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후 한 달에 한 번꼴 공개처형”…유엔서 탈북자 증언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3.18 (11:04) 수정 2024.03.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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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으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강력범죄가 늘었고, 공개처형 건수도 늘어났다. 2020년부터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공개처형을 목격했다."

지난해 5월 북한 황해남도에서 가족과 함께 목선을 타고 서해를 건너 탈북한 30대 김 모 씨의 증언입니다. 김 씨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에 관한 부대 행사에서 현지시각 15일, 코로나19 유행 당시 북한 내부 상황 등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 탈북 사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런 만큼 어렵게 탈북에 성공한 김 씨의 증언은 코로나19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 "집에 들어와 개인의 식량까지 빼앗아"

김 씨가 이번에 증언한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북한에서는 식량 값이 폭등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탈북민 김 씨 증언

"2020년 5월 11일, 장을 보러 갔을 때 지인들로부터 국경 봉쇄가 시작되니 약을 사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튿날 약을 사러 갔더니 약국이 닫혀 있었고, '약국이 약을 팔면 역적이라고 했다'고 들었다. 그다음 날인 13일에는 독감을 막기 위한 방침이 우리 지역의 인민반, 기업소 강연 등을 통해 내려와서 마스크를 두 개씩 착용해야 했다. 또 군과 군 사이, 리와 리 사이도 못 넘어가는 봉쇄가 석 달간 이어졌다. 조선중앙TV에서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도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코로나 기간 국가가 우리 지역의 장사도 통제해 물품의 유통이 막혔고, 식량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정부는 '개인이 식량을 팔면 역적'이라며 엄중히 처벌했다. 개인이 장에서 식량을 팔지 못하게 통제하니, 식량을 사려고 헤매는 사람이 많았고, 어쩌다 몰래 식량을 팔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러니 식량값이 폭등하게 되었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개인의 식량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2019년 11월 어느 날엔 우리 집에 15명 정도가 들이닥쳤다. 당시 어머니 혼자 집에 있었는데, 어머니를 밀치고 집안에 들어와 1톤가량의 벼를 빼앗아 차에 싣고 달아났다. 수색영장도 없이 모자라는 군량미를 충당한다며 가택수색을 벌인 것이다. 2020년 가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보안원이 가택수색을 하러 집안에 들어왔고, 내가' 내 돈으로 사들인 곡식인데 왜 뺏냐'고 하자, 보안원은 또다시 '이 땅에 네 것이 어디 있어, 네가 밟고 서 있는 땅도 네 것이 아니고,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공기마저도 다 당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이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영상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황해남도 내 다른 지역 출신 한 남성과의 대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 속 남성은 바다에서 게를 잡아 오는 주민을 해안경비대가 가차 없이 총으로 쏜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북한 정부와 군의 무도함을 폭로합니다.

영상 후반부에는 지난해 4월, 황해도의 어느 길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도 찍혀 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장사를 하러 다른 지역에 갔다가 길가에서 쓰러진 사람을 봤는데, 마을 사람들 말로는 그 사람이 배가 고파 하루 넘게 그렇게 쓰러져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마을 사람들에게서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식량 부족해지자 강력범죄 늘어나"

탈북민 김 씨 증언

식량이 부족해지고,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강력범죄가 늘어났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2012년쯤부터 약 7년 간 공개처형이 없었는데, 2019년부터 다시 공개처형을 하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공개처형의 수가 많아졌다. 이때부터 최근 3년간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공개처형 하는 것을 봤다. 점차 사형수(대상자)의 수도 많아져 어떤 때는 한번에 9~11명씩 총살할 때도 있었다.

북한에서는 군당선전부방송원이 사형 현장에서 누가 무슨 죄목으로 사형을 당하는지 설명하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총살 장면을 보게 된다. 지난해 3월까지 총살 장면을 계속 본 군당선전부방송원이 여러 번 총에 맞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형수의 모습을 보고 구토를 하고 까무러친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내가 목격한 공개처형의 90%는 혼자 사는 노인의 집에 들어가 식량이나 돈을 훔치려다 칼로 찌른 경우나 지나가는 자전거의 식량을 훔치려다 사람을 죽게 한 경우와 같은 강력범죄였다.

■ "남조선 노래·영화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탈북민 김 씨 증언

내가 목격한 공개처형의 나머지 10 퍼센트는 한국, 미국, 일본의 콘텐츠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경우였다. 2020년 10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생겨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되거나 외국 노래를 듣다가 적발되면 10년까지 교화소에 갈 수 있었고, 유포하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었다.

