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긴장 고조…라마단 기간 평화는 가능할까

입력 2024.03.09 (22:46) 수정 2024.03.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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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에서 성스러운 달로 여겨지는 라마단이 이르면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라마단이 시작될 때마다 여러 종교의 성지가 모여있는 동예루살렘에서는 매년 충돌이 있어 왔는데 올해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더 예민한 상황입니다.

우수경 특파원이 예루살렘을 찾았습니다.

[리포트]

기도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알아크사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무슬림들이 몰립니다.

이스라엘 경찰들이 신분증 검사를 하고, 중간중간 실랑이도 이어집니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아랍계 주민들의 알아크사 사원 출입 제한을 강화해왔습니다.

특히 금요 예배에는 50살 이상의 무슬림만 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수시로 내려졌습니다.

[아이다/무슬림 : "모든 것들이 조용해지고 알아크사 사원이 다시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3대 성지입니다.

때문에 라마단이 시작되면 세계 각지 무슬림들이 찾습니다.

매년 이곳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라마단 시작일에 크고 작은 충돌이 있어 왔습니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다 좁은 구역에 정통 유대교도들의 마을과 아랍계 마을이 붙어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무슬림들이 더 많이 모이는 라마단 기간에는 긴장이 더 고조됩니다.

라마단 기간 사원 입장객을 제한하겠다던 네타냐후 총리는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입장을 바꿨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이스라엘의 정책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같을 겁니다. 모든 종교에 대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겁니다. 라마단 기간에도 똑같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극우 장관들은 여전히 제한을 주장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성지 담당 경찰 조직을 관할하는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랍계 주민들은 오히려 라마단 기간 출입 제한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같은 입장은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실/아랍계 주민 : "우리는 알아크사 사원에 기도를 하러 오는거지 싸우러 오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저희가 기도를 못하게 하고 그래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요우리펀/이스라엘인 : "(이스라엘)경찰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합니다."]

불안한 상황에 휴전을 바라는 마음은 더 간절합니다.

라마단 기간 중 전쟁은 이미 고조된 반 이스라엘 정서를 악화시키고 다른 아랍계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어 이스라엘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라마단 이전 타결될 것 같던 휴전 협상은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뤄지던 협상을 다음 주 재개하기로 하면서 라마단 이전 타결은 힘들다는 전망입니다.

[오사마 함단/하마스 대변인 : "이스라엘은 (협상 장소인) 카이로에 오지도 않고 터무니없고 의미 없는 요구들만 보냈습니다. 인질들의 이름을 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상황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은 구호품 공중 투하에 나섰습니다.

낙하산에 매달린 구호품들이 하나 둘 무너진 건물 사이로 떨어지고, 식량이 간절했던 가자 주민들이 달려옵니다.

하지만 구호품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

밀치고, 소리 지르고 몸싸움이 빈번합니다.

[나임 아부세이도/가자지구 주민 : "저는 아이들을 먹일 수도 없습니다. 매일 죽음이 있습니다. 쌀도, 음식도, 밀가루도 없습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구호 트럭을 향한 약탈과 총격도 계속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취약한 건 아이들입니다.

현지 의료진들은 다음 주 혹은 2주 안에 아기 수천 명이 숨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매번 줄을 서보지만 음식을 받지 못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아기들은 인큐베이터를 나눠쓰고 분유가 절실합니다.

벌써 6개월째 이어진 전쟁에 가장 많이 고통받는 건 민간인들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우수경입니다.

촬영:박현성/영상편집:오태규/코디:이제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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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루살렘 긴장 고조…라마단 기간 평화는 가능할까
    • 입력 2024-03-09 22:46:09
    • 수정2024-03-10 07:23:31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이슬람에서 성스러운 달로 여겨지는 라마단이 이르면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라마단이 시작될 때마다 여러 종교의 성지가 모여있는 동예루살렘에서는 매년 충돌이 있어 왔는데 올해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더 예민한 상황입니다.

우수경 특파원이 예루살렘을 찾았습니다.

[리포트]

기도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알아크사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무슬림들이 몰립니다.

이스라엘 경찰들이 신분증 검사를 하고, 중간중간 실랑이도 이어집니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아랍계 주민들의 알아크사 사원 출입 제한을 강화해왔습니다.

특히 금요 예배에는 50살 이상의 무슬림만 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수시로 내려졌습니다.

[아이다/무슬림 : "모든 것들이 조용해지고 알아크사 사원이 다시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 3대 성지입니다.

때문에 라마단이 시작되면 세계 각지 무슬림들이 찾습니다.

매년 이곳 알아크사 사원에서는 라마단 시작일에 크고 작은 충돌이 있어 왔습니다.

이슬람교와 유대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다 좁은 구역에 정통 유대교도들의 마을과 아랍계 마을이 붙어 있는 상황.

그러다보니 무슬림들이 더 많이 모이는 라마단 기간에는 긴장이 더 고조됩니다.

라마단 기간 사원 입장객을 제한하겠다던 네타냐후 총리는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입장을 바꿨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 "이스라엘의 정책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같을 겁니다. 모든 종교에 대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겁니다. 라마단 기간에도 똑같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극우 장관들은 여전히 제한을 주장하고 있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성지 담당 경찰 조직을 관할하는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랍계 주민들은 오히려 라마단 기간 출입 제한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같은 입장은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실/아랍계 주민 : "우리는 알아크사 사원에 기도를 하러 오는거지 싸우러 오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저희가 기도를 못하게 하고 그래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요우리펀/이스라엘인 : "(이스라엘)경찰들은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려고 합니다."]

불안한 상황에 휴전을 바라는 마음은 더 간절합니다.

라마단 기간 중 전쟁은 이미 고조된 반 이스라엘 정서를 악화시키고 다른 아랍계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어 이스라엘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라마단 이전 타결될 것 같던 휴전 협상은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이뤄지던 협상을 다음 주 재개하기로 하면서 라마단 이전 타결은 힘들다는 전망입니다.

[오사마 함단/하마스 대변인 : "이스라엘은 (협상 장소인) 카이로에 오지도 않고 터무니없고 의미 없는 요구들만 보냈습니다. 인질들의 이름을 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상황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은 구호품 공중 투하에 나섰습니다.

낙하산에 매달린 구호품들이 하나 둘 무너진 건물 사이로 떨어지고, 식량이 간절했던 가자 주민들이 달려옵니다.

하지만 구호품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

밀치고, 소리 지르고 몸싸움이 빈번합니다.

[나임 아부세이도/가자지구 주민 : "저는 아이들을 먹일 수도 없습니다. 매일 죽음이 있습니다. 쌀도, 음식도, 밀가루도 없습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나요?"]

구호 트럭을 향한 약탈과 총격도 계속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취약한 건 아이들입니다.

현지 의료진들은 다음 주 혹은 2주 안에 아기 수천 명이 숨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매번 줄을 서보지만 음식을 받지 못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아기들은 인큐베이터를 나눠쓰고 분유가 절실합니다.

벌써 6개월째 이어진 전쟁에 가장 많이 고통받는 건 민간인들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우수경입니다.

촬영:박현성/영상편집:오태규/코디:이제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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