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자들은 만고 편하다?…세탁기의 배신 [창+]

입력 2024.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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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어머니의 된장국_가사노동 해방일지' 중에서]

<인터뷰> 웃갓 배움학교 수강생들
= (남편이랑) 같이 농사 지으니까, 들에 가서 일을 같이 하고 들어오면 그래도 남자들은 방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물 가져오너라, 우짜라 이렇게 하지. 요새 사람 맹키로 가서 뭐 하고 이렇게 안 합니다.
= 그런 세월이 그래.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면 큰 흉으로 여겼어. 그때는.
= 애 안고 있으면 난리나거든. (누가 안으면요? 남편이?) 남편이 애 안고 있으면 어른들이 난리나. 어디 젊은 게 자슥을 안고 저렇게 있노 하면서 난리나.
= 어디 뭐 남자들 부엌에 들어가면 뭐 가져온다고 하면 어른들이 어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간다고 난리나지 않나. 부엌에 들어가면 어디 들어가냐고 난리나.
= 요새 태어나가지고 요새 시집 한번 가보고 싶다. 다 부엌에 들어가서 같이 들어가서 뭘 해쌌는거 보면 남자들이. 우리 땐 절대 안 그래.
= 남자가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잖아. 요새는 이놈의 땅값이 올라가서, 맥 못춘다, 남자들 진짜.
= 요새는 땅이 하늘보다 더 세다고 한다
= 요새 비하면 우리들은 뭐 기가 차게 살았지. 어른들 세 분 계시고 전부 다 손빨래 해 가, 들에 가가지고. 장갑도 없이 해오면. 손가락 시려가지고.
= 손가락 시려워서 얼어붙어가지고 빠졌는지 우쨌는지
= 빨래가 제일 힘들지. 장갑 없지. 이고 가가 냇가 가서 집에 와서 삶고 하려면. 손이 얼어가지고 전부 손이 터져가지고 피가 질질질 나고 막. 요새야 만고 편하다

가전제품의 등장이, 가사 기술의 진보가 여성들을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을까요?

<인터뷰> 김덕호/한국기술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사실은 아니죠.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적인 목표일 수도 있어요. (미국의 경우) 1910년대서부터 1950년대, 1960 대까지도 꽤 오랜 기간 분명히 가전제품들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해보면 가사노동 시간이 거의 줄지 않는 걸로 돼 있단 말이에요. 그럼 이게 뭐가 잘못된거냐.
미국에서 가사 기술이 본격적으로 나온게 1910년대, 2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사실은 19세기 말 부터 위생과 청결 개념이 등장합니다. 왜냐면 19세기에 산업화가 되고 도시로 많은 농민들이 몰려들어 노동자가 되면서부터 도시가 슬럼화되면서 전염병 창궐하거든요.

또 하나 19세기 말쯤 되면, 전염병 원인이 세균이라는 걸 알게 돼요. 위생과 청결 개념이 강조되면서부터 빨래 횟수가 2번이 3번으로 늘어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러가지 조리 횟수도 많아지고, 지금 말하는 것처럼 빨래 횟수도 많아지고 보다 많은 주부들에게 일이 맡겨지게 되는 거죠.

가전제품이, 가사 기술이 분명히 가사 노동 노동을 할 때 힘든 노동 강도를 줄인 건 맞아요. 그런데 저희가 얘기하는 건 노동 시간 아니에요? 가사노동 시간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노동 강도가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사 노동의 횟수를, 특정 분야의 노동 횟수를 늘리니까 결국엔 전반적으로 노동 시간은 잘 안 줄어든다는 거죠.

과거엔 집에서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된장국 끓이던 어머니 모습이 흔했지만, 이젠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었죠.
맞벌이 584만 가구 시대. 50대 이하 부부의 절반 이상은 맞벌이입니다.

둘 다 돈을 버는데, 왜 가사노동의 무게는 여성에게 더 쏠려 있을까요? 만약 아내가 남편보다 더 많이 벌면, 남편이 가사노동을 맡게 될까요?
2004년부터 15년간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시간을 분석한 결과는 예측과 달랐습니다.

<인터뷰> 주익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아내의 소득 기여도와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 사이에 U자형 관계가 나타났는데요. 아내의 소득 기여도가 거의 없을 때 아내의 가사 시간이 가장 길다. 그리고 아내의 소득 (기여) 수준이 조금씩 높아질수록 아내의 가사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경제학적으로 효용을 최대화시키는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의 소득 수준이 비슷한 지점을 넘어서서 아내가 남편소득 수준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내의) 가사 시간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한국 사회에서 젠더 규범을 벗어나는 일종의 ‘일탈’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러한 일탈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아내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가사 노동에 사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아 있는 가부장제의 영향이, 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그렇죠. 슈퍼우먼이라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가부장제의 희생자들인 거죠.


