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복지등기 왔습니다”…치매노인 안부 묻는 집배원

입력 2024.03.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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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올해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를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공지능 인형을 집마다 나눠주는 등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와 우체국이 새로운 치매 환자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집배원이 치매 노인에게 복지 등기 배달하는 모습집배원이 치매 노인에게 복지 등기 배달하는 모습

■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치매 환자에게 질문 건네는 집배원

조그만 집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부산 남구의 주택가. 우편물을 가득 실은 집배원 오토바이가 골목 어귀에 멈춰 섭니다. 찾아간 곳은 아흔이 훌쩍 넘은 치매 노인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집배원은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발송한 안내문이 담긴 등기 우편물을 전달합니다.

집배원은 우편물 전달 후 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치매 노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건넵니다.

"요즘 편찮으신 데는 없으신가요?", "식사는 잘하고 계세요?" 주로 안부를 묻는 말입니다.

집배원은 집 주변에 쌓여있는 쓰레기나 술병은 없는지, 집에서 악취가 나거나 벌레가 보이진 않는지도 꼼꼼히 살핍니다. 그러고선 업무용 디지털 단말기에 기록한 뒤, 집 밖으로 나갑니다.

집배원이 치매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집배원이 치매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

■ 만나서 전달해야 하는 '복지 등기'…고위험 치매 환자 가려내 집중 관리

부산 남구와 남부산우체국은 집배원이 치매 환자의 주거 환경이나 생활 실태 등을 점검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받는 사람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아야 하는 등기 우편을 활용한 겁니다.

부산 남구에 등록된 치매 환자만 2천5백 명 정도.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이 일일이 가정 방문해 안부 확인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여서,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내놓은 겁니다. 집배원이 치매 환자의 건강 상태와 주거 환경 등을 묻고 관찰한 뒤 점검표를 작성해 보내면, 치매 안심센터가 이를 받아 검토하고 고위험 치매 환자를 가려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정해진 질문을 건네는 일이더라도 치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위험 상황에 놓인 치매 환자를 세밀하게 가려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정철 남부산우체국장은 "전문가가 집배원들에게 미리 치매 환자에게 질문을하거나 관찰할 때 유의사항과 점검표 작성 방법 등을 교육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배원이 복지 등기를 배달하는 모습집배원이 복지 등기를 배달하는 모습

■ 낯선 사람 아닌 집배원이 방문…치매 환자 관리 묘안 될까

집배원은 지역 내 모든 가구를 방문하는 데다 우편 배달을 하며 통상 주민들과 간단한 안부 인사도 주고받곤 합니다. 낯선 사람이 아닌 집배원이 건네는 질문이어서인지 치매 환자나 보호자도 큰 거리낌 없이 답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집배원들 역시 치매 환자의 안부를 묻는 건 집배원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집배원 일을 하며 처음 복지 등기를 전달해 본 이정득 집배원은 "일을 하면서 항상 봤던 주민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사회 취약 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보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부산우체국 집배원들은 올 연말까지 지역 내 치매 환자 2천 명의 가정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치매 환자 대상 '복지 등기' 사업이 늘어나는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묘안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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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 복지등기 왔습니다”…치매노인 안부 묻는 집배원
    • 입력 2024-03-10 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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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를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공지능 인형을 집마다 나눠주는 등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br /><br />그래서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와 우체국이 새로운 치매 환자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br />
집배원이 치매 노인에게 복지 등기 배달하는 모습
■ "편찮으신 데는 없으세요?" 치매 환자에게 질문 건네는 집배원

조그만 집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부산 남구의 주택가. 우편물을 가득 실은 집배원 오토바이가 골목 어귀에 멈춰 섭니다. 찾아간 곳은 아흔이 훌쩍 넘은 치매 노인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집배원은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발송한 안내문이 담긴 등기 우편물을 전달합니다.

집배원은 우편물 전달 후 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치매 노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건넵니다.

"요즘 편찮으신 데는 없으신가요?", "식사는 잘하고 계세요?" 주로 안부를 묻는 말입니다.

집배원은 집 주변에 쌓여있는 쓰레기나 술병은 없는지, 집에서 악취가 나거나 벌레가 보이진 않는지도 꼼꼼히 살핍니다. 그러고선 업무용 디지털 단말기에 기록한 뒤, 집 밖으로 나갑니다.

집배원이 치매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
■ 만나서 전달해야 하는 '복지 등기'…고위험 치매 환자 가려내 집중 관리

부산 남구와 남부산우체국은 집배원이 치매 환자의 주거 환경이나 생활 실태 등을 점검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받는 사람을 직접 만나 서명을 받아야 하는 등기 우편을 활용한 겁니다.

부산 남구에 등록된 치매 환자만 2천5백 명 정도.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이 일일이 가정 방문해 안부 확인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여서,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내놓은 겁니다. 집배원이 치매 환자의 건강 상태와 주거 환경 등을 묻고 관찰한 뒤 점검표를 작성해 보내면, 치매 안심센터가 이를 받아 검토하고 고위험 치매 환자를 가려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정해진 질문을 건네는 일이더라도 치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위험 상황에 놓인 치매 환자를 세밀하게 가려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오정철 남부산우체국장은 "전문가가 집배원들에게 미리 치매 환자에게 질문을하거나 관찰할 때 유의사항과 점검표 작성 방법 등을 교육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배원이 복지 등기를 배달하는 모습
■ 낯선 사람 아닌 집배원이 방문…치매 환자 관리 묘안 될까

집배원은 지역 내 모든 가구를 방문하는 데다 우편 배달을 하며 통상 주민들과 간단한 안부 인사도 주고받곤 합니다. 낯선 사람이 아닌 집배원이 건네는 질문이어서인지 치매 환자나 보호자도 큰 거리낌 없이 답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집배원들 역시 치매 환자의 안부를 묻는 건 집배원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집배원 일을 하며 처음 복지 등기를 전달해 본 이정득 집배원은 "일을 하면서 항상 봤던 주민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사회 취약 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보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부산우체국 집배원들은 올 연말까지 지역 내 치매 환자 2천 명의 가정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치매 환자 대상 '복지 등기' 사업이 늘어나는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묘안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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