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로 뒤덮인 청정 하천…‘환경 보호한다던 국립공원공단’

입력 2024.03.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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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설악산 한계천 이끼·악취 발생
환경부 산하 기관 '설악산 생태탐방원'서 오염수 배출
강원 인제군, 과태료 2차례 부과
탐방원 측 "위탁업체 탓…처리시설 증설 전까지 하수 방류 중단"

설악산 한계천에 이끼간 낀 모습. 지난해 11월(좌), 올해 2월(우).설악산 한계천에 이끼간 낀 모습. 지난해 11월(좌), 올해 2월(우).

한반도 등줄기인 백두대간에 있는 설악산. 광대한 면적에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습니다.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1970년 국립공원, 1993년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습니다.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제일의 암석 지형의 빼어난 경관도 특징입니다.

이 같은 국립공원의 보호와 보전 등을 위해 일하는 곳이 ' 국립공원공단'입니다.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환경 보호가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기관,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설악산생태탐방원'이 정화가 덜 된 하수를 하천으로 방류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 설악 한계천 짙은 '이끼 띠' 현상…지난해엔 악취까지

강원도 인제 설악산 한계천 전경.강원도 인제 설악산 한계천 전경.

최근 강원도 설악산 한계천을 찾아가 봤습니다. 봄이 찾아오긴 했지만 겨울 사이 물이 상당히 말라, 유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천 안까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바닥과 돌멩이 표면이 거뭇거뭇합니다. 얼핏 보면 그림자가 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설악 한계천에서 꺼낸 돌 표면에는 짙게 변한 이끼가 끼어있다.설악 한계천에서 꺼낸 돌 표면에는 짙게 변한 이끼가 끼어있다.

하지만, 돌을 들어보니 상황이 달랐습니다. 돌 표면에 짙은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한 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이끼와 각종 부유물이 처음 발견된 곳부터 상류로 2㎞ 지점까지 띠를 이루며 번져 있었습니다.

마을주민들에게 받은 지난해 초가을 당시 영상은 더 심했습니다. 짙은 녹색의 녹조류인 이끼가 하천을 뒤덮은 모습이었습니다. 주민 나병호 씨는 "여름 끝 무렵에는 악취까지 진동해서 물놀이객들이 와서 기겁하고 돌아갔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해줬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계천의 모습. 푸른 이끼로 가득하다.지난해 11월 한계천의 모습. 푸른 이끼로 가득하다.

■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 오염수 방류

이끼 띠 현상이 처음 시작되는 지점에는 '배수로'가 놓여있었습니다.

실제로 하천의 색깔이 하천으로 뚫려 있는 배수로를 기점으로 상류와 하류가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배수로 상류는 돌멩이나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라면, 하류부터는 얼룩덜룩한 각종 부유물과 이끼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설악산생태탐방원 배수로를 기점으로 상류는 물이 맑고, 하류 돌에는 이끼가 끼어있다.설악산생태탐방원 배수로를 기점으로 상류는 물이 맑고, 하류 돌에는 이끼가 끼어있다.

해당 배수로가 연결된 곳은 '설악산생태탐방원'입니다. 하루 최대 100명이 투숙할 수 있는 숙박시설 20여 개가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 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이 2017년 만든 시설입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생활하수는 자체 하수처리시설을 거쳐서 하천으로 방류하게 되는데, 이 처리시설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염수가 하천에 그대로 흘러든 겁니다.

생태탐방원 배수로를 기점으로 하류 방향으로 이끼 띠 현상이 나타났다.생태탐방원 배수로를 기점으로 하류 방향으로 이끼 띠 현상이 나타났다.

■ 방류수 오염 지표, 기준치 최대 4배 초과…2차례나 적발

강원 인제군은 지난해 10월 설악산생태탐방원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4개 검사 항목이 법정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법정 기준치는 10ppm인데, 탐방원의 방류수에서는 42.4ppm이 나왔습니다. 오염물질이 기준치보다 4.2배나 많았던 것입니다.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부유물질(SS)은 3.6배, 총인(TP)은 3.2배, 총질소(TN)은 1.2배 많이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과태료 200만 원 부과 와 3개월 개선명령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탐방원 방류수 수질을 검사한 결과, 오염지표가 각각 서너배씩 기준치를 초과했다.탐방원 방류수 수질을 검사한 결과, 오염지표가 각각 서너배씩 기준치를 초과했다.

개선 명령 3개월 뒤인 올해 2월, 인제군은 또다시 탐방원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했습니다. 이번에도 일부 항목에서는 법정 기준치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BOD항목은 2.6배, 총질소(TN) 항목은 3개월 전과 똑같이 1.2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속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과태료 200만 원이 추가로 부과됐습니다.

■ 탐방원 "잘못 인정…개선 조치 이행 중"

설악산생태탐방원.설악산생태탐방원.

탐방원 측은 자체 하수처리시설과 관련해, 전문처리 업체에 위탁을 맡겨왔는데, 해당 업체의 잘못으로 이번 일이 발생했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개선명령을 받고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 업체를 변경했지만, 또다시 기준치를 넘은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밝혔습니다.

후속 조치로 하수 처리시설 용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4월) 초까지 기존 하루 60톤을 110톤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증설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진 하수를 하천에 방류하는 걸 중단하고, 펌프차 등을 이용해 직접 공공 하수종말처리장에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또, 숙박시설 가동률은 30%로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탐방원 측은 방류수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맞지만, 한계천에 이끼가 낀 것이 직접적으로 방류수에 의한 것인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 인제군 "향후 지켜볼 것"…마을 주민 "원인규명과 복원"

한계천 바닥에 돌들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다.한계천 바닥에 돌들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다.

