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어선 전복…풍랑특보에도, 장비 먹통에도 출항?

입력 2024.03.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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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화면제공 : 통영 해양경찰서)경남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 (화면제공 : 통영 해양경찰서)

지난 9일,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선원 9명이 탄 20톤급 제주 선적 어선이 전복돼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습니다.

해경의 집중 수색에도 실종된 5명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사고 발생 추정 시각, 인근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있었고 4m 넘는 높은 파도가 일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33톤급 제주 선적 어선이 전복돼 7명은 구조됐지만,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사고 해역에도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고, 5m 넘는 거센 파도가 치고 있었습니다.

2024.03.01 KBS 9 뉴스2024.03.01 KBS 9 뉴스

이처럼 풍랑특보가 내려져도, 생계를 위해 갈치·옥돔 등을 잡기 위해 해상 조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집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제주 해상에서 풍랑특보가 발효됐을 때 발생한 6대 해양 사고(충돌·좌초·전복·화재·침몰·침수) 피해 선박은 52척에 이릅니다.

풍랑특보가 발효되더라도 이미 조업하기 위해 바다로 떠난 어선을 되돌아오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습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한 어선주는 "낚시 줄로 미끼를 끼워서 어장을 치는 연승 어선은 풍랑특보가 내려질 때 어장을 치기가 편하다"며 "상대적으로 조업에 나선 어선들이 적은 때여서 장애물이 적다는 생각을 하며 특보가 내려져도 조업에 나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풍랑특보가 내려지면 출항한 어선에 조기 입항이나 안전 해역 대피를 유도한다"며, "그러나 어민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고, 조업을 이어가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상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해경 조기 입항 유도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위험 상황 때 무용지물인 브이패스(V-pass) 장비…점검 강화 필요

선박이 70도 이상 기울면 자동으로 위험경보를 발생해주는 브이패스(V-pass) 장비가 사고 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1년부터 해난사고에 대비해, 브이패스 장비 부착을 어장관리선과 무동력선을 제외한 모든 어선에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위험 상황에서 브이패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영 욕지도 어선과 제주 마라도 어선 전복 사고 당시 어선들은 모두 브이패스 장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조난 신호가 해경 상황실로 가지 않았습니다.

브이패스 장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도 출항할 수 있어, 장비가 고장 나도 버려두는 경우가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장기간 브이패스 장비를 고장 상태로 방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출항 어선에 대해서 브이패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주기적인 불시 점검을 강화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복되는 제주 어선 사고…예방 정책 마련 예정


제주 해상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18척의 6대 해양사고(충돌·좌초·전복·화재·침몰·침수)가 발생해 16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제주해경은 제주에 특화된 예방정책을 마련해 해양 사고를 줄이는 데 총력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인적, 물적, 환경적 요인'으로 사고 원인을 분류한 후, 세부 원인을 분석해 구체적인 예방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란 겁니다.

제주해경은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확인하고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길이 20m 이상인 어선에만 구명정 설치 의무화가 돼 있다"라며 "길이 20m 이하인 어선도 구명정을 설치할 수도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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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선원 9명이 탄 20톤급 제주 선적 어선이 전복돼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습니다.

해경의 집중 수색에도 실종된 5명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사고 발생 추정 시각, 인근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있었고 4m 넘는 높은 파도가 일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33톤급 제주 선적 어선이 전복돼 7명은 구조됐지만,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당시 사고 해역에도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고, 5m 넘는 거센 파도가 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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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풍랑특보가 내려져도, 생계를 위해 갈치·옥돔 등을 잡기 위해 해상 조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집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제주 해상에서 풍랑특보가 발효됐을 때 발생한 6대 해양 사고(충돌·좌초·전복·화재·침몰·침수) 피해 선박은 52척에 이릅니다.

풍랑특보가 발효되더라도 이미 조업하기 위해 바다로 떠난 어선을 되돌아오도록 강제할 수단은 없습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한 어선주는 "낚시 줄로 미끼를 끼워서 어장을 치는 연승 어선은 풍랑특보가 내려질 때 어장을 치기가 편하다"며 "상대적으로 조업에 나선 어선들이 적은 때여서 장애물이 적다는 생각을 하며 특보가 내려져도 조업에 나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풍랑특보가 내려지면 출항한 어선에 조기 입항이나 안전 해역 대피를 유도한다"며, "그러나 어민들에겐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고, 조업을 이어가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상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해경 조기 입항 유도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위험 상황 때 무용지물인 브이패스(V-pass) 장비…점검 강화 필요

선박이 70도 이상 기울면 자동으로 위험경보를 발생해주는 브이패스(V-pass) 장비가 사고 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1년부터 해난사고에 대비해, 브이패스 장비 부착을 어장관리선과 무동력선을 제외한 모든 어선에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위험 상황에서 브이패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영 욕지도 어선과 제주 마라도 어선 전복 사고 당시 어선들은 모두 브이패스 장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조난 신호가 해경 상황실로 가지 않았습니다.

브이패스 장비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도 출항할 수 있어, 장비가 고장 나도 버려두는 경우가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장기간 브이패스 장비를 고장 상태로 방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출항 어선에 대해서 브이패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주기적인 불시 점검을 강화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복되는 제주 어선 사고…예방 정책 마련 예정


제주 해상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18척의 6대 해양사고(충돌·좌초·전복·화재·침몰·침수)가 발생해 16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제주해경은 제주에 특화된 예방정책을 마련해 해양 사고를 줄이는 데 총력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인적, 물적, 환경적 요인'으로 사고 원인을 분류한 후, 세부 원인을 분석해 구체적인 예방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란 겁니다.

제주해경은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확인하고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길이 20m 이상인 어선에만 구명정 설치 의무화가 돼 있다"라며 "길이 20m 이하인 어선도 구명정을 설치할 수도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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