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일본엔 ‘무덤 친구’ 모임이 있다?…합장묘 인기

입력 2024.03.13 (20:41) 수정 2024.03.1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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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가족들과 무덤에 묻히는 대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히는 합장묘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무덤에 같이 묻히는 이른바 '무덤 친구'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모임을 통해 무덤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부부나 가족이 함께 묻히는 대신 합장묘를 생전에 미리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기자]

합장묘는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힐 수 있는 공동묘지 같은 공간입니다.

주로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나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데, 최근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용자 : "나중을 생각한다면 이곳은 나고야시가 제대로 관리를 해준다고 하니까 안심이 되는 면이 있어요."]

NHK가 최근 인구 10만 이상 도시 등 지자체 97곳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합장묘가 지난 2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장한 유골을 한 공간에 두는 이 합장묘는 주로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 무덤을 관리해 달라고 부탁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고타니 미도리/노인생활문화연구소 대표이사 : "떨어져 있는 자녀와 손자에게 '조상의 묘를 지켜달라'고 말하기는 어렵죠. '수고를 끼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이 많이 늘었어요."]

지난해 수목장 형태의 합장묘를 시작한 치바시는 모집 인원인 700명의 다섯 배가 넘는 3천 6백여 명이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2명이 동시에 신청할 수 있는 형태의 합장묘가 특히 인기가 많았다는데요.

치바시의 일반 합장묘의 경우 영구 사용료는 62만 엔으로 우리 돈으로 550만 원가량이고, 관리비는 해마다 5만 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앵커]

무덤 친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데, 이 무덤 친구는 말 그대로 옆 무덤에 누울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합장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합장묘에 함께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건데요.

일본에서는 이 무덤 친구를 하카토모라고 부르며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웃이신가요? 저는 이쪽입니다."]

["이웃이시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10년 전에 일본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에 나온 장면인데요.

이렇게 자신이 묻히는 곳에 함께 묻히는 사람을 무덤 친구라고 부르는 겁니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묻히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애완동물과 함께 묻히기를 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무덤 친구를 찾는다고 합니다.

[하세오 렌카/합장묘 관계자 : "규칙은 없어도 됩니다. 본인이 참배하고 싶은 대로, 본인이 두 손을 모으고 싶은 대로, 그리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묘지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수목장'입니다."]

시부모님이나 남편과 함께 무덤에 들어가는 대신 친정 부모님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히고 싶어 미리 합장묘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0대 여성 : "(남편이) 실망할 거라고 생각하면 말할 수가 없어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앵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무덤 친구로서의 친목을 다지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최근 NHK에 소개된 기사가 한국에서도 이목을 끌었는데요.

서로 친분이 없는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한 식당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모습인데, 이들 모두가 무덤 친구라고 합니다.

일본 고베의 식당에 30여 명이 점심을 먹는 모습인데요.

이 점심 모임을 주최한 곳은 효고현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입니다.

생협은 고베시에서 합장묘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2백 50여 명이 이미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요.

생협은 살아 있을 때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0여 년 전부터 이 모임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참석률이 저조했지만 최근에는 90퍼센트 이상이 답을 한다고 하는데요.

완전히 낯선 사람보다는 적당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는 만큼 너무 진지하거나 깊이 관여하지 않고, 느슨하게 서로를 지지하는 정도의 관계를 맺는다고 합니다.

[앵커]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이른바 슈카쓰 산업도 급성장했는데, 이 슈카쓰 산업은 어떤 건가요?

[기자]

죽음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고 챙겨야 할 일들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 과정을 슈카쓰라고 합니다.

슈카쓰 박람회도 열리는데 최근에는 동네 마트에서도 박람회가 열리고 지하철에서도 납골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슈카쓰는 장례식 절차와 형식 등을 다루는 장례업체 선정부터 화장장과 묘지 등을 미리 알아보고, 법률 전문가와 함께 하는 유언장 작성 등 죽음에 따른 여러 행정적인 절차를 알아보는 것인데요.

슈카쓰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묘지를 견학하고 유골이 되는 과정 등을 체험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8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초고령 사회입니다.

