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몰랐던 배민 서비스 가입…대리 서명에 개인정보 도용까지

입력 2024.03.12 (14:50) 수정 2024.03.12 (15: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신청도 하지 않은 부가 서비스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가입시켜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자영업자는 개인정보가 도용됐다며 배민 본사와 협력 업체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하는가 하면 또 다른 업주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최근 경찰에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


■ "안녕하세요, 배민입니다" 배달 앱에서 몇 년 만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제주시 노형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용진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3~4년 전, 배달의민족에 입점 신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리두기 강화로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줄고 매출도 고꾸라지자 활로를 찾기 위해 배달 영업에 뛰어들기로 한 겁니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주고받으면 배달 앱 운영사는 입점 식당과 소비자로부터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떼어가는 방식입니다.

배달의민족 본사 측에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배민서비스 사업자'로 가입한 김 씨는 2~3개월 정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가게 운영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배민 앱에 뜨던 김 씨의 가게 정보도 곧 사라졌습니다.

그런 김 씨에게 지난달 초 배달의민족이라고 밝힌 곳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배달 서비스 이용을 그만둔 김 씨에게 "배달 앱 지도에 무료로 가게 홍보를 해주겠다"고 했고 김 씨는 이에 동의했습니다. 통화는 38초 만에 끝났습니다.

[배달의 민족 협력업체 영업직원]
"안녕하세요. 사장님, 배달의 민족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예전에 (배민을) 쓰다가 사용 안 하시더라고요. 지도 표기도 다 빼버리셔가지고 전화 한 번 드려봤어요. 지도 표기나 이런 건 주문이 들어오지도 않고, 사장님 가게에 어디 뭐 팔고, 어디에 있는지만 표시되거든요…아예 돈 드는 것도 없고 해서, 요거는 해드릴까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주점 업주 김용진 씨]
"네네, 그렇게 해주세요."
- 2024.02.02.전화통화 녹취

김용진 씨의 서명(왼쪽)과 전자계약서에 남겨진 협력사 직원의 대리 서명(KBS뉴스7 제주_2024.03.11.)김용진 씨의 서명(왼쪽)과 전자계약서에 남겨진 협력사 직원의 대리 서명(KBS뉴스7 제주_2024.03.11.)

■ 본인도 모르게 가입된 '배달 서비스'…개인정보 도용에 대리 서명도

그런데 한 달 뒤, 김 씨의 휴대전화로 생뚱맞게 전자 계약서가 날아들었습니다. 이 앱의 단건 배달(한 번에 한 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원) 서비스' 가입이 승인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인이 신청한 적 없는 가입 계약 문자 메시지에 놀란 김 씨는 첨부된 전자 계약서를 열어봤다가 더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서명란마다 김 씨가 하지도 않은 서명이 버젓이 기재된 것은 물론 김 씨의 사업자등록증, 영업신고증, 통장 사본과 신용카드 정보까지 첨부돼 있었던 겁니다.

'김 씨의 통장에서 광고서비스 이용 요금을 자동 이체하겠다'는 출금 동의서에도 엉뚱한 사람의 이름과 서명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김 씨 본인 동의도 없이 대리 서명을 하고 임의로 배달 서비스에 가입시킨 사람은 한 달 전, 김 씨에게 전화한 배민 협력업체 영업직원이었습니다.

김 씨가 받은 배달의민족 ‘배민1’ 서비스 전자 계약서. 김 씨도 모르는 사이 협력업체 직원이 진행한 가입 절차에서는 대리 서명과 함께, 김 씨 개인정보도 도용됐다. (KBS뉴스7 제주_2024.03.11.)김 씨가 받은 배달의민족 ‘배민1’ 서비스 전자 계약서. 김 씨도 모르는 사이 협력업체 직원이 진행한 가입 절차에서는 대리 서명과 함께, 김 씨 개인정보도 도용됐다. (KBS뉴스7 제주_2024.03.11.)

