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타고 검문소 지나보니…구멍 뚫린 단속 시스템

입력 2024.03.08 (06:22) 수정 2024.03.0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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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물차 과적은 도로 파손은 물론, 큰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걸러내야 할 과적 단속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구멍 뚫린 과적 차량 단속 시스템의 실태를 먼저, 신현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무서운 속도로 화물차 바퀴가 날아오고, 바퀴와 충돌한 관광버스가 차선을 벗어납니다.

이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바퀴 빠짐 사고의 주 원인 중 하나는 과적입니다.

허용 중량인 40톤을 초과한 과적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제동거리가 35% 정도 늘어나고, 적재물 낙하와 바퀴 빠짐 사고를 유발합니다.

그럼 도로 위 흉기라고 불리는 과적 차량 단속은 과연 제대로 되고 있을까?

바닥에 쓰이는 철판을 실은 화물차입니다.

이 차를 타고 직접 과적 검문소를 지나봤습니다.

도로관리청의 운행 허가를 받았지만 총 중량 44톤인, '과적' 차량입니다.

검문소 500 미터 전 1차 측정 구간을 지나칩니다.

규정대로라면 단속요원이 나와 2차 측정 구간으로 차를 세우게 해야 하지만, 깜깜무소식입니다.

["안 나오네요."]

차를 돌려 검문소를 수차례 다시 지나보지만, 무사 통과입니다.

1차 측정을 통과해 2차 측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2차 측정 구간에 진입해 봤습니다.

곧바로 과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여기 서야 되죠?"]

하지만 1차 측정에서 과적을 놓치면 2차 측정이 아무리 정확해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과적 차량 단속원/음성변조 : "(고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수신호가 없었는데 왜 그런 거예요?) 어떤 때는 울릴 수가 있고 어떤 때는 안 울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어떻게 해요. 그 시스템을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심지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차를 과적이라고 판정하는 일도 있습니다.

[강두환/화물차 기사 : "공차(빈 차)로 가는데도 들어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 그냥 이거 센서 오류다' 본인들이 이렇게 인정을 해요."]

실제로 과적을 안 해 검문소를 그냥 지나쳤는데 도주차량이라며 나중에 과태료를 내는 일도 흔합니다.

[이용래/화물차 기사 : "(가벼운 물건을) 상차를 하고 나서 저희는 이제 과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지나가잖아요. 벌금을 이제 저희한테 통지를 하니까…."]

단속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사이, 과적 차량은 정작 놓치고, 화물차 기사가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서원철/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최창준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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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차 타고 검문소 지나보니…구멍 뚫린 단속 시스템
    • 입력 2024-03-08 06:22:54
    • 수정2024-03-08 07:33:37
    뉴스광장 1부
[앵커]

화물차 과적은 도로 파손은 물론, 큰 인명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걸러내야 할 과적 단속 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구멍 뚫린 과적 차량 단속 시스템의 실태를 먼저, 신현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무서운 속도로 화물차 바퀴가 날아오고, 바퀴와 충돌한 관광버스가 차선을 벗어납니다.

이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바퀴 빠짐 사고의 주 원인 중 하나는 과적입니다.

허용 중량인 40톤을 초과한 과적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제동거리가 35% 정도 늘어나고, 적재물 낙하와 바퀴 빠짐 사고를 유발합니다.

그럼 도로 위 흉기라고 불리는 과적 차량 단속은 과연 제대로 되고 있을까?

바닥에 쓰이는 철판을 실은 화물차입니다.

이 차를 타고 직접 과적 검문소를 지나봤습니다.

도로관리청의 운행 허가를 받았지만 총 중량 44톤인, '과적' 차량입니다.

검문소 500 미터 전 1차 측정 구간을 지나칩니다.

규정대로라면 단속요원이 나와 2차 측정 구간으로 차를 세우게 해야 하지만, 깜깜무소식입니다.

["안 나오네요."]

차를 돌려 검문소를 수차례 다시 지나보지만, 무사 통과입니다.

1차 측정을 통과해 2차 측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자발적으로 2차 측정 구간에 진입해 봤습니다.

곧바로 과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여기 서야 되죠?"]

하지만 1차 측정에서 과적을 놓치면 2차 측정이 아무리 정확해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과적 차량 단속원/음성변조 : "(고속으로 들어왔을 때는 수신호가 없었는데 왜 그런 거예요?) 어떤 때는 울릴 수가 있고 어떤 때는 안 울릴 수가 있어요. (저희가 어떻게 해요. 그 시스템을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심지어 화물을 싣지 않은 빈 차를 과적이라고 판정하는 일도 있습니다.

[강두환/화물차 기사 : "공차(빈 차)로 가는데도 들어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아 그냥 이거 센서 오류다' 본인들이 이렇게 인정을 해요."]

실제로 과적을 안 해 검문소를 그냥 지나쳤는데 도주차량이라며 나중에 과태료를 내는 일도 흔합니다.

[이용래/화물차 기사 : "(가벼운 물건을) 상차를 하고 나서 저희는 이제 과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지나가잖아요. 벌금을 이제 저희한테 통지를 하니까…."]

단속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사이, 과적 차량은 정작 놓치고, 화물차 기사가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서원철/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최창준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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