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해요, 왜냐면”…미 대선판 홍보 백태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입력 2024.03.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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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된 교회에 들어선 '트럼프 굿즈 천국'
미국 버지니아주의 분스밀. 100년 된 교회를 인수한 건물 밖에 미국 국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들이 도배돼 있습니다. '트럼프타운 USA'라는 이름의 가게입니다. 트럼프의 재선 출마를 지지하면서 그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점이 미국 전역에 수십 개가 있는데 이곳은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합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분스밀에 위치한 트럼프 관련 상품 판매 가게 ‘트럼프타운 USA’ (사진:CNN politics)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써진 모자, 트럼프가 기소된 뒤 촬영한 머그샷이 찍힌 머그컵이 인기 상품입니다. 광대처럼 분장한 트럼프가 기자들에게 연설하는 그림은 물론 트럼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소변을 보는 차량용 스티커나 트럼프 대통령이 알몸을 보여주는 피규어 등 다소 민망한 제품들도 팔고 있습니다. 이 가게를 취재한 CNN은 "정치적 이슈를 저속한 방식으로 다루는 상품에 주의를 뺏기지 않는 한 인간의 창의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기사에 적었습니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입니다. 가게는 바이든의 얼굴이 그려진 다트판 등 바이든을 비난하는 상품들도 팔고 있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바이든의 이름이 적힌 물건을 잘 사려 하지 않는다고 가게 주인 테일러는 말했습니다. 2020년 가게 문을 연 그는 "민주당이 MAGA에 미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베스트셀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돈줄' 마르는 트럼프…지지자에 문자 "당신을 사랑해요"
트럼프의 열광적 지지자들이 덥석 구매하는 '트럼프 굿즈'로 돈을 버는 건 이런 가게 주인들만이 아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만만치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선거 홈페이지엔 트럼프 관련 상품을 파는 배너가 따로 있습니다. '공식 상품'이라고 크게 홍보하는 '트럼프 굿즈'들은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트럼프의 머그샷이 찍힌 머그컵은 25달러(약 3만 3천 원), 야구모자는 40~43달러(5만 3천~5만 7천 원)를 받습니다. 자동차용 스티커가 12~13달러(1만 6천~1만 7천 원), 포스터는 25~28달러(3만 3천~3만 7천 원)입니다. 세금 별도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공식 선거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관련 상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만 선거 자금 290만 달러(38억 7천만 원)를 법률 비용으로 지출했습니다. 선거 홍보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변호비에 씁니다. 3월 11일까지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패션 칼럼니스트 진 캐럴에 위자료 8천330만 달러를 납부해야 하고 (트럼프는 항소했습니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이 제기한 사기 대출사건에 대해서도 25일까지 4억 5천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라지만 부동산 등을 담보 잡혀 급전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미국 매체 디아틀랜틱은 보도했습니다. 푼돈이 아쉬운 상황에서 '실탄 마련'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원금 모금과 자신의 관련 상품 판매에 힘을 기울입니다. 광고 같은 돈 많이 드는 매체 홍보보다 공들이고 있는 건 '문자 폭탄'입니다.
