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부담에 ‘이것’마저 줄였다?

입력 2024.03.18 (11:47) 수정 2024.03.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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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가계 소비 지출에서 단 한 번도 증가 흐름이 꺾이지 않았던 유일한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교육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교육에 들어가는 돈 만큼은 쉽게 줄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비가 가계 소비 '최후의 보루'란 표현도 나오는데요.


그런데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교육비 지출 추세에도 반전이 생겼습니다.

BC카드의 매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 분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전보다는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첫 감소입니다.


BC카드는 지난 4년 동안 발생된 교육 분야 매출을 1년 단위로 묶어 분석했는데요. 고물가 상황이 지속 되는 가운데서도 교육 분야 매출은 지난해 초까지 꾸준히 매출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최근 들어 감소세로 전환하며 4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202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된 교육 분야에서의 소비가 직전(2022년 3월~2023년 2월) 기간 대비 급감한 원인으로는 사교육비 지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매출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예체능학원(31.5%↓)과 보습학원(26.7%↓), 외국어학원(26.5%↓)에서 매출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이 과도한 부담으로 여기는 '사교육비 지출'이 어느 정도 줄었다는 통계는 사실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교육비 감소 추세는 전방위적인 물가 부담에 따른 고육지책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그동안의 통계는 우리나라 가구가 어려운 살림 여건에서도 교육비 지출만큼은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필요에 따라 늘려오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가계의 물가 부담이 더 커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계는 교육비뿐 아니라 주요 업종의 다른 소비 지출도 모두 줄이고 있습니다.

주유비 등이 포함된 교통 업종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3% 감소했습니다.

레저(-13.6%), 식음료(-11.1%), 문화(-5.7%), 의료(-8.1%) 업종도 모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습니다.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한 부문은 쇼핑(+3.8%)이었는데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했고 온라인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고물가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쿠폰 등을 적용해 할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BC카드 연구소는 "주요 업종에서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10% 이상씩 감소하는 등 고물가 영향을 받아 가계 소비 심리 위축이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 '내수 둔화' 계속…"물가가 발목"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는 둔화 흐름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높은 물가는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3월호'에서 "고금리 기조로 인한 지출 여력 축소와 공급 여건 악화에 따른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 폭 확대는 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소비는 상품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서비스 소비도 미약한 증가세에 그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면 생활 형편에 대한 판단을 묻는 지표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94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등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현상은 지속 되고 있어 가계의 소비 여력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 물가 왜 이렇게 안 잡히나?

정부도 '물가 잡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고, 일부 기업들도 가격을 동결하는 등 나름 이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왜 물가는 잡히지 않는 걸까요.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가 하나의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한은은 최근 소비자원 생필품 가격 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를 분석했는데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 209개 제품의 가격 인상과 인하 빈도를 조사해봤더니 2018년~2021년 월평균 11%에서 2022년~2023년 15.6%로 상승했습니다.

과거에 9개월에 한 번 꼴로 상품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로는 6개월에 한 번 정도로 가격을 조금씩, 대신 더 자주 올렸다는 겁니다. 팬데믹 이전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이후에는 1년에 약 2번 정도 가격을 올린셈이 됩니다.

가격을 올리는 주기는 팬데믹 이전 16개월 수준에서 이후로는 10개월로 단축됐습니다. 반면 가격 인하 빈도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2년 동안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주도한 건 이런 잦은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상황보다 빠르게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물가는 언제쯤 잡히는 거냐. 누구도 속시원한 답을 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상당 기간 큰 변동성을 보일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물가 흐름도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 할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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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8 11:47:48
    • 수정2024-03-18 11: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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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가계 소비 지출에서 단 한 번도 증가 흐름이 꺾이지 않았던 유일한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교육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교육에 들어가는 돈 만큼은 쉽게 줄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비가 가계 소비 '최후의 보루'란 표현도 나오는데요.


그런데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교육비 지출 추세에도 반전이 생겼습니다.

BC카드의 매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교육 분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 전보다는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 보면 첫 감소입니다.


BC카드는 지난 4년 동안 발생된 교육 분야 매출을 1년 단위로 묶어 분석했는데요. 고물가 상황이 지속 되는 가운데서도 교육 분야 매출은 지난해 초까지 꾸준히 매출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최근 들어 감소세로 전환하며 4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202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된 교육 분야에서의 소비가 직전(2022년 3월~2023년 2월) 기간 대비 급감한 원인으로는 사교육비 지출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매출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예체능학원(31.5%↓)과 보습학원(26.7%↓), 외국어학원(26.5%↓)에서 매출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이 과도한 부담으로 여기는 '사교육비 지출'이 어느 정도 줄었다는 통계는 사실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의 교육비 감소 추세는 전방위적인 물가 부담에 따른 고육지책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그동안의 통계는 우리나라 가구가 어려운 살림 여건에서도 교육비 지출만큼은 줄이지 않거나 오히려 필요에 따라 늘려오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가계의 물가 부담이 더 커졌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계는 교육비뿐 아니라 주요 업종의 다른 소비 지출도 모두 줄이고 있습니다.

주유비 등이 포함된 교통 업종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3% 감소했습니다.

레저(-13.6%), 식음료(-11.1%), 문화(-5.7%), 의료(-8.1%) 업종도 모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습니다.

유일하게 매출이 증가한 부문은 쇼핑(+3.8%)이었는데 오프라인 매출은 감소했고 온라인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고물가에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쿠폰 등을 적용해 할인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BC카드 연구소는 "주요 업종에서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10% 이상씩 감소하는 등 고물가 영향을 받아 가계 소비 심리 위축이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 '내수 둔화' 계속…"물가가 발목"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는 둔화 흐름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높은 물가는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3월호'에서 "고금리 기조로 인한 지출 여력 축소와 공급 여건 악화에 따른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 폭 확대는 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소비는 상품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서비스 소비도 미약한 증가세에 그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면 생활 형편에 대한 판단을 묻는 지표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94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등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물가, 고금리 현상은 지속 되고 있어 가계의 소비 여력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 물가 왜 이렇게 안 잡히나?

정부도 '물가 잡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고, 일부 기업들도 가격을 동결하는 등 나름 이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왜 물가는 잡히지 않는 걸까요.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가 하나의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한은은 최근 소비자원 생필품 가격 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를 분석했는데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등 209개 제품의 가격 인상과 인하 빈도를 조사해봤더니 2018년~2021년 월평균 11%에서 2022년~2023년 15.6%로 상승했습니다.

과거에 9개월에 한 번 꼴로 상품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로는 6개월에 한 번 정도로 가격을 조금씩, 대신 더 자주 올렸다는 겁니다. 팬데믹 이전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이후에는 1년에 약 2번 정도 가격을 올린셈이 됩니다.

가격을 올리는 주기는 팬데믹 이전 16개월 수준에서 이후로는 10개월로 단축됐습니다. 반면 가격 인하 빈도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2년 동안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주도한 건 이런 잦은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상황보다 빠르게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물가는 언제쯤 잡히는 거냐. 누구도 속시원한 답을 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상당 기간 큰 변동성을 보일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특히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물가 흐름도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 할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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