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예측 없이 배수시설·댐·교량 설계…침수 위험↑”

입력 2024.03.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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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8일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침수된 도로 위의 차량들2022년 8월 8일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침수된 도로 위의 차량들

2022년 8월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대에 115년 만의 기록적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강남역 인근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남매가 맨홀에 빠져 숨지는 등 8명이 숨졌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선 '50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41.5mm의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이 같은 집중호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배수시설과 댐, 교량 등의 설계 기준이 미래 위험을 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를 한 감사원이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설계기준을 개정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겁니다.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강수일수 줄어들지만, 강수량 늘어"

유엔 산하 기후 관련 국제기구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정도를 4단계로 나누고, 이를 단기(2040년), 중지(2070년), 장기(2100년)로 구분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화와 기구 기후모델 등을 감안해 각 시나리오 단계별로 강수량, 기온 등 기후 변수 전망치를 제시한 겁니다.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으로 지구 물순환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전세계 육지 강수량이 최대 13%까지 증가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에 따라 홍수 위험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통해 강수일수는 약 14일 줄어드나 강수량은 최대 16%까지 증가하는 등 강수 강도가 과거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홍수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도심 배수시설, 댐, 교량 등을 대상으로 각각의 방재 기준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지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해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 중 캡처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 중 캡처

■우리나라 방재 기준 수준 미흡.."36%가 목표치보다 비 더 많이 와"

우리 정부는 지역별로 재해 예방이 가능한 시간당 및 연속강우량 목표를 '방재 성능 목표'로 설정해 이를 기준으로 배수시설 등을 설계토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이 시간당 강우량 100mm를 방재 성능 목표로 설정하면 해당 지역 방재시설은 시간당 100mm까지 비가와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하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현재 방재 성능 목표가 집중호우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지 따져봤습니다.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구 침수 당시 시간당 강우량은 116mm였습니다. 당시 방재 성능 목표 100mm를 웃돌았습니다.

이처럼 기상청 강우량이 방재 성능 목표보다 많았던 사례를 최근 10년간 전국 213개 지자체에서 찾아보니 36.2%에 달하는 77개 지자체에서 1개 연도 이상 방재 성능 목표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 중 캡처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 중 캡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우 최근 10년 중 9년 동안 방재 성능 목표 강우량보다 비가 더 많이 왔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토연구원은 2022년 8월 강남역 침수피해 등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방재 성능 목표를 넘어서는 국지성 극한 기후를 그 원인으로 진단하고 방재 성능 목표를 상향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 침수 피해액 적용 예상치보다 4,655억 원 늘어

감사원은 자연재해 저감 종합 계획을 수립 중이던 경기도 시흥시를 대상으로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분석해봤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시흥시의 방재 성능 목표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절한지 확인하려 한 겁니다.

시흥시 도심 15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시나리오 중 최악의 경우 도심지 침수 피해액이 현재의 방재 성능 목표 적용 예상치보다 4,655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가장 큰 시나리오를 적용한 경우에도 침수 피해액이 기존의 2,563억 원보다 1,421억 원이나 늘어나는 등 분석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피해액이 늘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침수 막을 방재 성능 목표 마련".."댐·교량도 기후 변화 대비 부족"

이에 감사원은 최근 늘어나는 집중호우와 도시화를 고려하면 방재 성능 목표 개선이 시급하다며 미래 기후변화에 맞게 강우 증가율을 예측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재 성능 목표 수립 방안을 마련하라고 행안부에 통보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댐과 교량에서도 발생했습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국내 14개 댐의 안정성을 분석했는데, 소양강댐과 평화의댐에서 물이 넘치는 월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 겁니다.

