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대낮에 학생 수백 명 납치…‘납치’가 산업이 됐다?

입력 2024.03.12 (20:42) 수정 2024.03.1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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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3월에만 학생 5백여 명이 무장단체한테 납치됐습니다.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풀어주는데 납치가 하나의 산업처럼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나이지리아의 공립학교 학생 수백 명이 무장단체한테 한꺼번에 납치됐다면서요?

[기자]

나이지리아 카두나 주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갑자기 학교로 쳐들어와서 3백 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납치했다고 합니다.

[아미누 압둘라/학생 : "도적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고함을 지르고 총을 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도망쳐서 숲으로 갔어요."]

학교 수업이 시작할 때쯤 학교를 습격한 무장 괴한들은 학생들을 포위한 채로 행진하듯이 자신들의 근거지인 숲 쪽으로 향했다고 하는데요.

학생들 가운데는 열두 살이 안 된 어린이들이 적어도 백 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학교 당국은 모두 287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졌습니다.

[라시다트 함자/학부모 :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을 믿어요. 학교를 보호할 보안도, 군인도, 경찰도 없습니다."]

[카두나주 주민 : "와서 도와주세요. 떠나지 말고 도와주세요. 정치인들은 어디 있나요? 학생들이 숲 속에 있어요. 7명이 납치된 집도 있고 5명이 납치된 집도 있어요."]

[앵커]

대낮에 이런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이 어떻게 있을 수 있었을까요?

이런 납치가 자주 있는 일이라면서요?

[기자]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지 않은 나이지리아에는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외딴 시골의 경우 인근 숲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대규모 납치 사건이 일어난 이후 뒤늦게 정치인과 경찰들이 마을을 찾았는데요.

학생들 수백 명이 납치된만큼 헬기를 띄우거나 경찰 등 병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수색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우바 사니/카두나주 상원의원 : "하나님의 은총으로 제가 책임지고 모든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이틀 만에 이번에는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학생 15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되는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이 두 사건 모두 납치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유목민 위주의 무장단체들이 수십 년간 지속된 농민 부족과의 갈등으로 몸값을 노리고 납치를 자주 저질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렇게 납치를 하고 몸값을 받는 거래가 많아지면서 납치가 산업처럼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기자]

몸값을 받기 위한 납치가 만연해지고 있는 데다,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납치를 일삼는 무장단체들의 몸집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납치가 산업에 이를 만큼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데요.

[셰후 사니/전 나이지리아 상원의원 : "이제 도적들은 돈을 노리고 납치를 합니다. 종교적인 의도도 없는 것 같아요. 일단 그들이 납치하면, 돈을 지불하고 풀려나게 되는 겁니다."]

특히, 학교를 공격하고 학생들을 납치하면 대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가족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도 무장단체에 막대한 양의 돈을 지불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몸값으로 현금뿐 아니라 농장을 압류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불법 수입으로 무장 단체들은 군용기를 격추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는데요.

[셰후 사니/전 나이지리아 상원의원 : "거액의 돈이 이미 무장 단체들에 지급됐어요. 이 돈으로 그들은 더 많은 무기를 사고 또 더 많은 사람을 납치할 겁니다."]

[앵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납치가 아주 예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슬람 세력의 소행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죠?

[기자]

앞서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선 여성과 어린이 등 최소 200명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앞에 두 사건까지 포함해 이번 달에만 5백여 명이 넘게 무장단체에 납치된 건데요.

나이지리아에서는 10년 전인 2014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기독교인 여학생 2백여 명을 납치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 납치된 여학생 가운데 100명 이상이 아직까지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나이지리아의 치안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외국인들도 납치 대상이어서 석 달여 전인 지난해 말에는 한국인 2명이 납치됐다가 17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무엇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 식량난도 커지고 있는데요.

장기간 치안 불안이 계속되면서 나이지리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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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2 20:42:39
    • 수정2024-03-12 20: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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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3월에만 학생 5백여 명이 무장단체한테 납치됐습니다.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풀어주는데 납치가 하나의 산업처럼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나이지리아의 공립학교 학생 수백 명이 무장단체한테 한꺼번에 납치됐다면서요?

[기자]

나이지리아 카두나 주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오토바이를 탄 무장 괴한들이 갑자기 학교로 쳐들어와서 3백 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납치했다고 합니다.

[아미누 압둘라/학생 : "도적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고함을 지르고 총을 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도망쳐서 숲으로 갔어요."]

학교 수업이 시작할 때쯤 학교를 습격한 무장 괴한들은 학생들을 포위한 채로 행진하듯이 자신들의 근거지인 숲 쪽으로 향했다고 하는데요.

학생들 가운데는 열두 살이 안 된 어린이들이 적어도 백 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학교 당국은 모두 287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졌습니다.

[라시다트 함자/학부모 :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을 믿어요. 학교를 보호할 보안도, 군인도, 경찰도 없습니다."]

[카두나주 주민 : "와서 도와주세요. 떠나지 말고 도와주세요. 정치인들은 어디 있나요? 학생들이 숲 속에 있어요. 7명이 납치된 집도 있고 5명이 납치된 집도 있어요."]

[앵커]

대낮에 이런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이 어떻게 있을 수 있었을까요?

이런 납치가 자주 있는 일이라면서요?

[기자]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지 않은 나이지리아에는 납치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외딴 시골의 경우 인근 숲에 기반을 둔 무장단체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대규모 납치 사건이 일어난 이후 뒤늦게 정치인과 경찰들이 마을을 찾았는데요.

학생들 수백 명이 납치된만큼 헬기를 띄우거나 경찰 등 병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수색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우바 사니/카두나주 상원의원 : "하나님의 은총으로 제가 책임지고 모든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이틀 만에 이번에는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있던 학생 15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되는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이 두 사건 모두 납치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유목민 위주의 무장단체들이 수십 년간 지속된 농민 부족과의 갈등으로 몸값을 노리고 납치를 자주 저질러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렇게 납치를 하고 몸값을 받는 거래가 많아지면서 납치가 산업처럼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기자]

몸값을 받기 위한 납치가 만연해지고 있는 데다,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납치를 일삼는 무장단체들의 몸집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납치가 산업에 이를 만큼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데요.

[셰후 사니/전 나이지리아 상원의원 : "이제 도적들은 돈을 노리고 납치를 합니다. 종교적인 의도도 없는 것 같아요. 일단 그들이 납치하면, 돈을 지불하고 풀려나게 되는 겁니다."]

특히, 학교를 공격하고 학생들을 납치하면 대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가족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도 무장단체에 막대한 양의 돈을 지불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몸값으로 현금뿐 아니라 농장을 압류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불법 수입으로 무장 단체들은 군용기를 격추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는데요.

[셰후 사니/전 나이지리아 상원의원 : "거액의 돈이 이미 무장 단체들에 지급됐어요. 이 돈으로 그들은 더 많은 무기를 사고 또 더 많은 사람을 납치할 겁니다."]

[앵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납치가 아주 예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슬람 세력의 소행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죠?

[기자]

앞서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선 여성과 어린이 등 최소 200명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앞에 두 사건까지 포함해 이번 달에만 5백여 명이 넘게 무장단체에 납치된 건데요.

나이지리아에서는 10년 전인 2014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기독교인 여학생 2백여 명을 납치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 납치된 여학생 가운데 100명 이상이 아직까지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나이지리아의 치안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외국인들도 납치 대상이어서 석 달여 전인 지난해 말에는 한국인 2명이 납치됐다가 17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무엇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 식량난도 커지고 있는데요.

장기간 치안 불안이 계속되면서 나이지리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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