정에서 과적을 놓치면 단속에 구멍이 뚫리는 구조.

이 1차 측정엔 고속축중기라는 장비가 사용됩니다.

고속축중기는 화물차의 첫 바퀴 무게부터 마지막 바퀴 무게를 합산해 과적 혐의를 선별하는 장치입니다.

화물차를 세우지 않아도 무게 측정이 가능해 2002년 첫 도입됐고 68억 원을 들여 전국 16개 검문소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이 고속축중기의 측정오차가 58%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적 기준의 6배가 넘는 오차로 사실상 측정이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무게 50톤의 과적 차량을 적게는 29톤, 많게는 79톤으로도 판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고속축중기가 과적으로 판단한 차량 가운데 최종 과적으로 확인된 경우는 4.2%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5년을 보면, 1.2%를 기록한 해도 있습니다.

육안으로 단속대상을 1차 선별하는 암행단속도 이른바 단속 적중률이 10%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반대로 과적이 아닌 차량을 과적으로 판단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40.4톤으로 측정된 한 화물차, 실제론 29톤이었고, 40.6t으로 측정된 또 다른 화물차는 실제 29.8톤이었습니다.

취재팀이 파악한 측정 오류 사례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3,500여 건.

전수조사를 한다면 황당한 측정 오류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청윤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측정오차가 큰 건지, 국토부는 왜 이런 문제가 있는 장비를 도입했는지, 그 이면을 이희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는 화물차가 고속축중기 위를 지나가면, 자동으로 무게가 측정됩니다.

측정 장비의 핵심 부품은 도로 아래 묻힌 '압전 센서'.

화물차가 이 센서 위를 지나가면 전기신호가 발생해 무게를 측정하는 원리입니다.

문제는 세라믹 소재로 된 이 센서가 온도 변화에 매우 취약하단 겁니다.

[김성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압전 (센서) 소자의 재료 특성 때문에 세라믹 센서는 온도의 영향을 좀 많이 받습니다. 영상 10도 정도에서는 (오차가) 한 -58% 정도..."]

온도가 낮을수록 오차는 더 커져 추운 겨울엔 말 그대로 측정이 의미가 없는 수준입니다.

온도가 높은 여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 검문소의 6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고속축중기 운영 기록을 살펴봤더니, 기온이 낮은 새벽에는 단 한 대도 적발되지 않다, 기온이 올라간 오후 2~3시쯤엔 시간당 80여 대의 차량이 적발됐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새벽에 과적 운행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결과입니다.

[김성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 "(우리나라는) 일교차도 좀 심한 편이거든요. (센서에) 온도보정 할 수 있는 그런 기능들을 이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고..."]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선 세라믹 소재 센서보단, 온도에 덜 민감해 신뢰도가 높은 쿼츠 센서를 쓰고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도 쿼츠 센서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왜 국토부는 세라믹 센서를 도입했을까?

다른 센서들보다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입니다.

실제론 과적 단속 기능도 하지 못하는 장비를 단지 가격 때문에 도입한 셈입니다.

[센서 납품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기존 세라믹 피에조(센서)는 저희도 온도보정 (기능)이 없대요. 지금 문제가 되는 세라믹 (센서 정확도) 문제는 보정으로도 해결하기 힘들다..."]

측정 신뢰도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과적 단속 시스템은 오늘도 구멍 난 채 운영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유현우 조창훈 서원철/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최창준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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