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의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까닭은?

입력 2024.03.12 (16: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국민 한 명이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현지시각 11일 보도했습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체포된 백 모 씨는 현지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로 알려졌습니다.

백씨가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금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습니다.

타스 통신은 또 백씨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 "체포된 한국인은 탈북민 구출 활동하던 선교사"

KBS 취재 결과 구금된 백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 중이던 선교사로 확인됐습니다.

현지 한인 교회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2018년쯤 중국에서 선교사를 집단 추방하면서 상당수가 연해주로 넘어왔는데, 백 선교사도 그때 넘어온 거로 알고 있다"며 "서울에서 파견된 게 아니고,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활동하시는 분 중 한 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북한 노동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접촉해서 탈북을 지원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또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국제난민기구(UNHCR)가 들어와 있기 때문에 UNHCR의 지원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비교적 안전하게 탈북할 수 있습니다.
타스 통신 보도타스 통신 보도

■ 백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이유는?

백 선교사가 어떤 이유로 '일급 기밀'을 다룬 간첩 혐의로 체포됐는지 외교당국은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보안이 워낙 철저하게 유지돼 혐의의 세부 내용 등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백 선교사가 대북 사업을 했다면, 탈북민이나 북한 관련, 또는 북한-러시아 관계와 관련한 다양한 내부 정보를 다뤘을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가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며 "나진항에서 두나이 항구 쪽으로 무기들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첩보 활동이 왕성히 이뤄지고 있고, 러시아 당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가 특히 최근 북한 노동자나 탈북자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해 활동에 제약이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악화일로 한러 관계에 새로운 악재될 듯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뜩이나 악화한 한러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사안은 최근 악화한 한러 관계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입니다.

한러 관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이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에 나서면서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러시아, 의도적 공개?… "북한을 향한 메시지일수도"

외교가에선 이번 사안이 백씨가 체포되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러시아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배경에도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씨는 올해 초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으며 FSB는 한국 정부에 체포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지난달 문서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체포 후 두 달이 지난 11일에 갑자기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일각에선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이 민감한 쟁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백씨 사건을 한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또 한편에선 이번 사안이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분위기에서 발생한 만큼, 북한을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 북한이탈주민 구출 활동을 제약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블라디보스토크의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까닭은?
    • 입력 2024-03-12 16:02:45
    심층K

한국 국민 한 명이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현지시각 11일 보도했습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체포된 백 모 씨는 현지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로 알려졌습니다.

백씨가 올해 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구금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습니다.

타스 통신은 또 백씨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 "체포된 한국인은 탈북민 구출 활동하던 선교사"

KBS 취재 결과 구금된 백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 중이던 선교사로 확인됐습니다.

현지 한인 교회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2018년쯤 중국에서 선교사를 집단 추방하면서 상당수가 연해주로 넘어왔는데, 백 선교사도 그때 넘어온 거로 알고 있다"며 "서울에서 파견된 게 아니고,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활동하시는 분 중 한 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북한 노동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접촉해서 탈북을 지원하는 일이 가능합니다. 또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국제난민기구(UNHCR)가 들어와 있기 때문에 UNHCR의 지원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비교적 안전하게 탈북할 수 있습니다.
타스 통신 보도
■ 백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이유는?

백 선교사가 어떤 이유로 '일급 기밀'을 다룬 간첩 혐의로 체포됐는지 외교당국은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보안이 워낙 철저하게 유지돼 혐의의 세부 내용 등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백 선교사가 대북 사업을 했다면, 탈북민이나 북한 관련, 또는 북한-러시아 관계와 관련한 다양한 내부 정보를 다뤘을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가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며 "나진항에서 두나이 항구 쪽으로 무기들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첩보 활동이 왕성히 이뤄지고 있고, 러시아 당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가 특히 최근 북한 노동자나 탈북자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해 활동에 제약이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악화일로 한러 관계에 새로운 악재될 듯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뜩이나 악화한 한러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사안은 최근 악화한 한러 관계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입니다.

한러 관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이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에 나서면서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러시아, 의도적 공개?… "북한을 향한 메시지일수도"

외교가에선 이번 사안이 백씨가 체포되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러시아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배경에도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백씨는 올해 초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으며 FSB는 한국 정부에 체포 사실을 알리지 않다가 지난달 문서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체포 후 두 달이 지난 11일에 갑자기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일각에선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이 민감한 쟁점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백씨 사건을 한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또 한편에선 이번 사안이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는 분위기에서 발생한 만큼, 북한을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 북한이탈주민 구출 활동을 제약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