취재기자: 김지선
촬영기자: 윤희진·조승연
영상편집: 안영아
자료조사: 이란희, 황현비
조연출: 최명호


관련 방송일시 : 2024년 3월 5일(화) 밤 10시 KBS 1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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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어머니의 된장국_가사노동 해방일지' 중에서]

<인터뷰> 웃갓 배움학교 수강생들
= (남편이랑) 같이 농사 지으니까, 들에 가서 일을 같이 하고 들어오면 그래도 남자들은 방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물 가져오너라, 우짜라 이렇게 하지. 요새 사람 맹키로 가서 뭐 하고 이렇게 안 합니다.
= 그런 세월이 그래.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면 큰 흉으로 여겼어. 그때는.
= 애 안고 있으면 난리나거든. (누가 안으면요? 남편이?) 남편이 애 안고 있으면 어른들이 난리나. 어디 젊은 게 자슥을 안고 저렇게 있노 하면서 난리나.
= 어디 뭐 남자들 부엌에 들어가면 뭐 가져온다고 하면 어른들이 어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간다고 난리나지 않나. 부엌에 들어가면 어디 들어가냐고 난리나.
= 요새 태어나가지고 요새 시집 한번 가보고 싶다. 다 부엌에 들어가서 같이 들어가서 뭘 해쌌는거 보면 남자들이. 우리 땐 절대 안 그래.
= 남자가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잖아. 요새는 이놈의 땅값이 올라가서, 맥 못춘다, 남자들 진짜.
= 요새는 땅이 하늘보다 더 세다고 한다
= 요새 비하면 우리들은 뭐 기가 차게 살았지. 어른들 세 분 계시고 전부 다 손빨래 해 가, 들에 가가지고. 장갑도 없이 해오면. 손가락 시려가지고.
= 손가락 시려워서 얼어붙어가지고 빠졌는지 우쨌는지
= 빨래가 제일 힘들지. 장갑 없지. 이고 가가 냇가 가서 집에 와서 삶고 하려면. 손이 얼어가지고 전부 손이 터져가지고 피가 질질질 나고 막. 요새야 만고 편하다

가전제품의 등장이, 가사 기술의 진보가 여성들을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켰을까요?

<인터뷰> 김덕호/한국기술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사실은 아니죠.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적인 목표일 수도 있어요. (미국의 경우) 1910년대서부터 1950년대, 1960 대까지도 꽤 오랜 기간 분명히 가전제품들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해보면 가사노동 시간이 거의 줄지 않는 걸로 돼 있단 말이에요. 그럼 이게 뭐가 잘못된거냐.
미국에서 가사 기술이 본격적으로 나온게 1910년대, 2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사실은 19세기 말 부터 위생과 청결 개념이 등장합니다. 왜냐면 19세기에 산업화가 되고 도시로 많은 농민들이 몰려들어 노동자가 되면서부터 도시가 슬럼화되면서 전염병 창궐하거든요.

또 하나 19세기 말쯤 되면, 전염병 원인이 세균이라는 걸 알게 돼요. 위생과 청결 개념이 강조되면서부터 빨래 횟수가 2번이 3번으로 늘어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러가지 조리 횟수도 많아지고, 지금 말하는 것처럼 빨래 횟수도 많아지고 보다 많은 주부들에게 일이 맡겨지게 되는 거죠.

가전제품이, 가사 기술이 분명히 가사 노동 노동을 할 때 힘든 노동 강도를 줄인 건 맞아요. 그런데 저희가 얘기하는 건 노동 시간 아니에요? 가사노동 시간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노동 강도가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사 노동의 횟수를, 특정 분야의 노동 횟수를 늘리니까 결국엔 전반적으로 노동 시간은 잘 안 줄어든다는 거죠.

과거엔 집에서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된장국 끓이던 어머니 모습이 흔했지만, 이젠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었죠.
맞벌이 584만 가구 시대. 50대 이하 부부의 절반 이상은 맞벌이입니다.

둘 다 돈을 버는데, 왜 가사노동의 무게는 여성에게 더 쏠려 있을까요? 만약 아내가 남편보다 더 많이 벌면, 남편이 가사노동을 맡게 될까요?
2004년부터 15년간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시간을 분석한 결과는 예측과 달랐습니다.

<인터뷰> 주익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아내의 소득 기여도와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 사이에 U자형 관계가 나타났는데요. 아내의 소득 기여도가 거의 없을 때 아내의 가사 시간이 가장 길다. 그리고 아내의 소득 (기여) 수준이 조금씩 높아질수록 아내의 가사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경제학적으로 효용을 최대화시키는 합리적인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아내의 소득 수준이 비슷한 지점을 넘어서서 아내가 남편소득 수준보다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아내의) 가사 시간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한국 사회에서 젠더 규범을 벗어나는 일종의 ‘일탈’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러한 일탈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아내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가사 노동에 사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아 있는 가부장제의 영향이, 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그렇죠. 슈퍼우먼이라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가부장제의 희생자들인 거죠.


취재기자: 김지선
촬영기자: 윤희진·조승연
영상편집: 안영아
자료조사: 이란희, 황현비
조연출: 최명호


관련 방송일시 : 2024년 3월 5일(화) 밤 10시 KBS 1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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