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의 최전선에 선 인류, ‘1.5도 방어선’ 무너지나

입력 2024.03.23 (09:01) 수정 2024.03.25 (09: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후 줄무늬 (The Climate Stripes_Ed Hawkins)기후 줄무늬 (The Climate Stripes_Ed Hawkins)

2023년 인류는 지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엘니뇨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며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1.45도' 상승한 건데 근대적인 온도 관측을 시작한 이후 174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이전 최고 기온은 '슈퍼 엘니뇨'가 찾아왔던 2016년(+1.29도), 그리고 2020년(+1.27도)이었습니다. 산업화 대비 기온 편차만 봐도 2023년의 기온 상승(+1.45도)이 다른 해보다 훨씬 더 가팔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역사의 한 장면 속에 있던 셈입니다.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의 1위부터 9위까지는 2015년부터 2023년 사이에 분포합니다. 9년 연속 예외 없이 비정상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에드 호킨스 영국 리딩대 교수가 만든 '기후 줄무늬'(The climate stripes)를 보면 온난화의 심각성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1850년부터 170년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온난화 경향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데, 파란색으로 시작된 줄무늬가 최근 10년 사이에 타는 듯한 빨간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4 세계기상의 날 메시지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

기후위기가 절정에 달한 2023년을 뒤로 하고 우리는 오늘(23일) 세계기상의 날을 맞았습니다. 이 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발족한 1950년 3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1956년에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했는데, 매년 세계기상의 날이 되면 WMO는 기상과 기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올해의 메시지는 '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At the Frontline of Climate Action)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WMO의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것으로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집니다. 기후재난 속에 인류의 생존을 위해선 개인의 행동을 넘어 국가 차원의 노력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세계기상의 날 환영사에서 "기후행동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후행동이 필수적이며 시급하고, 우리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한다"며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5도 방어선' 무너지면?…지구가 보내는 경고음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합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산업화 대비 1.5도 온난화'에 바싹 다가섰기 때문입니다. 2023년만 놓고 보면 우리에게 남은 건 겨우 0.05도뿐입니다. '1.5도' 방어선이 무너지면 기후가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지구는 경고음을 보낸 지 오래입니다. WMO는 세계기상의 날을 앞둔 지난 19일 <2023 전 지구 기후 현황(State of Climate)>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과 온실가스 농도, 해양열과 산성화, 해수면 상승, 극지의 얼음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지적했습니다.

■ '파죽지세' 온실가스…'메탄' 농도 산업화 이후 2.6배 증가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와 증가율(좌), 메탄 농도와 증가율(우). 자료 : WMO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와 증가율(좌), 메탄 농도와 증가율(우). 자료 : WMO

2022년 기준 전 지구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17.9ppm(parts per million)으로 산업화 이전인 1750년에 비해 1.5배 상승했습니다.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최대 200~300년 동안 체류하는 이산화탄소의 특성 때문에 농도는 끊임없이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온난화 기여도가 높은 메탄입니다. 2022년 메탄 농도는 1923ppb(parts per billion)로 산업화 대비 2.6배 증가했습니다. 2021년 이후 엄청난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기여도가 낮은 것은 10년 안팎이면 대기 중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메탄의 단기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4배 강력합니다. 산업화 이후 기후위기의 30%가량은 메탄이 유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계에 이른 바다, 열용량 최대치에 해수면 상승까지

2023년에 찾아온 기후위기의 충격은 해양에도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1958년부터 2023년까지 상층 2000m 해양에 축적된 열용량(좌), 전 지구 해수면 상승(우). 자료 : WMO 1958년부터 2023년까지 상층 2000m 해양에 축적된 열용량(좌), 전 지구 해수면 상승(우). 자료 : WMO

바다가 품은 열용량이 관측 65년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1971년 이후 지구에서 과다 방출된 에너지의 90%는 바다에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바다도 한계에 이르면서 온도 상승이 절정에 달한 겁니다.

