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구역 조업하고 기상 악화 때 더 출항”…무리한 조업 왜?

입력 2024.03.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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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사고 현장에서 해경이 선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지난 14일, 사고 현장에서 해경이 선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과 14일,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잇따라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선원 8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습니다. 두 어선은 각각 제주와 부산 선적으로 조업 중 배가 침몰했습니다. 특히 14일 침몰한 쌍끌이 선박은 조업 금지 구역 인근에서 침몰한 것으로 보여 해경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사고 당시 상황 추정 그래픽사고 당시 상황 추정 그래픽

사고 당시 이 어선에는 정어리 40여 톤이 실려 있었습니다. 과적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많은 양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어획물이 어창이 아닌 배 뒤 갑판 좌측에 실려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사고 전날 저녁부터 어선 위치 발신장치의 항적도 끊겨 해경은 불법 조업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금지구역 인근에서 항적까지 사라진 배가 침몰한 사건에 대해 어민들은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봄철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무리한 작업을 하는 어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산란기 어획량 늘리려다 무리한 조업…사고위험 높여

봄철이 되면 물고기들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이 때문에 먼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배들의 어획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날씨 변화도 심해 실제 조업할 수 있는 날짜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자주 잡으러 나가기 위해 무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어민은 "금지구역에서 조업하는 일은 빈번하다"며 어획량을 늘리려면 쌍끌이 선박 같은 배들이 무리해서라도 암초가 있거나 자주 가지 않은 곳을 찾아 조업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초에 걸리거나, 익숙하지 않은 항로에서 높은 파도에 휩쓸려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지난 9일 사고 당시 구조 작업 모습지난 9일 사고 당시 구조 작업 모습

날씨도 무시…단속선도 못 뜨는 날 출항

위험한 조업은 날씨도 가리지 않습니다. 강풍·풍랑주의보 등이 발효되거나 태풍이 오면 조업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는 배들도 많습니다.

한 어민은 " 큰 배도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위험하다고 들어오는데, 바로 옆에서 작은 배가 출항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는데요.

해경 단속선조차 뜨기 힘든 날을 노려 조업에 나서는 배도 있다고 하는데요. 비가 올 때는 어획량이 작다보니 생선 단가가 높아지는데, 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조업에 나선다는 겁니다.

매달 자치단체마다 안전 점검을 벌이고, 해경이 단속에 나서도 불법 조업을 막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수산자원 확보 등 장기적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이 수산자원의 고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조업과 환경파괴로 연안을 비롯한 주변 바다의 수생태가 나빠진 게 근본 원인이라는 건데요.

단기적으로는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리한 조업을 나가게 하지 않도록 선박 수를 조정하거나, 수산자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어민들의 안전불감증을 막기 위한 인식개선뿐만 아니라 기후환경 변화에 맞춘 정책적 대안도 발맞춰서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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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9 17: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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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사고 현장에서 해경이 선원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과 14일,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잇따라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선원 8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습니다. 두 어선은 각각 제주와 부산 선적으로 조업 중 배가 침몰했습니다. 특히 14일 침몰한 쌍끌이 선박은 조업 금지 구역 인근에서 침몰한 것으로 보여 해경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사고 당시 상황 추정 그래픽
사고 당시 이 어선에는 정어리 40여 톤이 실려 있었습니다. 과적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많은 양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어획물이 어창이 아닌 배 뒤 갑판 좌측에 실려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사고 전날 저녁부터 어선 위치 발신장치의 항적도 끊겨 해경은 불법 조업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금지구역 인근에서 항적까지 사라진 배가 침몰한 사건에 대해 어민들은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봄철 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무리한 작업을 하는 어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산란기 어획량 늘리려다 무리한 조업…사고위험 높여

봄철이 되면 물고기들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이 때문에 먼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배들의 어획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날씨 변화도 심해 실제 조업할 수 있는 날짜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자주 잡으러 나가기 위해 무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어민은 "금지구역에서 조업하는 일은 빈번하다"며 어획량을 늘리려면 쌍끌이 선박 같은 배들이 무리해서라도 암초가 있거나 자주 가지 않은 곳을 찾아 조업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초에 걸리거나, 익숙하지 않은 항로에서 높은 파도에 휩쓸려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지난 9일 사고 당시 구조 작업 모습
날씨도 무시…단속선도 못 뜨는 날 출항

위험한 조업은 날씨도 가리지 않습니다. 강풍·풍랑주의보 등이 발효되거나 태풍이 오면 조업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는 배들도 많습니다.

한 어민은 " 큰 배도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위험하다고 들어오는데, 바로 옆에서 작은 배가 출항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는데요.

해경 단속선조차 뜨기 힘든 날을 노려 조업에 나서는 배도 있다고 하는데요. 비가 올 때는 어획량이 작다보니 생선 단가가 높아지는데, 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조업에 나선다는 겁니다.

매달 자치단체마다 안전 점검을 벌이고, 해경이 단속에 나서도 불법 조업을 막는 게 쉽지 않은 거죠.

수산자원 확보 등 장기적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이 수산자원의 고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조업과 환경파괴로 연안을 비롯한 주변 바다의 수생태가 나빠진 게 근본 원인이라는 건데요.

단기적으로는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리한 조업을 나가게 하지 않도록 선박 수를 조정하거나, 수산자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어민들의 안전불감증을 막기 위한 인식개선뿐만 아니라 기후환경 변화에 맞춘 정책적 대안도 발맞춰서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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