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공보의 “뒤 봐줄 전문의 없는데…환자 해 끼칠까 걱정”

입력 2024.03.15 (09:00) 수정 2024.03.15 (09: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의료 취약 지역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158명이 어제(13일)부터 상급종합병원 20곳에서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자리를 채우려는 겁니다.

하지만 공보의·군의관을 긴급하게 투입하면서 이들의 역량과 근로 환경, 법적 보호 문제 등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보의가 자리를 비운 의료 취약 지역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공보의 군의관 투입 후 나오는 여러 우려와 지적에 대해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 10일입니다.

다음 날인 11일 곧바로 파견된 공보의와 군의관들은 이틀간의 교육을 거쳐 13일부터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파견 인력들은 진료 투입 전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업무 역량> "뒤 봐줄 전문의 거의 없어"…"충분한 수련 거쳐"

한 공보의는 KBS와의 통화에서 "교육 기간이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일부 병원은 하루만 교육을 받은 곳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파견된 158명 가운데 의대를 갓 졸업했거나 인턴까지만 수료한 일반의가 92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공보의는 "전공의 업무도 뒤를 봐줄 수 있는 교수나 전임의 등 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각종 치료나 의사 결정이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전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 걱정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가늘고 긴 바늘을 이용해 척수액 등을 채취하는 천자 시술의 경우 통상 레지던트 업무이지만 인턴에게 지시하는 병원도 있어, 지침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의에게 업무가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같은 레지던트라도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업무가 다르고 각각 체계적으로 교육과 책임이 분배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이 업무를 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위해가 가는 행위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파견된 전문의들의 경우 충분한 수련을 거쳤기 때문에 필요한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전공의 과정을 다 마치고, 현재 병원에서 이탈한 전공의보다 많은 수련을 받았다"며 "일반의들도 인턴 과정을 마친 분들은 병원 업무에 다 익숙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근로환경> '주 80시간 근무' 불만…"해당 병원 규정 따르도록 안내"

급박하게 파견이 이뤄지면서 파견 인력의 근로 시간 등 근무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통상 공보의 근로 시간은 주 40시간인데, 정부가 내놓은 업무 지침에는 "주 80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정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주 80시간 근무'는 법에서 정한 전공의들의 최대 근무 시간으로, 현행 전공의 수련 제도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왔습니다.


근로 시간이 과도하다는 우려에 박민수 중대본 1총괄조정관(복지부 차관)은 "지금 현장의 의료 상황이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의료현장의 어려운 인력 사정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다만, " 파견 기간이 4주간으로 단기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현장에 필요한 의료 수요에 맞춰 기존 의료진과 한팀이 되어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중대본은 "응급 환자의 진료를 위해서는 근로 시간을 변경할 수 있고 해당 병원의 근무 규정에 따르도록 안내했다"며 "근무시간 외의 근무를 명하거나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등에도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액으로 수당과 숙박비, 당직비 등을 제공할 것을 지침에 명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의료사고 위험> "법적 보호 보장받지 못해"..."책임보험료 정부 지원"

파견 인력이 의료 사고에 노출돼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KBS와 통화한 공보의는 "각 병원 소속 의사에 준하여 보호하고 일을 시키겠다는 지침을 받고 하루 만에 업무에 들어가면서, 배상 보험 가입이라든지 민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투입됐다"며 "이런 것들은 파견 이전에 완료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법적 보호 문제를 두고 "파견 인력이지만 정규 근무 인력과 동일한 팀으로 인식하고 동일한 법률적 보호를 하도록 지침에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병원은 책임 보험에 가입했는데, 파견자들도 가입 대상에 포함되도록 갱신할 것을 요청했고 보험료가 추가로 발생하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공보의 빠진 지역 우려..."대체 자원 있는 지역 위주로 차출"

파견된 공보의들이 자리를 비운 의료 취약 지역의 의료 공백도 문제입니다.

보건소 22곳과 보건지소 92곳에서 진료하던 공보의들이 파견됐는데, 이들 보건소의 진료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겁니다.

한 공보의는 "공보의 한 명이 3~4개 보건지소를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곳에 공백이 생기면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밝혔습니다.

파견으로 공백이 생긴 보건지소는 근처 지역의 다른 공보의가 순회 진료를 봐야 해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도 가평군의 보건지소 5곳의 경우 진료할 공보의가 없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13일,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공보의가 빠지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의료자원이 있거나 만성기 질병 위주인 지역 의료 환자들을 돌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는 곳을 중심으로 인력을 차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 파견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좀 (이해)해주십사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파견’ 공보의 “뒤 봐줄 전문의 없는데…환자 해 끼칠까 걱정”
    • 입력 2024-03-15 09:00:10
    • 수정2024-03-15 09:02:13
    심층K
의료 취약 지역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158명이 어제(13일)부터 상급종합병원 20곳에서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자리를 채우려는 겁니다.