세계기상기구가 공개한 수온 분포 자료를 보면, 대서양은 짙은 붉은색으로 고온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와 일본 열도 남쪽 바다도 해양 열용량이 높은 상태인데, 이런 고수온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어족 자원의 변화나 멸종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뜨거운 바다는 강력한 태풍을 만들기도 합니다.

해수면 상승 역시 가속이 붙고 있습니다.

1993-2002년 사이에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는 1년에 2.13mm였습니다. 그런데 2003~2012년에는 3.33mm, 2014~2023년은 4.77mm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30년 만에 해수면 상승 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열팽창이 일어나고, 담수를 품고 있는 그린란드와 남극 등의 빙하가 녹는 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지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현재 mm 단위인 해수면 상승 속도가 m 단위로 늘어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마저 나옵니다.

■기후위기의 충격, 저 멀리 '남극'에도

남극에서도 기후위기의 충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극은 남반구 멀리 고립돼있고 주변을 강력한 해류가 감싸고 있는 덕에 북극에 비해 온난화 영향을 적게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2023년은 달랐습니다. 남극의 해빙 면적이 최소치를 기록한 겁니다.

 남극의 해빙 면적 변화(좌), 평년(1981~2010년)과 비교한 해빙 분포(우). 자료 : WMO 남극의 해빙 면적 변화(좌), 평년(1981~2010년)과 비교한 해빙 분포(우). 자료 : WMO

2023년 2월, 한여름을 맞은 남극에서 해빙이 1979년 위성 관측 이후 가장 많이 녹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남극의 겨울로 접어들어도 해빙 면적이 회복되지 못하며 9월 최대 면적 역시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 '1.5도 방어선' 지키기 위한 '기후행동' 즉시 나서야

1850년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기후에 남긴 궤적을 보여주는 WMO의 그래픽1850년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기후에 남긴 궤적을 보여주는 WMO의 그래픽

이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1.5도 방어선'을 어떻게 지키냐입니다. 세계기상의 날 메시지처럼 우리는 기후행동의 최전선에 서있습니다. 개인과 기업, 정부 등 모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픽 : 이재희, 김시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후행동’의 최전선에 선 인류, ‘1.5도 방어선’ 무너지나
    • 입력 2024-03-23 09:01:44
    • 수정2024-03-25 09:38:15
    심층K
기후 줄무늬 (The Climate Stripes_Ed Hawkins)
2023년 인류는 지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엘니뇨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며 전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1.45도' 상승한 건데 근대적인 온도 관측을 시작한 이후 174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이전 최고 기온은 '슈퍼 엘니뇨'가 찾아왔던 2016년(+1.29도), 그리고 2020년(+1.27도)이었습니다. 산업화 대비 기온 편차만 봐도 2023년의 기온 상승(+1.45도)이 다른 해보다 훨씬 더 가팔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역사의 한 장면 속에 있던 셈입니다.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의 1위부터 9위까지는 2015년부터 2023년 사이에 분포합니다. 9년 연속 예외 없이 비정상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에드 호킨스 영국 리딩대 교수가 만든 '기후 줄무늬'(The climate stripes)를 보면 온난화의 심각성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1850년부터 170년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온난화 경향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데, 파란색으로 시작된 줄무늬가 최근 10년 사이에 타는 듯한 빨간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4 세계기상의 날 메시지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