나는 2022년 7월 26일에 이 법에 따라 공개 총살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는데, 남조선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고 친구들에게 유포했다는 죄명으로 22살 먹은 애를 공개총살했다. 공개처형을 목격한 사람들은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기만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북한의 상황이 더 심각해졌고, 통제와 착취를 겪으며 자신과 가족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영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규리 씨도 참석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여동생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탈북했던 김 씨의 동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지난 1월부터 런던의 중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인권연맹(FIDH), 캐나다의 한보이스(HanVoice) 등 전 세계 20개 북한 인권 활동 단체가 주최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올해 발간 10주년을 맞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포괄적인 갱신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새 북한인권결의안에 넣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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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3-18 1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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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북한 황해남도에서 가족과 함께 목선을 타고 서해를 건너 탈북한 30대 김 모 씨의 증언입니다. 김 씨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에 관한 부대 행사에서 현지시각 15일, 코로나19 유행 당시 북한 내부 상황 등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 탈북 사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런 만큼 어렵게 탈북에 성공한 김 씨의 증언은 코로나19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 "집에 들어와 개인의 식량까지 빼앗아"

김 씨가 이번에 증언한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북한에서는 식량 값이 폭등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탈북민 김 씨 증언

"2020년 5월 11일, 장을 보러 갔을 때 지인들로부터 국경 봉쇄가 시작되니 약을 사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튿날 약을 사러 갔더니 약국이 닫혀 있었고, '약국이 약을 팔면 역적이라고 했다'고 들었다. 그다음 날인 13일에는 독감을 막기 위한 방침이 우리 지역의 인민반, 기업소 강연 등을 통해 내려와서 마스크를 두 개씩 착용해야 했다. 또 군과 군 사이, 리와 리 사이도 못 넘어가는 봉쇄가 석 달간 이어졌다. 조선중앙TV에서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도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코로나 기간 국가가 우리 지역의 장사도 통제해 물품의 유통이 막혔고, 식량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정부는 '개인이 식량을 팔면 역적'이라며 엄중히 처벌했다. 개인이 장에서 식량을 팔지 못하게 통제하니, 식량을 사려고 헤매는 사람이 많았고, 어쩌다 몰래 식량을 팔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러니 식량값이 폭등하게 되었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개인의 식량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2019년 11월 어느 날엔 우리 집에 15명 정도가 들이닥쳤다. 당시 어머니 혼자 집에 있었는데, 어머니를 밀치고 집안에 들어와 1톤가량의 벼를 빼앗아 차에 싣고 달아났다. 수색영장도 없이 모자라는 군량미를 충당한다며 가택수색을 벌인 것이다. 2020년 가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보안원이 가택수색을 하러 집안에 들어왔고, 내가' 내 돈으로 사들인 곡식인데 왜 뺏냐'고 하자, 보안원은 또다시 '이 땅에 네 것이 어디 있어, 네가 밟고 서 있는 땅도 네 것이 아니고,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공기마저도 다 당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이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영상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영상은 황해남도 내 다른 지역 출신 한 남성과의 대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 속 남성은 바다에서 게를 잡아 오는 주민을 해안경비대가 가차 없이 총으로 쏜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북한 정부와 군의 무도함을 폭로합니다.

영상 후반부에는 지난해 4월, 황해도의 어느 길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도 찍혀 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장사를 하러 다른 지역에 갔다가 길가에서 쓰러진 사람을 봤는데, 마을 사람들 말로는 그 사람이 배가 고파 하루 넘게 그렇게 쓰러져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마을 사람들에게서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식량 부족해지자 강력범죄 늘어나"

탈북민 김 씨 증언

식량이 부족해지고,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강력범죄가 늘어났다. 내가 살던 지역에서는 2012년쯤부터 약 7년 간 공개처형이 없었는데, 2019년부터 다시 공개처형을 하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공개처형의 수가 많아졌다. 이때부터 최근 3년간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공개처형 하는 것을 봤다. 점차 사형수(대상자)의 수도 많아져 어떤 때는 한번에 9~11명씩 총살할 때도 있었다.

북한에서는 군당선전부방송원이 사형 현장에서 누가 무슨 죄목으로 사형을 당하는지 설명하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총살 장면을 보게 된다. 지난해 3월까지 총살 장면을 계속 본 군당선전부방송원이 여러 번 총에 맞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형수의 모습을 보고 구토를 하고 까무러친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내가 목격한 공개처형의 90%는 혼자 사는 노인의 집에 들어가 식량이나 돈을 훔치려다 칼로 찌른 경우나 지나가는 자전거의 식량을 훔치려다 사람을 죽게 한 경우와 같은 강력범죄였다.

■ "남조선 노래·영화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

탈북민 김 씨 증언

내가 목격한 공개처형의 나머지 10 퍼센트는 한국, 미국, 일본의 콘텐츠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경우였다. 2020년 10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생겨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되거나 외국 노래를 듣다가 적발되면 10년까지 교화소에 갈 수 있었고, 유포하다 적발되는 경우에는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었다.

나는 2022년 7월 26일에 이 법에 따라 공개 총살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는데, 남조선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고 친구들에게 유포했다는 죄명으로 22살 먹은 애를 공개총살했다. 공개처형을 목격한 사람들은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기만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북한의 상황이 더 심각해졌고, 통제와 착취를 겪으며 자신과 가족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영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규리 씨도 참석해,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여동생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탈북했던 김 씨의 동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지난 1월부터 런던의 중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과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인권연맹(FIDH), 캐나다의 한보이스(HanVoice) 등 전 세계 20개 북한 인권 활동 단체가 주최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올해 발간 10주년을 맞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포괄적인 갱신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새 북한인권결의안에 넣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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