KBS 기자가 트럼프 캠프에서 받은 홍보 문자
기자가 2월 한 달 동안 트럼프 캠프에서 받은 홍보문자는 27개였습니다. 거의 매일 하나씩 보낸 셈입니다. "이 조작된 재판에 대한 내 답변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이 당신이길 원해요"라며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의 부당함을 알리거나, "내 부통령이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며 유권자들에 다가갑니다. 2월 7일엔 "00씨,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읽어줬으면 하는 편지까지 썼거든요"라며 링크를 첨부한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클릭해보니 "왜냐면 당신이 나를 너무 사랑하니까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문자 메시지의 가장 큰 역할은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거나 트럼프 관련 상품을 사게 하는 겁니다. "공식 투표 카드가 발매됐어요, 당신을 위한 특별한 혜택입니다", "발매된 적 없던 까만 MAGA 모자입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걸 거예요. 몇 개 안 남았어요!"라는 솔깃한 메시지로 트럼프 '굿즈'를 사라고 설득합니다.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큰 승리를 거둔 다음 날에도 트럼프 캠프는 한정판 금빛 글씨가 새겨진 트럼프 모자를 사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가격은 일반 모자보다 훨씬 비싼 47달러(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의 47대 대통령이 됩니다). '메이드인 아메리카'임을 강조하며 75달러 이상 트럼프를 후원하면 모자를 공짜로 준다고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KBS 기자가 트럼프 캠프에서 받은 홍보 문자
■ 넉넉한 바이든, 전방위 광고…중국 싫다더니 '틱톡'도 적극 활용
현직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홍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좀 늦게 시작됐습니다. 대신 트럼프 측보다 돈이 넉넉해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대규모 정치자금 기부단체) '퓨처 포워드'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선거 전까지 10주간 2억 5천만 달러(3천3백억 원)의 광고를 예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TV에 1억 4천만 달러, 디지털과 스트리밍 플랫폼에 1억 1천만 달러를 써 격전 지역 7곳에 뿌립니다.
5일 '슈퍼화요일' 승리 이후 방송된 첫 광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작부터 웃으며 "나는 젊은이가 아니에요. 비밀도 아니죠"라며 고령 논란에 맞대응했습니다. 자신의 성과를 나열하며 "트럼프는 대통령의 직무를 자신을 챙기는 거라고 믿지만, 나는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게 직무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바이든 캠프가 현지 시간 9일 공개한 광고. 미국 내 7개 경합 주에서 방송된다.
고리타분한 노인 이미지를 벗어나려 바이든이 선택한 또 하나의 홍보 수단은 '틱톡'입니다. 바이든 선거본부가 지난달 'bidenhq'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처음 올린 동영상엔 'lol hey guys(ㅋㅋ 안녕 여러분)'이라는 자막이 달렸습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프로풋볼팀 중 어디를 좋아하느냐' 같은 질문에 답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 '트럼프 대 바이든 중 누구?"에 "농담 마라. 당연히 바이든!"이라고 답하면서 동영상이 끝납니다.
자신을 풍자하는 별명 '다크 브랜던(Dark Brandon)'도 적극 사용합니다. '다크 브랜던'은 2021년 10월 한 기자가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자 브랜던 브라운을 인터뷰하면서 관중들이 '레츠 고 브랜던'을 외치고 있다고 잘못 듣고 보도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관중들이 외친 건 '엿 먹어라 조 바이든(Fxxx Joe Biden)'이었는데,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은 '레츠 고 브랜던'을 바이든에 대한 욕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는 슈퍼히어로 '다크 브랜던'을 만들어 유행시키기 시작했는데, 이를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 구축에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홍보용 ‘틱톡’ 계정(좌)과 ‘틱톡’에 올린 첫 번째 영상(우). 좌측 상단의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는 이미지가 ‘다크 브랜던’.
젊은 층 사이에서 1분 이하 짧은 동영상으로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주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게 우려된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틱톡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그랬던 바이든이 민주당 차원의 계정이라곤 하지만 틱톡을 선거운동에 이용한 건 그만큼 2030 젊은 층의 표심 잡기가 급했다는 얘기도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송 출연도 부쩍 잦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인 출신임에도 토크쇼 등엔 익숙지 않고 출연도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보단 자연스런 대화에 훨씬 더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달 27일, 미국 NBC방송의 ‘레이트 나이트’쇼에 출연한 바이든 대통령. 자신보다 네 살 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나만큼 늙었지만, 자기 부인 이름조차 기억 못 한다”고 언급했다. (사진=미국 NBC방송 캡처)
■ 트럼프의 광고 공격…"바이든, 2029년까지 살 순 있을까?"
