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가는 길 ‘여기’ 조심…올림픽 앞두고 비상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3.14 (09:21) 수정 2024.03.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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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로 드나드는 관문인 샤를드골 공항은 파리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공항에서 파리로, 거꾸로 파리에서 공항으로 가려면 통상 'A1' 고속도로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파리와 공항을 잇는 'A1' 도로 중간쯤, 파리 외곽 도시 중 치안이 나쁘기로 악명높은 '생드니'가 자리해 있습니다. 이 생드니 주변 'A1' 도로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절도, 강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 택시 유리창 깨고 가방 낚아채기

먼저 지난해 5월, 소셜네트워크 X(옛 트위터)에서 3백만 회 이상 조회된 동영상부터 보시죠. 영상 출처는 Douyin, 틱톡(He Dantong)


이 영상은 한 중국인 유명 인플루언서가 파리에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A1'도로에서 당한 일을 직접 찍어 SNS에 올린 것입니다. 택시 한쪽 창문이 산산조각 난 채 시작하는 영상 속 장면들과 피해 인플루어서의 말을 종합해보면,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창문을 깨고 이들의 물건을 훔치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은 택시와 부딪치면서도 깨진 창문 틈으로 계속 절도를 시도 하려 합니다. 사실상의 강도 행각... 결국 택시가 인근 경찰서에 정차하면서, 절도 시도도 끝이 납니다.

이 인플루언서는 그러나 '피해자가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랑스 경찰이 도움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맹비난했습니다. 또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쇼핑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파리에서 도둑들이 어떻게 극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해 영상을 공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영상에는 프랑스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직면한 치안 문제에 대한 여러 댓글이 달렸습니다.

"파리는 그렇게 마법 같은 곳이 아니다.
매일 A1 도로에서 아시아인이나 사우디인을 보자마자 택시를 들이받는 사람들이 있다."

-X(옛 트위터)에 달린 댓글 중

■ 범행 장소로 교통 체증 심한 터널 노려

A1 도로에서 일어나는 이런 범죄 행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2006년에 현지 언론에 처음 보도된 적이 있고,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수년 동안 계속돼 왔습니다. 다만 범죄 수법이 좀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프랑스 개인 렌터카 협회 측은 설명합니다.

협회 측은 이전에는 주로 A1 도로가 교통 체증을 빚을 때 누군가가 도로를 걸어다니면서 유리창을 깨고 관광객의 소지품을 훔쳐갔다면, 최근에는 앞서 보신 영상처럼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주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지 방송인 TF1 뉴스는 도둑들이 샤를 드골 공항에서 값비싼 가방이나 물건을 든 관광객을 표적으로 삼고, 그들이 탄 차량을 미행해 범행을 저지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A1 도로에서도 특히 병목 현상으로 늘 정체 현상을 빚는 '렁디 터널(Tunnel du Landy)'에서 범행이 주로 일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파리와 샤를드골 공항을 잇는 ‘A1’ 도로의 ‘렁디터널’에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출처: 프랑스 방송 TF1파리와 샤를드골 공항을 잇는 ‘A1’ 도로의 ‘렁디터널’에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출처: 프랑스 방송 TF1

정체된 차량의 창문을 망치나 돌로 부수고 물건을 훔친 뒤, 차량들 사이로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아난다는 겁니다. TF1과 인터뷰한 한 피해자는 절도 행각이 순식간에 벌어졌고, 정작 자신들은 교통 체증에 갇혀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올림픽 기간, 교통 체증↑ 강도 위험도?"

이런 범죄의 온상인 생드니에 올해 파리 올림픽 선수촌이 조성되고 주경기장도 바로 그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야말로 올림픽의 중심이 되는 겁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를 새롭게 바꾸고,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겠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구상입니다.

문제는 생드니뿐 아니라 파리 도심에서도 주요 경기들이 펼쳐지는 만큼 생드니와 파리를 오가는 도로의 교통 체증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란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도로 위 범죄 위험도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랑스 경찰은 지역 경찰을 총동원하고 A1 도로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우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특별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도로 위 차량을 상대로 한 이런 절도, 강도 행각이 그 전보다 14% 정도 줄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피해 신고가 접수된 범죄 건수는 50건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범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 피해자 중 한 명이 올림픽 준비를 위해 파리를 방문한 몽골 올림픽 대표단 단장입니다. 단장 부부는 지난해 10월 샤를드골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파리 숙소로 향하던 중 문제의 '렁디 터널'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토바이 한 대가 이들 부부가 탄 택시에 접근해 창문을 부수고 귀금속이 들어있는 가방을 훔쳐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장 부부가 신고한 피해액은 금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귀걸이 등 60만 유로, 우리 돈 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주 만에 생드니에 사는 20대 남성 3명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고, 이들은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시점에 사우디 여행객이 보석과 가죽 제품을 도난당한 사건도 이들 소행이라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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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가는 길 ‘여기’ 조심…올림픽 앞두고 비상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3-14 09:21:40
    • 수정2024-03-14 1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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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로 드나드는 관문인 샤를드골 공항은 파리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공항에서 파리로, 거꾸로 파리에서 공항으로 가려면 통상 'A1' 고속도로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파리와 공항을 잇는 'A1' 도로 중간쯤, 파리 외곽 도시 중 치안이 나쁘기로 악명높은 '생드니'가 자리해 있습니다. 이 생드니 주변 'A1' 도로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절도, 강도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 택시 유리창 깨고 가방 낚아채기