■ "제출된 개인정보 도용 멋대로 신규 가입"…경찰에 고소

김 씨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이번 계약에 도용된 개인정보는 3~4년 전 김 씨가 배민서비스 사업자로 가입할 당시 배달의민족 본사에 냈던 바로 그 서류였습니다.

김 씨는 개인정보가 침해됐다며 배민 본사와 협력업체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김 씨는 "배달의민족 협력사에선 내가 '제3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고, 배민 본사에서는 '지역업체, 지역담당 매니저가 한 일이라 자기들은 모르겠다' 식으로 무성의하게 대응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협력사라는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협력업체가 본사에 있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또 다른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끔 방치한 배민 본사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동의도 없이 모르는 배달 앱 서비스 가입" 다른 피해 사례도

제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 역시 자신도 모르게 배민 협력업체가 본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멋대로 '배민1' 서비스에 가입시켰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 이관받아 조사 중입니다.

이 자영업자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때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적이 있지만 수 년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업주는 "본사에 냈던 개인정보가 어떻게 협력사로 넘어간 건지, 이를 무단으로 활용해 가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지 따져 물으니, 본사에서는 '개인정보가 협력사로 넘어갈 수 없다'고 하고, 협력업체에서는 '배달의 민족 본사에서 프로모션(판촉), 광고, 가입 권유를 하라고 개인정보를 넘겼다'고 얘기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KBS뉴스7 제주_2024.03.11.)(KBS뉴스7 제주_2024.03.11.)

■ 우아한형제들 "협력업체 규정 위반…제재·재교육 실시할 것"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뒤늦게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어긴 협력업체를 제재하는 한편 부정 영업 사례를 전수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 가입 시, 임의로 업주 개인정보를 재활용하는 행위와 '대리 서명'은 규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배민 광고와 입점 업소 관리 대행 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업체 영업직원은 업주가 동의한 개인정보 이용 목적 안에서만 사업자등록증 등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업주분이 겪은 불편과 광고 영업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해 조치하고, 부정 영업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해서 본사와 협력업체 소속 모든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사장님도 모르게 ‘배민1’ 가입…대리 서명에 금융정보 유출? (2024.03.1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10827

그래픽 박지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본인도 몰랐던 배민 서비스 가입…대리 서명에 개인정보 도용까지
    • 입력 2024-03-12 14:50:48
    • 수정2024-03-12 15:05:58
    심층K
<strong>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lt;배달의민족&gt;이 신청도 하지 않은 부가 서비스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가입시켜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자영업자는 개인정보가 도용됐다며 배민 본사와 협력 업체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하는가 하면 또 다른 업주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최근 경찰에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strong><br />

■ "안녕하세요, 배민입니다" 배달 앱에서 몇 년 만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제주시 노형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용진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3~4년 전, 배달의민족에 입점 신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거리두기 강화로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줄고 매출도 고꾸라지자 활로를 찾기 위해 배달 영업에 뛰어들기로 한 겁니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주고받으면 배달 앱 운영사는 입점 식당과 소비자로부터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떼어가는 방식입니다.

배달의민족 본사 측에 각종 서류를 제출하고 '배민서비스 사업자'로 가입한 김 씨는 2~3개월 정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가게 운영 방식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배민 앱에 뜨던 김 씨의 가게 정보도 곧 사라졌습니다.

그런 김 씨에게 지난달 초 배달의민족이라고 밝힌 곳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배달 서비스 이용을 그만둔 김 씨에게 "배달 앱 지도에 무료로 가게 홍보를 해주겠다"고 했고 김 씨는 이에 동의했습니다. 통화는 38초 만에 끝났습니다.