질 수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광고전에 들어갔습니다.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전에 주요 TV 방송사에 광고를 틀었습니다. 제목은 '바이든이 2029년까지 살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거나 넘어지는 장면을 편집했고, 바이든이 넘어질 때 해리스 부통령이 웃고 있는 모습을 집어넣었습니다. 백악관은 이를 두고 "수준 이하"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선거 광고. “바이든이 2029년까지 살 수 있을까?”라며 연설 도중 기침하는 장면을 편집했다.
미국 민주당, 공화당의 후보가 대선을 8개월이나 앞두고 빨리 결정되면서 양 후보의 홍보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입니다.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역대급 박빙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벌써부터 시작된 상호 비방전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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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사랑해요, 왜냐면”…미 대선판 홍보 백태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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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4-03-13 07:00:18
■ 100년 된 교회에 들어선 '트럼프 굿즈 천국'
미국 버지니아주의 분스밀. 100년 된 교회를 인수한 건물 밖에 미국 국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들이 도배돼 있습니다. '트럼프타운 USA'라는 이름의 가게입니다. 트럼프의 재선 출마를 지지하면서 그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점이 미국 전역에 수십 개가 있는데 이곳은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합니다.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써진 모자, 트럼프가 기소된 뒤 촬영한 머그샷이 찍힌 머그컵이 인기 상품입니다. 광대처럼 분장한 트럼프가 기자들에게 연설하는 그림은 물론 트럼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소변을 보는 차량용 스티커나 트럼프 대통령이 알몸을 보여주는 피규어 등 다소 민망한 제품들도 팔고 있습니다. 이 가게를 취재한 CNN은 "정치적 이슈를 저속한 방식으로 다루는 상품에 주의를 뺏기지 않는 한 인간의 창의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기사에 적었습니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입니다. 가게는 바이든의 얼굴이 그려진 다트판 등 바이든을 비난하는 상품들도 팔고 있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바이든의 이름이 적힌 물건을 잘 사려 하지 않는다고 가게 주인 테일러는 말했습니다. 2020년 가게 문을 연 그는 "민주당이 MAGA에 미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할수록 베스트셀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돈줄' 마르는 트럼프…지지자에 문자 "당신을 사랑해요"
트럼프의 열광적 지지자들이 덥석 구매하는 '트럼프 굿즈'로 돈을 버는 건 이런 가게 주인들만이 아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만만치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선거 홈페이지엔 트럼프 관련 상품을 파는 배너가 따로 있습니다. '공식 상품'이라고 크게 홍보하는 '트럼프 굿즈'들은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트럼프의 머그샷이 찍힌 머그컵은 25달러(약 3만 3천 원), 야구모자는 40~43달러(5만 3천~5만 7천 원)를 받습니다. 자동차용 스티커가 12~13달러(1만 6천~1만 7천 원), 포스터는 25~28달러(3만 3천~3만 7천 원)입니다. 세금 별도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만 선거 자금 290만 달러(38억 7천만 원)를 법률 비용으로 지출했습니다. 선거 홍보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한 변호비에 씁니다. 3월 11일까지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패션 칼럼니스트 진 캐럴에 위자료 8천330만 달러를 납부해야 하고 (트럼프는 항소했습니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이 제기한 사기 대출사건에 대해서도 25일까지 4억 5천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라지만 부동산 등을 담보 잡혀 급전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고 미국 매체 디아틀랜틱은 보도했습니다. 푼돈이 아쉬운 상황에서 '실탄 마련'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원금 모금과 자신의 관련 상품 판매에 힘을 기울입니다. 광고 같은 돈 많이 드는 매체 홍보보다 공들이고 있는 건 '문자 폭탄'입니다.