먼저 지난해 5월, 소셜네트워크 X(옛 트위터)에서 3백만 회 이상 조회된 동영상부터 보시죠. 영상 출처는 Douyin, 틱톡(He Dantong)


이 영상은 한 중국인 유명 인플루언서가 파리에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A1'도로에서 당한 일을 직접 찍어 SNS에 올린 것입니다. 택시 한쪽 창문이 산산조각 난 채 시작하는 영상 속 장면들과 피해 인플루어서의 말을 종합해보면,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창문을 깨고 이들의 물건을 훔치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은 택시와 부딪치면서도 깨진 창문 틈으로 계속 절도를 시도 하려 합니다. 사실상의 강도 행각... 결국 택시가 인근 경찰서에 정차하면서, 절도 시도도 끝이 납니다.

이 인플루언서는 그러나 '피해자가 다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랑스 경찰이 도움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맹비난했습니다. 또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에서 쇼핑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파리에서 도둑들이 어떻게 극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해 영상을 공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영상에는 프랑스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직면한 치안 문제에 대한 여러 댓글이 달렸습니다.

"파리는 그렇게 마법 같은 곳이 아니다.
매일 A1 도로에서 아시아인이나 사우디인을 보자마자 택시를 들이받는 사람들이 있다."

-X(옛 트위터)에 달린 댓글 중

■ 범행 장소로 교통 체증 심한 터널 노려

A1 도로에서 일어나는 이런 범죄 행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2006년에 현지 언론에 처음 보도된 적이 있고,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수년 동안 계속돼 왔습니다. 다만 범죄 수법이 좀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프랑스 개인 렌터카 협회 측은 설명합니다.

협회 측은 이전에는 주로 A1 도로가 교통 체증을 빚을 때 누군가가 도로를 걸어다니면서 유리창을 깨고 관광객의 소지품을 훔쳐갔다면, 최근에는 앞서 보신 영상처럼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주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지 방송인 TF1 뉴스는 도둑들이 샤를 드골 공항에서 값비싼 가방이나 물건을 든 관광객을 표적으로 삼고, 그들이 탄 차량을 미행해 범행을 저지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A1 도로에서도 특히 병목 현상으로 늘 정체 현상을 빚는 '렁디 터널(Tunnel du Landy)'에서 범행이 주로 일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파리와 샤를드골 공항을 잇는 ‘A1’ 도로의 ‘렁디터널’에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출처: 프랑스 방송 TF1
정체된 차량의 창문을 망치나 돌로 부수고 물건을 훔친 뒤, 차량들 사이로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아난다는 겁니다. TF1과 인터뷰한 한 피해자는 절도 행각이 순식간에 벌어졌고, 정작 자신들은 교통 체증에 갇혀 따라갈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올림픽 기간, 교통 체증↑ 강도 위험도?"

이런 범죄의 온상인 생드니에 올해 파리 올림픽 선수촌이 조성되고 주경기장도 바로 그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야말로 올림픽의 중심이 되는 겁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를 새롭게 바꾸고,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겠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구상입니다.

문제는 생드니뿐 아니라 파리 도심에서도 주요 경기들이 펼쳐지는 만큼 생드니와 파리를 오가는 도로의 교통 체증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란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도로 위 범죄 위험도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프랑스 경찰은 지역 경찰을 총동원하고 A1 도로 상공에 헬리콥터를 띄우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특별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도로 위 차량을 상대로 한 이런 절도, 강도 행각이 그 전보다 14% 정도 줄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피해 신고가 접수된 범죄 건수는 50건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범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최근 피해자 중 한 명이 올림픽 준비를 위해 파리를 방문한 몽골 올림픽 대표단 단장입니다. 단장 부부는 지난해 10월 샤를드골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파리 숙소로 향하던 중 문제의 '렁디 터널'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오토바이 한 대가 이들 부부가 탄 택시에 접근해 창문을 부수고 귀금속이 들어있는 가방을 훔쳐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장 부부가 신고한 피해액은 금 귀걸이와 다이아몬드 귀걸이 등 60만 유로, 우리 돈 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주 만에 생드니에 사는 20대 남성 3명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고, 이들은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은 비슷한 시점에 사우디 여행객이 보석과 가죽 제품을 도난당한 사건도 이들 소행이라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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