노인들이 그만큼 많은데, 이 같은 죽음을 위한 준비는 무엇보다 고독감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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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3 20:41:18
    • 수정2024-03-13 20: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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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가족들과 무덤에 묻히는 대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히는 합장묘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무덤에 같이 묻히는 이른바 '무덤 친구'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모임을 통해 무덤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는데요.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부부나 가족이 함께 묻히는 대신 합장묘를 생전에 미리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기자]

합장묘는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힐 수 있는 공동묘지 같은 공간입니다.

주로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나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데, 최근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이용자 : "나중을 생각한다면 이곳은 나고야시가 제대로 관리를 해준다고 하니까 안심이 되는 면이 있어요."]

NHK가 최근 인구 10만 이상 도시 등 지자체 97곳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합장묘가 지난 2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장한 유골을 한 공간에 두는 이 합장묘는 주로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 무덤을 관리해 달라고 부탁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고타니 미도리/노인생활문화연구소 대표이사 : "떨어져 있는 자녀와 손자에게 '조상의 묘를 지켜달라'고 말하기는 어렵죠. '수고를 끼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이 많이 늘었어요."]

지난해 수목장 형태의 합장묘를 시작한 치바시는 모집 인원인 700명의 다섯 배가 넘는 3천 6백여 명이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2명이 동시에 신청할 수 있는 형태의 합장묘가 특히 인기가 많았다는데요.

치바시의 일반 합장묘의 경우 영구 사용료는 62만 엔으로 우리 돈으로 550만 원가량이고, 관리비는 해마다 5만 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앵커]

무덤 친구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데, 이 무덤 친구는 말 그대로 옆 무덤에 누울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합장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합장묘에 함께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건데요.

일본에서는 이 무덤 친구를 하카토모라고 부르며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웃이신가요? 저는 이쪽입니다."]

["이웃이시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10년 전에 일본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에 나온 장면인데요.

이렇게 자신이 묻히는 곳에 함께 묻히는 사람을 무덤 친구라고 부르는 겁니다.

물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묻히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애완동물과 함께 묻히기를 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무덤 친구를 찾는다고 합니다.

[하세오 렌카/합장묘 관계자 : "규칙은 없어도 됩니다. 본인이 참배하고 싶은 대로, 본인이 두 손을 모으고 싶은 대로, 그리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묘지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수목장'입니다."]

시부모님이나 남편과 함께 무덤에 들어가는 대신 친정 부모님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묻히고 싶어 미리 합장묘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0대 여성 : "(남편이) 실망할 거라고 생각하면 말할 수가 없어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앵커]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무덤 친구로서의 친목을 다지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최근 NHK에 소개된 기사가 한국에서도 이목을 끌었는데요.

서로 친분이 없는 70대 이상의 노인들이 한 식당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모습인데, 이들 모두가 무덤 친구라고 합니다.

일본 고베의 식당에 30여 명이 점심을 먹는 모습인데요.

이 점심 모임을 주최한 곳은 효고현 고령자 생활협동조합입니다.

생협은 고베시에서 합장묘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2백 50여 명이 이미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요.

생협은 살아 있을 때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10여 년 전부터 이 모임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참석률이 저조했지만 최근에는 90퍼센트 이상이 답을 한다고 하는데요.

완전히 낯선 사람보다는 적당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안심할 수 있는 만큼 너무 진지하거나 깊이 관여하지 않고, 느슨하게 서로를 지지하는 정도의 관계를 맺는다고 합니다.

[앵커]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이른바 슈카쓰 산업도 급성장했는데, 이 슈카쓰 산업은 어떤 건가요?

[기자]

죽음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고 챙겨야 할 일들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 과정을 슈카쓰라고 합니다.

슈카쓰 박람회도 열리는데 최근에는 동네 마트에서도 박람회가 열리고 지하철에서도 납골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슈카쓰는 장례식 절차와 형식 등을 다루는 장례업체 선정부터 화장장과 묘지 등을 미리 알아보고, 법률 전문가와 함께 하는 유언장 작성 등 죽음에 따른 여러 행정적인 절차를 알아보는 것인데요.

슈카쓰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묘지를 견학하고 유골이 되는 과정 등을 체험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8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초고령 사회입니다.

노인들이 그만큼 많은데, 이 같은 죽음을 위한 준비는 무엇보다 고독감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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