기자가 2월 한 달 동안 트럼프 캠프에서 받은 홍보문자는 27개였습니다. 거의 매일 하나씩 보낸 셈입니다. "이 조작된 재판에 대한 내 답변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이 당신이길 원해요"라며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의 부당함을 알리거나, "내 부통령이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며 유권자들에 다가갑니다. 2월 7일엔 "00씨,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읽어줬으면 하는 편지까지 썼거든요"라며 링크를 첨부한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클릭해보니 "왜냐면 당신이 나를 너무 사랑하니까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문자 메시지의 가장 큰 역할은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거나 트럼프 관련 상품을 사게 하는 겁니다. "공식 투표 카드가 발매됐어요, 당신을 위한 특별한 혜택입니다", "발매된 적 없던 까만 MAGA 모자입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걸 거예요. 몇 개 안 남았어요!"라는 솔깃한 메시지로 트럼프 '굿즈'를 사라고 설득합니다.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큰 승리를 거둔 다음 날에도 트럼프 캠프는 한정판 금빛 글씨가 새겨진 트럼프 모자를 사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가격은 일반 모자보다 훨씬 비싼 47달러(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의 47대 대통령이 됩니다). '메이드인 아메리카'임을 강조하며 75달러 이상 트럼프를 후원하면 모자를 공짜로 준다고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 넉넉한 바이든, 전방위 광고…중국 싫다더니 '틱톡'도 적극 활용
현직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홍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좀 늦게 시작됐습니다. 대신 트럼프 측보다 돈이 넉넉해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대규모 정치자금 기부단체) '퓨처 포워드'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선거 전까지 10주간 2억 5천만 달러(3천3백억 원)의 광고를 예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TV에 1억 4천만 달러, 디지털과 스트리밍 플랫폼에 1억 1천만 달러를 써 격전 지역 7곳에 뿌립니다.
5일 '슈퍼화요일' 승리 이후 방송된 첫 광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작부터 웃으며 "나는 젊은이가 아니에요. 비밀도 아니죠"라며 고령 논란에 맞대응했습니다. 자신의 성과를 나열하며 "트럼프는 대통령의 직무를 자신을 챙기는 거라고 믿지만, 나는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게 직무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고리타분한 노인 이미지를 벗어나려 바이든이 선택한 또 하나의 홍보 수단은 '틱톡'입니다. 바이든 선거본부가 지난달 'bidenhq'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처음 올린 동영상엔 'lol hey guys(ㅋㅋ 안녕 여러분)'이라는 자막이 달렸습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프로풋볼팀 중 어디를 좋아하느냐' 같은 질문에 답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 '트럼프 대 바이든 중 누구?"에 "농담 마라. 당연히 바이든!"이라고 답하면서 동영상이 끝납니다.
자신을 풍자하는 별명 '다크 브랜던(Dark Brandon)'도 적극 사용합니다. '다크 브랜던'은 2021년 10월 한 기자가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자 브랜던 브라운을 인터뷰하면서 관중들이 '레츠 고 브랜던'을 외치고 있다고 잘못 듣고 보도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관중들이 외친 건 '엿 먹어라 조 바이든(Fxxx Joe Biden)'이었는데, 이후 공화당 지지자들은 '레츠 고 브랜던'을 바이든에 대한 욕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는 슈퍼히어로 '다크 브랜던'을 만들어 유행시키기 시작했는데, 이를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 구축에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젊은 층 사이에서 1분 이하 짧은 동영상으로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주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게 우려된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틱톡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그랬던 바이든이 민주당 차원의 계정이라곤 하지만 틱톡을 선거운동에 이용한 건 그만큼 2030 젊은 층의 표심 잡기가 급했다는 얘기도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송 출연도 부쩍 잦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인 출신임에도 토크쇼 등엔 익숙지 않고 출연도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보단 자연스런 대화에 훨씬 더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 트럼프의 광고 공격…"바이든, 2029년까지 살 순 있을까?"
질 수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광고전에 들어갔습니다.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전에 주요 TV 방송사에 광고를 틀었습니다. 제목은 '바이든이 2029년까지 살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거나 넘어지는 장면을 편집했고, 바이든이 넘어질 때 해리스 부통령이 웃고 있는 모습을 집어넣었습니다. 백악관은 이를 두고 "수준 이하"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공화당의 후보가 대선을 8개월이나 앞두고 빨리 결정되면서 양 후보의 홍보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입니다.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역대급 박빙 대선이라는 평가 속에 벌써부터 시작된 상호 비방전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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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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