하지만 공보의·군의관을 긴급하게 투입하면서 이들의 역량과 근로 환경, 법적 보호 문제 등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보의가 자리를 비운 의료 취약 지역에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공보의 군의관 투입 후 나오는 여러 우려와 지적에 대해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 10일입니다.

다음 날인 11일 곧바로 파견된 공보의와 군의관들은 이틀간의 교육을 거쳐 13일부터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파견 인력들은 진료 투입 전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업무 역량> "뒤 봐줄 전문의 거의 없어"…"충분한 수련 거쳐"

한 공보의는 KBS와의 통화에서 "교육 기간이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일부 병원은 하루만 교육을 받은 곳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파견된 158명 가운데 의대를 갓 졸업했거나 인턴까지만 수료한 일반의가 92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공보의는 "전공의 업무도 뒤를 봐줄 수 있는 교수나 전임의 등 전문의가 있기 때문에 각종 치료나 의사 결정이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전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 걱정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가늘고 긴 바늘을 이용해 척수액 등을 채취하는 천자 시술의 경우 통상 레지던트 업무이지만 인턴에게 지시하는 병원도 있어, 지침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의에게 업무가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같은 레지던트라도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업무가 다르고 각각 체계적으로 교육과 책임이 분배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이 업무를 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위해가 가는 행위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파견된 전문의들의 경우 충분한 수련을 거쳤기 때문에 필요한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전공의 과정을 다 마치고, 현재 병원에서 이탈한 전공의보다 많은 수련을 받았다"며 "일반의들도 인턴 과정을 마친 분들은 병원 업무에 다 익숙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근로환경> '주 80시간 근무' 불만…"해당 병원 규정 따르도록 안내"

급박하게 파견이 이뤄지면서 파견 인력의 근로 시간 등 근무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통상 공보의 근로 시간은 주 40시간인데, 정부가 내놓은 업무 지침에는 "주 80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정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주 80시간 근무'는 법에서 정한 전공의들의 최대 근무 시간으로, 현행 전공의 수련 제도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왔습니다.


근로 시간이 과도하다는 우려에 박민수 중대본 1총괄조정관(복지부 차관)은 "지금 현장의 의료 상황이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의료현장의 어려운 인력 사정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다만, " 파견 기간이 4주간으로 단기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현장에 필요한 의료 수요에 맞춰 기존 의료진과 한팀이 되어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중대본은 "응급 환자의 진료를 위해서는 근로 시간을 변경할 수 있고 해당 병원의 근무 규정에 따르도록 안내했다"며 "근무시간 외의 근무를 명하거나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등에도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정액으로 수당과 숙박비, 당직비 등을 제공할 것을 지침에 명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의료사고 위험> "법적 보호 보장받지 못해"..."책임보험료 정부 지원"

파견 인력이 의료 사고에 노출돼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KBS와 통화한 공보의는 "각 병원 소속 의사에 준하여 보호하고 일을 시키겠다는 지침을 받고 하루 만에 업무에 들어가면서, 배상 보험 가입이라든지 민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투입됐다"며 "이런 것들은 파견 이전에 완료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법적 보호 문제를 두고 "파견 인력이지만 정규 근무 인력과 동일한 팀으로 인식하고 동일한 법률적 보호를 하도록 지침에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병원은 책임 보험에 가입했는데, 파견자들도 가입 대상에 포함되도록 갱신할 것을 요청했고 보험료가 추가로 발생하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공보의 빠진 지역 우려..."대체 자원 있는 지역 위주로 차출"

파견된 공보의들이 자리를 비운 의료 취약 지역의 의료 공백도 문제입니다.

보건소 22곳과 보건지소 92곳에서 진료하던 공보의들이 파견됐는데, 이들 보건소의 진료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겁니다.

한 공보의는 "공보의 한 명이 3~4개 보건지소를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곳에 공백이 생기면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밝혔습니다.

파견으로 공백이 생긴 보건지소는 근처 지역의 다른 공보의가 순회 진료를 봐야 해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도 가평군의 보건지소 5곳의 경우 진료할 공보의가 없어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박민수 중대본 제1총괄조정관은 13일,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공보의가 빠지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의료자원이 있거나 만성기 질병 위주인 지역 의료 환자들을 돌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는 곳을 중심으로 인력을 차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 파견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좀 (이해)해주십사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 이재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