[배달의 민족 협력업체 영업직원]
"안녕하세요. 사장님, 배달의 민족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예전에 (배민을) 쓰다가 사용 안 하시더라고요. 지도 표기도 다 빼버리셔가지고 전화 한 번 드려봤어요. 지도 표기나 이런 건 주문이 들어오지도 않고, 사장님 가게에 어디 뭐 팔고, 어디에 있는지만 표시되거든요…아예 돈 드는 것도 없고 해서, 요거는 해드릴까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주점 업주 김용진 씨]
"네네, 그렇게 해주세요."
- 2024.02.02.전화통화 녹취

김용진 씨의 서명(왼쪽)과 전자계약서에 남겨진 협력사 직원의 대리 서명(KBS뉴스7 제주_2024.03.11.)
■ 본인도 모르게 가입된 '배달 서비스'…개인정보 도용에 대리 서명도

그런데 한 달 뒤, 김 씨의 휴대전화로 생뚱맞게 전자 계약서가 날아들었습니다. 이 앱의 단건 배달(한 번에 한 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원) 서비스' 가입이 승인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인이 신청한 적 없는 가입 계약 문자 메시지에 놀란 김 씨는 첨부된 전자 계약서를 열어봤다가 더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서명란마다 김 씨가 하지도 않은 서명이 버젓이 기재된 것은 물론 김 씨의 사업자등록증, 영업신고증, 통장 사본과 신용카드 정보까지 첨부돼 있었던 겁니다.

'김 씨의 통장에서 광고서비스 이용 요금을 자동 이체하겠다'는 출금 동의서에도 엉뚱한 사람의 이름과 서명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김 씨 본인 동의도 없이 대리 서명을 하고 임의로 배달 서비스에 가입시킨 사람은 한 달 전, 김 씨에게 전화한 배민 협력업체 영업직원이었습니다.

김 씨가 받은 배달의민족 ‘배민1’ 서비스 전자 계약서. 김 씨도 모르는 사이 협력업체 직원이 진행한 가입 절차에서는 대리 서명과 함께, 김 씨 개인정보도 도용됐다. (KBS뉴스7 제주_2024.03.11.)
■ "제출된 개인정보 도용 멋대로 신규 가입"…경찰에 고소

김 씨 자신도 모르게 진행된 이번 계약에 도용된 개인정보는 3~4년 전 김 씨가 배민서비스 사업자로 가입할 당시 배달의민족 본사에 냈던 바로 그 서류였습니다.

김 씨는 개인정보가 침해됐다며 배민 본사와 협력업체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김 씨는 "배달의민족 협력사에선 내가 '제3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하고, 배민 본사에서는 '지역업체, 지역담당 매니저가 한 일이라 자기들은 모르겠다' 식으로 무성의하게 대응했다"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협력사라는 게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협력업체가 본사에 있는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또 다른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끔 방치한 배민 본사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동의도 없이 모르는 배달 앱 서비스 가입" 다른 피해 사례도

제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 역시 자신도 모르게 배민 협력업체가 본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멋대로 '배민1' 서비스에 가입시켰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경찰에서 이관받아 조사 중입니다.

이 자영업자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때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적이 있지만 수 년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업주는 "본사에 냈던 개인정보가 어떻게 협력사로 넘어간 건지, 이를 무단으로 활용해 가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지 따져 물으니, 본사에서는 '개인정보가 협력사로 넘어갈 수 없다'고 하고, 협력업체에서는 '배달의 민족 본사에서 프로모션(판촉), 광고, 가입 권유를 하라고 개인정보를 넘겼다'고 얘기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KBS뉴스7 제주_2024.03.11.)
■ 우아한형제들 "협력업체 규정 위반…제재·재교육 실시할 것"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은 뒤늦게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어긴 협력업체를 제재하는 한편 부정 영업 사례를 전수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 가입 시, 임의로 업주 개인정보를 재활용하는 행위와 '대리 서명'은 규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배민 광고와 입점 업소 관리 대행 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업체 영업직원은 업주가 동의한 개인정보 이용 목적 안에서만 사업자등록증 등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업주분이 겪은 불편과 광고 영업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해 조치하고, 부정 영업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해서 본사와 협력업체 소속 모든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관 기사] 사장님도 모르게 ‘배민1’ 가입…대리 서명에 금융정보 유출? (2024.03.1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10827

그래픽 박지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