25개 하천 313개 교량의 안정성 분석에서도 홍수량 증가로 물이 넘치거나 교량 등이 패이는 세굴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감사원은 댐과 교량 등과 관련해 미래 기후변화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련 환경부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폭염으로 인한 고속철도 철로 휘어짐에 대한 대비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안전성 강화 방안 마련 역시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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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8 18: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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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8일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침수된 도로 위의 차량들
2022년 8월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일대에 115년 만의 기록적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강남역 인근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남매가 맨홀에 빠져 숨지는 등 8명이 숨졌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선 '50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41.5mm의 비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이 같은 집중호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배수시설과 댐, 교량 등의 설계 기준이 미래 위험을 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를 한 감사원이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설계기준을 개정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겁니다.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강수일수 줄어들지만, 강수량 늘어"

유엔 산하 기후 관련 국제기구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정도를 4단계로 나누고, 이를 단기(2040년), 중지(2070년), 장기(2100년)로 구분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변화와 기구 기후모델 등을 감안해 각 시나리오 단계별로 강수량, 기온 등 기후 변수 전망치를 제시한 겁니다.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으로 지구 물순환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전세계 육지 강수량이 최대 13%까지 증가할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에 따라 홍수 위험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통해 강수일수는 약 14일 줄어드나 강수량은 최대 16%까지 증가하는 등 강수 강도가 과거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홍수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도심 배수시설, 댐, 교량 등을 대상으로 각각의 방재 기준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지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해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 중 캡처
■우리나라 방재 기준 수준 미흡.."36%가 목표치보다 비 더 많이 와"

우리 정부는 지역별로 재해 예방이 가능한 시간당 및 연속강우량 목표를 '방재 성능 목표'로 설정해 이를 기준으로 배수시설 등을 설계토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이 시간당 강우량 100mm를 방재 성능 목표로 설정하면 해당 지역 방재시설은 시간당 100mm까지 비가와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하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현재 방재 성능 목표가 집중호우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지 따져봤습니다.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구 침수 당시 시간당 강우량은 116mm였습니다. 당시 방재 성능 목표 100mm를 웃돌았습니다.

이처럼 기상청 강우량이 방재 성능 목표보다 많았던 사례를 최근 10년간 전국 213개 지자체에서 찾아보니 36.2%에 달하는 77개 지자체에서 1개 연도 이상 방재 성능 목표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보고서 중 캡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우 최근 10년 중 9년 동안 방재 성능 목표 강우량보다 비가 더 많이 왔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토연구원은 2022년 8월 강남역 침수피해 등을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방재 성능 목표를 넘어서는 국지성 극한 기후를 그 원인으로 진단하고 방재 성능 목표를 상향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 침수 피해액 적용 예상치보다 4,655억 원 늘어

감사원은 자연재해 저감 종합 계획을 수립 중이던 경기도 시흥시를 대상으로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분석해봤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시흥시의 방재 성능 목표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절한지 확인하려 한 겁니다.

시흥시 도심 15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시나리오 중 최악의 경우 도심지 침수 피해액이 현재의 방재 성능 목표 적용 예상치보다 4,655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가장 큰 시나리오를 적용한 경우에도 침수 피해액이 기존의 2,563억 원보다 1,421억 원이나 늘어나는 등 분석한 모든 시나리오에서 피해액이 늘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침수 막을 방재 성능 목표 마련".."댐·교량도 기후 변화 대비 부족"

이에 감사원은 최근 늘어나는 집중호우와 도시화를 고려하면 방재 성능 목표 개선이 시급하다며 미래 기후변화에 맞게 강우 증가율을 예측해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재 성능 목표 수립 방안을 마련하라고 행안부에 통보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는 댐과 교량에서도 발생했습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국내 14개 댐의 안정성을 분석했는데, 소양강댐과 평화의댐에서 물이 넘치는 월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 겁니다.

25개 하천 313개 교량의 안정성 분석에서도 홍수량 증가로 물이 넘치거나 교량 등이 패이는 세굴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감사원은 댐과 교량 등과 관련해 미래 기후변화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련 환경부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폭염으로 인한 고속철도 철로 휘어짐에 대한 대비도 미흡한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안전성 강화 방안 마련 역시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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