강원 인제군은 3개월 뒤인 올해 5월 한 번 더 한계천 방류수 수질 검사를 하게 됩니다.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과태료가 아닌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끼로 뒤덮인 한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수세미로 직접 돌들을 꺼내 닦아내는 작업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들은 이끼 띠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하고, 한계천 복원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생태탐방원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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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7 0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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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한계천 이끼·악취 발생<br />환경부 산하 기관 '설악산 생태탐방원'서 오염수 배출<br />강원 인제군, 과태료 2차례 부과<br />탐방원 측 "위탁업체 탓…처리시설 증설 전까지 하수 방류 중단"<br />
설악산 한계천에 이끼간 낀 모습. 지난해 11월(좌), 올해 2월(우).
한반도 등줄기인 백두대간에 있는 설악산. 광대한 면적에 수많은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습니다.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1970년 국립공원, 1993년엔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습니다. 울산바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제일의 암석 지형의 빼어난 경관도 특징입니다.

이 같은 국립공원의 보호와 보전 등을 위해 일하는 곳이 ' 국립공원공단'입니다.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환경 보호가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기관,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설악산생태탐방원'이 정화가 덜 된 하수를 하천으로 방류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 설악 한계천 짙은 '이끼 띠' 현상…지난해엔 악취까지

강원도 인제 설악산 한계천 전경.
최근 강원도 설악산 한계천을 찾아가 봤습니다. 봄이 찾아오긴 했지만 겨울 사이 물이 상당히 말라, 유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천 안까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바닥과 돌멩이 표면이 거뭇거뭇합니다. 얼핏 보면 그림자가 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설악 한계천에서 꺼낸 돌 표면에는 짙게 변한 이끼가 끼어있다.
하지만, 돌을 들어보니 상황이 달랐습니다. 돌 표면에 짙은 이끼가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한 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이끼와 각종 부유물이 처음 발견된 곳부터 상류로 2㎞ 지점까지 띠를 이루며 번져 있었습니다.

마을주민들에게 받은 지난해 초가을 당시 영상은 더 심했습니다. 짙은 녹색의 녹조류인 이끼가 하천을 뒤덮은 모습이었습니다. 주민 나병호 씨는 "여름 끝 무렵에는 악취까지 진동해서 물놀이객들이 와서 기겁하고 돌아갔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해줬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계천의 모습. 푸른 이끼로 가득하다.
■ 국립공원공단 설악산생태탐방원, 오염수 방류

이끼 띠 현상이 처음 시작되는 지점에는 '배수로'가 놓여있었습니다.

실제로 하천의 색깔이 하천으로 뚫려 있는 배수로를 기점으로 상류와 하류가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배수로 상류는 돌멩이나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라면, 하류부터는 얼룩덜룩한 각종 부유물과 이끼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설악산생태탐방원 배수로를 기점으로 상류는 물이 맑고, 하류 돌에는 이끼가 끼어있다.
해당 배수로가 연결된 곳은 '설악산생태탐방원'입니다. 하루 최대 100명이 투숙할 수 있는 숙박시설 20여 개가 있습니다. 환경부 산하 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이 2017년 만든 시설입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생활하수는 자체 하수처리시설을 거쳐서 하천으로 방류하게 되는데, 이 처리시설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염수가 하천에 그대로 흘러든 겁니다.

생태탐방원 배수로를 기점으로 하류 방향으로 이끼 띠 현상이 나타났다.
■ 방류수 오염 지표, 기준치 최대 4배 초과…2차례나 적발

강원 인제군은 지난해 10월 설악산생태탐방원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4개 검사 항목이 법정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법정 기준치는 10ppm인데, 탐방원의 방류수에서는 42.4ppm이 나왔습니다. 오염물질이 기준치보다 4.2배나 많았던 것입니다.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부유물질(SS)은 3.6배, 총인(TP)은 3.2배, 총질소(TN)은 1.2배 많이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과태료 200만 원 부과 와 3개월 개선명령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탐방원 방류수 수질을 검사한 결과, 오염지표가 각각 서너배씩 기준치를 초과했다.
개선 명령 3개월 뒤인 올해 2월, 인제군은 또다시 탐방원 방류수의 수질을 검사했습니다. 이번에도 일부 항목에서는 법정 기준치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BOD항목은 2.6배, 총질소(TN) 항목은 3개월 전과 똑같이 1.2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속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과태료 200만 원이 추가로 부과됐습니다.

■ 탐방원 "잘못 인정…개선 조치 이행 중"

설악산생태탐방원.
탐방원 측은 자체 하수처리시설과 관련해, 전문처리 업체에 위탁을 맡겨왔는데, 해당 업체의 잘못으로 이번 일이 발생했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개선명령을 받고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 업체를 변경했지만, 또다시 기준치를 넘은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밝혔습니다.

후속 조치로 하수 처리시설 용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4월) 초까지 기존 하루 60톤을 110톤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증설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진 하수를 하천에 방류하는 걸 중단하고, 펌프차 등을 이용해 직접 공공 하수종말처리장에 실어나르고 있습니다. 또, 숙박시설 가동률은 30%로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탐방원 측은 방류수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맞지만, 한계천에 이끼가 낀 것이 직접적으로 방류수에 의한 것인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 인제군 "향후 지켜볼 것"…마을 주민 "원인규명과 복원"

한계천 바닥에 돌들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다.
강원 인제군은 3개월 뒤인 올해 5월 한 번 더 한계천 방류수 수질 검사를 하게 됩니다.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과태료가 아닌 영업정지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끼로 뒤덮인 한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수세미로 직접 돌들을 꺼내 닦아내는 작업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들은 이끼 띠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하고, 한계천 복원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생태탐방원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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