기후위기가 절정에 달한 2023년을 뒤로 하고 우리는 오늘(23일) 세계기상의 날을 맞았습니다. 이 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발족한 1950년 3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1956년에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했는데, 매년 세계기상의 날이 되면 WMO는 기상과 기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올해의 메시지는 '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At the Frontline of Climate Action)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WMO의 적극적인 의지를 담은 것으로 사뭇 비장함까지 느껴집니다. 기후재난 속에 인류의 생존을 위해선 개인의 행동을 넘어 국가 차원의 노력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세계기상의 날 환영사에서 "기후행동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후행동이 필수적이며 시급하고, 우리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한다"며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5도 방어선' 무너지면?…지구가 보내는 경고음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합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제시한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산업화 대비 1.5도 온난화'에 바싹 다가섰기 때문입니다. 2023년만 놓고 보면 우리에게 남은 건 겨우 0.05도뿐입니다. '1.5도' 방어선이 무너지면 기후가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지구는 경고음을 보낸 지 오래입니다. WMO는 세계기상의 날을 앞둔 지난 19일 <2023 전 지구 기후 현황(State of Climate)>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과 온실가스 농도, 해양열과 산성화, 해수면 상승, 극지의 얼음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지적했습니다.

■ '파죽지세' 온실가스…'메탄' 농도 산업화 이후 2.6배 증가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와 증가율(좌), 메탄 농도와 증가율(우). 자료 : WMO
2022년 기준 전 지구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17.9ppm(parts per million)으로 산업화 이전인 1750년에 비해 1.5배 상승했습니다.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최대 200~300년 동안 체류하는 이산화탄소의 특성 때문에 농도는 끊임없이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온난화 기여도가 높은 메탄입니다. 2022년 메탄 농도는 1923ppb(parts per billion)로 산업화 대비 2.6배 증가했습니다. 2021년 이후 엄청난 증가세를 보였는데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기여도가 낮은 것은 10년 안팎이면 대기 중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메탄의 단기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4배 강력합니다. 산업화 이후 기후위기의 30%가량은 메탄이 유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계에 이른 바다, 열용량 최대치에 해수면 상승까지

2023년에 찾아온 기후위기의 충격은 해양에도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1958년부터 2023년까지 상층 2000m 해양에 축적된 열용량(좌), 전 지구 해수면 상승(우). 자료 : WMO
바다가 품은 열용량이 관측 65년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1971년 이후 지구에서 과다 방출된 에너지의 90%는 바다에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바다도 한계에 이르면서 온도 상승이 절정에 달한 겁니다.

세계기상기구가 공개한 수온 분포 자료를 보면, 대서양은 짙은 붉은색으로 고온현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와 일본 열도 남쪽 바다도 해양 열용량이 높은 상태인데, 이런 고수온은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어족 자원의 변화나 멸종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뜨거운 바다는 강력한 태풍을 만들기도 합니다.

해수면 상승 역시 가속이 붙고 있습니다.

1993-2002년 사이에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는 1년에 2.13mm였습니다. 그런데 2003~2012년에는 3.33mm, 2014~2023년은 4.77mm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30년 만에 해수면 상승 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열팽창이 일어나고, 담수를 품고 있는 그린란드와 남극 등의 빙하가 녹는 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지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현재 mm 단위인 해수면 상승 속도가 m 단위로 늘어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마저 나옵니다.

■기후위기의 충격, 저 멀리 '남극'에도

남극에서도 기후위기의 충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극은 남반구 멀리 고립돼있고 주변을 강력한 해류가 감싸고 있는 덕에 북극에 비해 온난화 영향을 적게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2023년은 달랐습니다. 남극의 해빙 면적이 최소치를 기록한 겁니다.

 남극의 해빙 면적 변화(좌), 평년(1981~2010년)과 비교한 해빙 분포(우). 자료 : WMO
2023년 2월, 한여름을 맞은 남극에서 해빙이 1979년 위성 관측 이후 가장 많이 녹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남극의 겨울로 접어들어도 해빙 면적이 회복되지 못하며 9월 최대 면적 역시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 '1.5도 방어선' 지키기 위한 '기후행동' 즉시 나서야

1850년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기후에 남긴 궤적을 보여주는 WMO의 그래픽
이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1.5도 방어선'을 어떻게 지키냐입니다. 세계기상의 날 메시지처럼 우리는 기후행동의 최전선에 서있습니다. 개인과 기업, 정부 등 모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픽 : 이재희, 김시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